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민주당의 김종민 의원은 다자녀 차량의 버스전용차로 진입을 허용하자는 법안을 발의했다. 김 의원은 법안 발의 취지에 대해 “인구 감소, 저출산 등으로 사회 문제가 대두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다자녀 가정에 고속도로 버스전용차로 이용 혜택을 부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의도가 어찌되었든, 나는 이런 정치가들의 다자녀 법안에 대해서는 전폭적인 지지를 보낸다. 특히 저출산 문제로 아이 한명 한명이 소중한 인적자원이 되는 우리나라의 현실에서는 그만큼 다자녀 가구에 대해서는 대대적인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기때문이다.
사실 자녀를 낳는 순간, 부모의 이타적인 삶은 시작된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결혼 후에도 남을 배려하지 않고 이기적으로만 살아왔던 나였지만, 나에게서 태어난 자식에 대해서만큼은 예외였다.
이는 내 유전자를 절반이나 가지고 있는 자식에 대한 유전적 이끌림 탓일수도 있고, 단순히 얘가 내 자식이라는 인식 탓일수도 있고, 또 부모라면 응당 자녀를 잘 양육해야 한다는 사회적 통념 탓일수도 있다.
이유야 어찌되었든 나는 아이들이 태어난 그때부터 삶의 스케줄 대부분이 주로 아이들에게 초점이 맞춰졌다. 나 같이 이기적인 사람이 이 정도라면 보통의 한국 부모는 이보다 더 자식에게 헌신적이고 이타적이다고 봐야 할 것이다.
사실 그런 부모의 삶에서 자녀와 함께 하는 시간은 휴식 시간일래야 결코 휴식 시간일 수가 없다.
부모는 일과후 저녁 시간이나 주말 시간조차 어떻게 하면 자녀를 위해 알차게 보낼 수 있을까고민한다. 무엇이든 자녀에게 좋은 것만 보여주고 싶고 또 자녀를 바람직하게 키우고 싶은 것이 부모의 본성이기에 어떤 시간이든 허투로 보낼 수 없기 때문이다.그래서 부모는 주중에는 아이와 같이 놀아주고 자기 전에 같이 책읽기를 하고, 주말이면 새로운 세상을 찾아 늘 현장체험학습을떠난다.
그런면에서 부모가 아이와 함께 하는 하루하루는 양육의 범위를 넘어 인성을 함양하고, 새로운 호기심을 찾고, 진정한 자아를 발견하는 시간이 된다. 이는 공교육에서는 결코 실천하기 힘든 아이 한명 한명에 초점을 맞춘 개별화되고 특별화된 하나의 사교육(가정교육)시간인 것이다.
이런 점을 고려해 볼때 국가나 기업에서 뛰어난 인재를 키우고 싶다면, 자녀를 키우는 직장인 부모에게는 응당 그만큼의 여유시간을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유시간을 준다 해서 부모가 그 시간을 자기 휴식시간이나 노는 시간으로 쓰는 것은 결코 아니기 때문이다.
사실 부모의 발칙한 일탈이라 해봤자 자식이 있는 한 그 일탈 범위도 극히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자식 걱정에 멀리 가지도 못한다. 자녀 몰래 가까운 동네 커피숍에서 수다를 떨던지, 집근처 호프집에서 치맥 한잔 하는게 자식과 떨어진 일탈의 최대 범위일 정도다.
이처럼 아빠와 엄마의 삶 대부분은 자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리고 그런 자녀를 가장 잘 알고 자녀교육의 가장 전문가는 바로 부모 개인이지 공교육 기관인 보육소나 학교가 아니다.
늦게까지 일하는 직장인들을 위한답시고 초등학교 자체를 하나의 보육소처럼 운영하려는 정부의 계획은 그런면에서 근시안적이고땜질식이다.
중요한 것은 잃어버린 부모와 자식간의 시간을 정부와 기업이 이제는 되돌려주는 일 아닐까.
특히 출산율이 단기간에 해결되는 일이 아니라면 장기적으로는 아이 있는 가정 또 아이 많은 가정이 지원 받고 행복하게 잘사는 모습이 구현되어야한다. 그래야 그 행복감을 찾아 이와 비슷한 가정을 꾸리려는 사람들이 점차 늘어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