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날 수영을 하면 최악이다. 개인 기록도 안나올 뿐더러, 그동안 공들여 익혀 두었던 폼도 망가진다. 겨우 3번 왕복할 수 있는 체력을 만들어 놨더니 2번 왕복하니 벌써 지쳐있다. 또 피로 누적으로 근육이 말을 안 들으니 속도가 안나고, 속도가 안나니, 양력이 부족해서 몸은 가라앉고, 몸이 가라앉으니, 물만 계속 먹게 되고, 모든 것이 악순환이다.
하지만 이런 날에도 난 계획해 두었던 수영을 하러 간다.
우리의 몸 상태나 컨디션은 날씨와 같아서 1년 내내 맑음일 수는 없다. 어두컴컴하고 비 오는 날이 있듯이 우리 컨디션도 침체되고 처지는 날도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날에도 우리는 출근하고 업무를 보고 일상생활을 한다. 수영 역시 마찬가지다. 운동 습관이 확실히 몸에 배려면, 또 수영이 일상이 되기 위해서는 나는 짧은 시간이라도 늘 꾸준히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몸이 처진다고 해서 쉬어버리면 다음에도 또 안하고 싶고 습관이 몸에 배는 것도 그만큼 늦어질거라 생각한다.
컨디션 안 좋은 날 수영을 하게 되면 여러 최악의 상황을 경험하지만 유독 그렇기 때문에 깨닫게 되는 것들도 많다. 특히 안되는 날은 뭘해도 안되는 날이기 때문에 그동안 숨겨져 있던 나쁜 폼이나 습관들도 다 튀어 나와서 자신의정체를 드러낸다.
따라서 그날 수영을 마치고 안좋았던 폼들을 하나 하나 곱씹고 성찰하게 되면, 나쁜 습관들을 이전보다 확실하게 교정할 수 있다.'잡았다 요놈 !' 할 수 있는 날이 그 날인 것이다.
한편으로 최악의 상황을 경험하는 것이 왜 중요한 일일까? 최악의 상황 더이상 내려갈 곳도 없는지하실상황을 경험하게 되면 사람은 무서울게 없게 된다. 앞으로 뭘하든 최악의 그때 상황보다는 나을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마음에 여유가 생기고되고 어떻게 해도 그때보단 더 잘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생기게 된다.
마지막으로원래세웠던 계획, 즉 나와의 약속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타협을 하고싶지 않다. 몸 컨디션을 보고일정을 미루거나타협할 경우 내 의지도 그만큼 약해지고 또내몸도 게을러지게 된다. 비록 운동하면서 몸 근육을 생성하지는 못할지언정 그래도가서 운동했다는 뿌듯함만으로
마음 근육은강하게 키우고 싶은게솔직한 심정이다.
이런저런 이유로 난 오늘도 수영장을 간다.
오늘도 몸은 무거웠지만 무거우면 무거운대로 지지않고 나름 최선을 다했다. 그러고보니 수영 레이스 하듯 오늘 새벽 수영 온 모든 사람들이 그런 모습이었다. 그들도 열심히 스트로크를 하며 지금 과 타협하지 않겠다는, 어떻게든 1m라도 더 가겠다는 의지를 태우는 모습이었다.
수영장은 늘 그렇게 꾸준하고 열정이 넘치고 성실한 사람들을 자주 볼 수 있는 것 같아 즐겁다. 그런 모습에서 나는 삶의 활력을 되찾고 그들과 동화되는 것을 상상한다.
물에 적응해 가는 육체만큼이나 컨디션에 좌우되지 않고 내 마음도 탄탄해지길 바라면서 오늘도 새벽 발걸음은 수영장을 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