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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기하는 아이들을 위해 타이거 부모는 필요한가?

by 한동훈

타이거 부모란 타이거 마더(Tiger Mother)인 중국계 미국인 에이미 추(Amy Chua)가 발간한 '완벽주의자들의 엄마'라는 자서전에서 언급한 개념이다. 타이거 부모는 엄격하고 훈육적으로 자녀를 양육하는데 이러한 부모들은 자녀의 학업 성취를 중시하며, 높은 기준을 설정하여 자녀를 독려한다. 타이거 부모는 자녀의 교육에 열심히 투자하고, 높은 성적 성취와 더불어 나태함, 게으름을 용납하지 못하고 예절, 문화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자녀를 집중적으로 케어하고 교육한다.


여기에서 내 이야기를 잠깐 해보면 나 역시 타이거 파더(Tiger Father)에게서 자라난 아이였다. 형제들에 비해 높은 학업능력에도 불구하고 대학진학에 실패했던 내 아버지는 첫째 아들인 나에게만큼은 그 여파로 온갖 관심과 열정을 쏟아부었다.


이 때문에 나는 어릴 때부터 갑갑한 가정 환경 속에서 자라나야만 했다. 학교 입학 전부터 받아쓰기와 구구단을 외워야 했고 초등학교 때부터 시험을 보면 늘 100점 내지는 90점 이상을 받아야만 했다. 방학 때조차 마음대로 쉴 수 없었는데 방학을 어떻게 보낼지 계획표와 하루 일과표를 작성하여 확인을 받고 이를 엄격히 지켜야만 했다. 조금이라도 틈이 생길 때 나태한 모습을 보이면 더 엄격한 벌을 받아야만 했다.


그런 아버지의 양육방식에 나는 사춘기 때 반기를 들기도 했다.


"대체 왜 그렇게까지 공부를 해야 하는데요. 그냥 제 마음대로 놀고 싶어요. 열심히 공부하지 않아도 회사에 취업하면 충분히 먹고 살 수 있다고요!"


당시 나는 아버지가 그렇게까지 엄격하게 공부를 시키는 이유를 이해하지 못했다. 시골의 중소도시에 생산직 공장 노동자들이 많은 지역의 환경에서 자라난 나는 주변 친구들의 영향을 받아 틈만 나면 이탈하거나 공부를 안하고 싶어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아버지는 나를 더욱 엄격하게 단속했고 나는 그런 아버지에 굴복했다.


그리고 그 결과는 나름 그 지역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학업 성적 결과로 나왔다.



실제 나는 학창시절 단 한번도 개인적으로 머리나 재능이 뛰어나다는 이야기는 듣지 못했다. 그런 이야기는 오히려 나와 같이 지내던 친구들이 훨씬 더 많이 들었는데 그들은 어려운 퀴즈나 응용문제, 암기력 테스트에서도 나보다 곧 잘 풀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20년이 훌쩍 지난 지금 생각해보면 그 친구들 중에 대입에서 나보다 더 높은 학업 성취를 거둔 친구는 아무도 없었다. 내가 성공한 비결은 간단했다. 바로 타이거 파더를 아버지로 둔 덕분이었다.


타이거 파더가 어릴적부터 강조한 독서습관 때문에 나는 수시로 책을 가까이두는 습관이 생겼고, 매번 정해진 시간 만큼은 공부를 해야 했기에 어떤 친구들보다도 책상에 오래앉는 습관이 생겼다.


다른 아이들은 피곤해지면 자고, 이해가 안되거나 풀기 어려운 문제가 있으면 아예 포기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적어도 나의 경우는 내 아버지 때문에 그런 생각일랑 아예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그런 지구력과 좋은 습관은 상대적으로 우수한 학업성적으로 보답되었다. 그리고 그런 결과가 몇 차례 반복되나 보니 나는 나 스스로 '공부를 잘하는 아이' 라고 생각하게 되었고 더욱 학업에 자신감을 갖고 열심히 할 수 있었다.



반면 현재의 학교 교실을 보면 학업을 포기한 아이들이 너무나도 많다.


하지만 놀라운 것은 그들 중 실제 기초학습 부진아의 비율은 그렇게 많지 않다는 것이다. 이들 중 대략 40% 정도가 기초학습부진아인데 이 말은 거꾸로 나머지 60% 아이들은 본인이 학업능력이 있음에도 의도적으로 공부를 하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된다.


그 아이들은 왜 학업을 포기하였을까? 이유는 다양했다. 가까운 친구가 안한다는 이유로, 또 노는게 재미있는 반면 공부하기는 귀찮다는 이유로, 또 공부해봤자 나는 안돼 하는 낮은 자존감의 이유 등으로 아이들은 너무나도 쉽게 포기하는 행동을 선택했다.


수차례 담임을 맡으면서 그런 아이들 부모들을 상담할 때마다 공통점을 발견하기도 했다. 그것은 부모가 아이케어를 너무 소홀히 하고 있거나, 아이의 구체적인 상황을 잘 모르고 너무 허용적으로만 키우고 있다는 것이었다. 아이는 그런 허용적 방임적 부모의 태도에 더욱 이탈하거나 포기하는 자세로 화답했다.


에이미 추아가 쓴 타이거 마더 책에는 이런 글귀가 있다.


자식의 자존심을 가장 상하게 하는 일은 아이가 포기하게 만드는 일이다. 뭐든 잘하기 전까지는 아무것도 재미없다는 것이 중국인(아시아)부모들의 사고 방식이다. 뭔가를 잘하려면 노력해야 하는데 아이들은 스스로 노력하지 않기 때문에 부모의 결정이 아이의 선호보다 우선해야 한다. 연습 또 연습, 끈질긴 연습만이 잘할 수 있는 지름길이다. 일단 뭔가를 잘하기 시작하면 아이는 칭찬을 받고 부러움의 대상이 되기 때문에 무척 만족해한다. 그때는 자신감이 생기고 한 때 재미없었던 것도 재미있는 것으로 바뀐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현대의 타이거 부모들에게는 이보다 하나 더 필요한 덕목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바로 미래를 내다보는 통찰력과 지혜이다. 참고로 요즘의 아이들은 그냥 무언가를 하라고 해서 절대 자발적으로 하지 않는다. 그들은 왜 내가 이것을 해야하는지 궁금해하고 이것이 자기에게 어떤 도움이 되는지 알고 싶어한다. 이런 아이들을 상대하고 설득하기 위해서는 타이거 부모도 그만큼 풍부한 지식과 지혜로 무장하고 있어야 한다.


우리가 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 현재 교육에 대한 관심과 통찰, 또 미래를 내다보는 혜안력 등. 이런것들이 있어야 아이를 설득할 수 있고 아이를 책상에 앉힐 수 있다.


자율성과 창의성, 본인의 선택이 강조되는 오늘날 타이거 부모의 양육방식은 많은 논란이 되고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학업은 매우 힘든 과정이고, 어릴적 좋은 습관은 자발적으로 생기기는 매우 어렵다는 것이다. 아이의 이성적인 뇌 역할은 부모가 좀 더 관심을 갖고 해줘야 하는 것 아닐까.


현장에서 포기하는 아이들을 볼 때마다 아이보다는 그 부모가 어떤 사람인지 먼저 궁금해지는 것은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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