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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동훈 Aug 18. 2024

프로야구의 사라진 마태효과와 교육

올해 프로야구에 가장 파격적으로 도입된 것 중 하나는 바로 ABS존이다. 여기서 ABS존은 각 구장마다 설치된 3대의 카메라가 구현하는 센서로 홈플레이트 등 구장 정보와 변수들의 위치 정보를 추적하고 계산해서 홈플레이트 기준의 일정한 스트라이크존을 설정하는 것이다. ABS는 인공지능과 머신러닝 알고리즘을 통해 판정의 정확도를 높이고, 인간 심판의 주관적 요소를 최소화하는 것이 시스템의 목표라고 할 수 있다.  


즉 간단히 말하자면 그동안 심판이 주관적으로 설정했던 스트라이크-볼 판정을 카메라와 인공지능 등 기계들이 정확히 알려주고 이를 심판은 판정만 내리면 되는 것이다.


이런 ABS존은 프로야구에 어떤 변화를 가져왔을까? 가장 큰 변화는 바로 마태효과가 사라졌다는 것이다. 여기서 마태효과란 성경의 '부자는 더욱 부자가 되고 빈자는 더욱 빈자가 된다' 는 구절에서 나온 말로 그동안 프로야구에서는 이전 슈퍼스타나 베테랑들이 이름 효과로 인해 알게 모르게 스트라이크-볼 판정에서 혜택을 보는 경우가 있었다. 예를 들어 심판 입장에서는 애매한 코스인데 투수가 이름값 높은 선수일 경우 스트라이크 판정을 내리고 비교적 신예일 경우 볼판정을 하는 경우가 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제 인공지능이 정확히 스트라이크 존을 설정하다보니 이런식으로 알음알음 혜택을 받는 경우는 사라졌다. 그 때문일까? 한국의 대표 베테랑 투수인 김광현은 작년 방어율 3.53에서 올해 방어율 5.34, 오승환은 작년 방어율 3.45에서 올해 방어율 4.50으로 치솟았다. 또 메이저 출신으로 12년만에 한국 무대에 컴백한 류현진은 엄청난 성적을 기록할 것이라는 당초 예상과 달리 6승7패 방어율 4.10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을 기록 중이다.    


반면 올해는 영건들의 활약이 돋보인다. 기아 타이거즈의 김도영은 30-30 클럽에 가입했고 두산의 김택연은 불과 19살의 나이로 특급 계투가 되었다. 또 삼성의 신인인 김영웅은 올해 20홈런을 기록하며 공수주에서  맹활약 중이다. 그외 삼성의 에이스인 원태인, 이승현은 모두 20대 초반의 나이이다. 


이런 ABS존은 한국야구에 많은 긍정적 효과를 불러 일으킬 것이라 생각한다. 우선 논란이 되었던 볼 스트라이크 판정은 카메라와 기계가 측정하다보니 그만큼 논란이 사라질 것이다. 뿐만 아니라 앞서 말했듯 젊은 선수들이 판정의 공정성을 기반으로 약진할 수 있을 것이다.


참고로 그동안 한국야구는 언제적 류현진 김광현 오승환이냐 하는 말이 있었다. 즉 15년전 국가대표로 활약했던 이 선수들의 아성을 뛰어넘을 선수들이 없다보니 30후반, 40을 넘은 나이에도 이 선수들은 국대로 활약하고 있었다. 하지만 젊은 선수들 성적이 이들을 뛰어넘으면 이제 이들이 국대의 주역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즉 자연스런 세대교체 선순환이 이루어질 것이다.


그런데 이런 인공지능을 활용한 공정성 확보는 앞으로 교육의 평가 방식에도 도입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논술형 등 주관식 문항은 채점의 공정성 때문에 늘 객관식 문항에 밀리는 경우가 많았다. 오죽하면 한국의 대표 시험인 수학능력시험도 100% 선다형 문항으로만 구성되었겠는가?


하지만 앞으로 인공지능이 글 속의 키워드나 올바른 문장 형식, 서술 구조 등을 점검해서 채점을 해주고 복수 평가자는 이를 중복 검토만 한다면 채점의 공정성도 충분히 확보될 수 있을 것이다.


혹자는 글이란게 사람이 생각과 감정을 담아 쓰는 예술적 영역인데 과연 이것을 기계가 잘 채점할 수 있을까 반문할지도 모른다. 오히려 이는 느낌을 아는 사람이야말로 가장 잘 채점할 수 있다고 반문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채점자가 평가 대상자로부터 가지는 느낌, 주관적 인상이야말로 평가에서 가장 배제해야 할 대상 아닐까? 고백하건대 교사인 나 역시 학생들의 논술 답안을 채점하다보면 첫째날 아침 학생의 답안지에서 느낀점과 매긴 점수와 둘째날 저녁 같은 학생 답안지에서 느낀점과 매긴 점수가 다른 경우들이 있다.


즉 인간의 느낌이란 것도 인체 내 생화학적 물질의 분비 변화에 따라 알고리즘이 판단을 내리는 것이다 보니 그때 그때 달라지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차라리 이럴 바에는 느낌의 영향을 받지 않는 기계에게 채점을 맡기는 것이 더 정확할지도 모르는 일일 것이다.


앞으로 인공지능이 가져올 미래를 막연하게 두려워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인공지능이란 것도 사람이 만드는 것이다보니 그 목적에 맞게 잘만 활용한다면 평가에 공정성도 확보하고 인간 생활에 그만큼 편리함도 제공할 것이다. 프로야구의 ABS 처럼 인공지능이 교육계에도 긍정적 효과를 불러 일으키기를 희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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