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뉴런과 교육

최고의 교육방법이란?

by 한동훈

학교의 검증되지는 않은 격언 중에 하나로 '아이들은 그 반 담임을 닮아간다.' 는 말이 있다. 실제 나는 과묵하고 성격이 조용한 편이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내가 맡은 반의 학급 분위기는 첫해를 제외하곤 대부분 아이들이 조용했다.


반면 같이 근무했던 어느 선생님의 경우는 반대였다. 그 분은 상당히 활기 넘치고 말이 빠르고 발랄한 편이었는데, 지켜봤던 그 반 아이들은 생기있고 활동적인(한편으론 산만한)아이가 대부분이었다.


이처럼 선생님이 어떤 성향의 사람인가 하는 것은 아이들과 학급 분위기에 있어서 알게 모르게 많은 영향력을 행사한다.


왜 이런 이야기를 하냐 하면 인간이 가지고 있는 뉴런 중에 하나로 거울 뉴런이 있다. 이는 타인의 행동, 감정, 표정 등을 볼 때 자신이 마치 그것을 하는 것처럼 뇌가 자동으로 반응하는 뉴런을 말하는데 이러한 반응은 거울처럼 타인의 행동을 모사하거나, 타인의 감정을 공감하는 것과 같은 작용을 한다.


실제 과학자들은 인간과 뇌가 비슷한 원숭이를 대상으로 실험을 하였는데 예를 들어 원숭이가 건포도를 집어 들었을 때 활성화되는 뇌의 영역(전운동피질)과 연구원이 건포도를 집어드는 장면을 원숭이가 보았을 때 활성화 되는 영역(전운동피질 내 거울뉴런)이 일치했다.


원숭이는 누군가 잡는 것을 보기만 했는데도 마치 자신이 직접 행동하는 것처럼 전운동피질이 활성화된 것이다. 이는 사람에게도 똑같이 적용되는데 우리 뇌에도 거울 뉴런이 있다는 것은 이미 FMRI라는 도구를 통해 검증되었다.


우리와 마주하고 있는 상대방이 밝은 표정으로 미소를 지으면 나도 모르게 미소가 나오고, 심각한 표정을 하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경계심이 생기는 것은 모두가 이 거울 뉴런 때문이다. 한편으로 누군가 시원한 음료수를 마시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시원하다, 나도 마시고 싶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는데 이 또한 거울뉴런이 활성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상대방의 행동에서 무언가를 배우고 이를 똑같이 따라한다. 선생님(직장동료)들과의 식사 자리에서 누군가 점심으로 김치찌개를 주문하면, 나도 아무 생각없이 김치찌개를 주문하게 되고 선생님들이 열심히 수행평가를 채점하고 있으면 나도 빨리 수행평가를 마무리해야겠다는 생각에 마음이 다급해진다. 이 또한 거울뉴런 때문이라고 할 것이다.


이러한 점들을 고려한다면 학교에서나 가정에서 교사와 학부모의 습관적인 행동이 같이 생활하는 아이들에게 줄 수 있는 영향력은 상당하다고 할 것이다. 실제 아이들은 영유아기때부터 부모의 말 언어 표정 행동을 따라하면서 세상을 배워나가는데 부모가 올바르지 않은 행동을 보일수록 아이도 같은 행동을 반복할 공산이 크다.


나는 수년 전부터 집에 오기만 하면 티비부터 켜는 습관이 있었다. 그런데 내 아이 역시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하루종일 티비 속의 재미있는 영상만 계속 보고 있었다. 나는 최근 내 아이 교육을 위해서, 또 나 자신의 발전을 위해서 티비 대신 책 읽는 것으로 습관을 바꾸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내 아이도 내가 책을 가까이 하고 도서관을 자주 가게 되자, 계속 옆에서 책을 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백문이 불여일견' 이라는 말이 있다. 굳이 여러번 말할 것 없이 하나의 행동으로만 보여주면 된다는 것인데 어떻게 보면 이것이야말로 참교육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최근 선배 선생님으로부터 내 아이를 교육시키는 방법은 생각보다 간단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즉 아이에게 운동을 가르치고 싶으면 내가 운동하는 모습을 보이면 되고 아이가 공부를 열심히 하게 만들고 싶으면 내가 열심히 공부하는 모습을 보이면 된다는 것이었다.


한편으로 그런 반성도 해본다. 우리는 가정에서 늘 아이들보고 열심히 공부해라 숙제는 했냐 잔소리하면서 정작 본인은 피곤하다는 핑계로 아무것도 안하고 있거나 스마트폰만 보고 있지 않은가?


아이를 진정으로 올바르게 키우고 싶은가? 그럼 당신부터 올바른 사람이 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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