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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동훈 Jun 13. 2024

내가 생활 지도를 할 때 화를 안내는 이유

처음 교직에 있을 때 나는 문제 학생들을 다루는 생활지도 업무를 주로 맡았다. 자연스럽게 학년부장 선생님이나 학생부 선생님을 따라다니며 아이들을 혼내는 방법을 배웠는데 가장 기본적인 방법 중 하나는 일단 화부터 내는 것이었다.


"수업시간에 떠들어놓고 뭘 잘했다고 그렇게 변명을 해대! 잘못했으면 우선 죄송합니다 말부터 나와야 하는 것 아니야? 그게 반성하는 태도야? 어~!"


당시 선배 선생님들의 조언은 우선 큰소리부터 내며 기선제압부터 하라는 거였다. 그래야만 아이들이 절로 고개를 숙일 것이고 혼이 나가서 변명을 못하고 교사의 말을 따를 것이라는 말씀이셨다.


자연스럽게 나도 이 방법을 수년간 하다보니 이제 목소리가 왠만한 성인은 저리가라 할 정도로 커지게 되었다. 내가 조금 힘을 줘서 발언하면 주변 사람들이 깜짝 놀랄 정도였다. 최근에는 어떤 사람과 말다툼이 있었는데 나는 차분하게 목에만 힘줘서 말했다 생각했는데 그 사람은 내가 극도로 화낸 상태로 소리를 질러 귀가 따가울 정도였다고 하소연할 정도였다.



     

하지만 이런 화부터 내는 지도 방식은 시간이 갈수록 효과적이지 못했다. 우선 아이들이나 학부모들이 싫어했다. 세대가 지날수록 아이들은 금쪽이가 되어 가정에서 대우받고 사랑받는 존재가 되어 있었는데, 학교에서 아무리 잘못했다 할지라도 이런식으로 아이를 혼내는건 인권침해라는 이야기였다.


"제가 잘못한 것은 알겠는데요. 선생님은 대체 왜 화부터 내세요?"


"안녕하세요. 저희집 A가 오늘 이런이런 잘못을 저질렀다 이야기 들었어요. 근데 선생님 지도방식이 너무 강해서 아이가 많이 겁먹고 집에서 힘들어하고 있어요. 목소리가 너무 크셔서 무서웠대요. 당시 무슨 상황이셨는지 말씀해주실래요?"


나는 할 말이 없었다.


문제점은 이 뿐만이 아니었다. 나이를 먹어갈수록 서글픈 일 중 하나는 몸의 회복 속도가 느려진다는 것이다. 크게 혼내야겠다 한번 마음먹고 화를 세게 낼수록 그 후유증이 오래가 나 자신이 너무 힘들었다는 것이다.


특히 목소리가 커질수록 나 역시도 흥분 상태가 되었고, 이런 감정상태는 내 몸에 스스로 계속 스트레스를 주입시키고 있었다. 그 후유증은 처음에는 하루였지만 나중에는 이틀, 3일, 일주일을 갔다.


이대로는 계속 갈 수 없었다. 뭔가 변화가 필요했다.


그때부터 나는 아이들이 잘못을 저질러 생활지도를 해야할 때 굳이 목소리를 크게 내거나 내 감정을 싣지는 않았다. 교직 경력이 10년차쯤 되니 학교에서 발생하는 아이들 잘못도 왠만큼은 유형화 되어, 교무실에 들어오는 아이들 눈빛만 봐도 '아, 쟤는 오늘 이런 잘못을 저질렀겠구나.' 예측이 되었고 90% 이상은 들어 맞았다.


그러고 보면 아이들 생활지도를 할 때 굳이 흥분하거나 화낼 필요가 없었다. 어차피 학교는 가정과 달리 '아이들이 어떤 잘못을 할 때 이런 징계를 받게 된다.' 는 구체적인 생활 지도 규정이나 매뉴얼이 나와 있었기 때문이다. 지도하는 입장에서는 규정을 살펴보고 그에 따라 징계 처분을 내리면 되는 것이었다.


물론 아이들 생활 지도를 할 때 '너는 이런 잘못을 했으니까 이렇게 처분 받으면 된다." 식으로 단순하게 끝내서는 안되었다. 그럴 경우 아이는 '잘못해도 그냥 징계받고 끝내면 되지 뭐' 하며 반성 자체를 안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적어도 아이가 무슨 잘못을 했는지, 그리고 그 잘못이 왜 잘못되었고 주변에 어떤 피해를 주는지, 또 생활규정이 이러하니 다음에 똑같은 잘못을 할 경우 다음엔 어떤 처분을 받게 되는지 정도는 소상히 알려줄 필요가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모든 과정이 아이를 미워해서가 아닌 아이의 인성을 바로 잡고, 행동을 교정 시키는 과정이다 하는 것을 아이에게 깨닫게 해줄 필요가 있었다.

 

    

최근 수년간 나는 생활지도를 하면서 지도 규정이 완만할수록 아이들의 일탈 행위가 많아지는 경우를 봤다. 반면 규정이 엄격할수록 아이들이 비행을 일삼는 확률이 줄어드는 경우도 경험했다.


우리가 초등학교 앞에서 30km 제한 속도 규정을 지키는 이유는 단순히 아이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생각에서만 비롯된 것은 아니다. 그것은 30km를 위반할 경우 부과되는 금융치료(과속 벌금)를 하고 싶지 않은 이유도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아무리 일탈 행위를 하더라도 아이들은 왠만해서는 고등학교 졸업을 하고 싶어한다. 그러니까 힘들더라도 자퇴하지 않고 학교에 남아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졸업을 위한 관문으로 비록 갑갑함을 느끼더라도, 행동과 생각을 교정할 수 있는 기본적인 생활지도 규정은 꼭 필요한 것이다.


먼저 소리치고 화부터 내는 것보다는, 차분하면서도 분명하게 알려줄수록, 그리고 무엇을 잘못했는지 합리적으로 설명해줄수록, 아이들의 고개 끄떡임은 많아졌고 일탈 행위는 많이 줄어들었다.


아이들을 매일 마주하는 교사의 주요 업무 중 하나가 바로 생활지도이다. 그리고 그런 효과적인 생활지도를 위해선 어떤 방법이 최선의 생활지도인지 교사 스스로 늘 고민하고 성찰할 필요가 있다.


나 역시도 그런 고민의 과정을 거쳤고 아이들 성향에 따라 어떤 생활지도 방식이 최선인지 늘 고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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