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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동훈 Aug 25. 2024

작은 풀에게서 느끼는 삶의 의미

 밖에서 아무곳에서나 볼 수 있는 잡초는 사람에겐 그저 성가신 존재다. 사람의 손을 거치지 않아 미관상 보기도 싫고 벌초가 한창인 요즘은 '제초' 즉 그저 제거해야만 하는 대상이다.

 

 하지만 이런 잡초들도 살고 싶어한다. 실제 어미 잡초에서 수많은 씨앗들이 나오는데 이들 중 좁은 벽돌 틈 속에 들어가 마침내 하나가 세상 밖으로 빛을 볼 확률은 8000분의 1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지금 우리가 볼 수 있는 잡초들은 그렇게 무수히 많은 경쟁을 고 살아남은 것들이다.


잡초는 생각보다 연약한 존재다. 그들은 많은 식물들이 자라나는 곳에서는 경쟁을 고 생존할 수 없다. 그래서 그들은 전략적으로 다른 곳을 택한다. 다른 식물들이 자라나지 않는 곳,  즉 척박한 땅이나 좁은 벽돌 틈 같은 곳을 일부러 택하고 이 곳에서 어떻게든 살아남고자 발버둥을 친다.


누구도 알아주지 않고 때론 사람들에게 손가락질까지 받는 입장이지만, 잡초는 그럼에도 자기 삶을 뿌리내리고 살아가고자 노력한다.



최근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에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선수들이 활약하며 팀에 활기를 불어 넣어주고 있다. 바로 황영묵과 이상규 선수다.


우선 황영묵부터 살펴보면 이 선수는 정식 프로선수도 아니었고 청춘 야구단이나 최강야구 등 야구예능 방송에 출연하여 프로 지명을 기다리는 선수였다. 야구를 계속 하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했는데 그는 생계 유지를 위해 밤에는 배달업까지 하고 있을 정도였다.


그는 프로에 지명받기 위해 예능 프로에서도 늘 최선을 다하는 특유의 악착같은 모습을 보였다.


이런 그의 절실함이 통했을까? 마침내 황영묵은 한화로부터 프로지명을 받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프로 진출 데뷔시즌부터 1군 라인업에 합류해서 현재까지도 3할타율을 선보이며 맹활약하고 있다.


한화는 원래 쉽게 포기하고 팀 도루가 리그 꼴찌인 팀이었다. 하지만 늘 전력질주하고 자신의 몸을 던지면서 수비하는 그의 허슬 플레이 덕분에 팀 분위기가 살아나 한화는 포기하지 않고 현재까지도 치열한 5강 경쟁을 벌이고 있다.


황영묵은 자만하지 않는다. 늘 그렇게 허슬플레이를 하면 힘들지 않냐는 질문에 '야구선수라면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한다 라고 생각한다' 는 답변을 하였다. 겸손하지 않고는 나올 수 없는 답변이었다.


이상규는 8월 24일 두산과의 경기 후 인터뷰에서 많이 회자가 되었던 선수다. 1553일 만에 승리투수가 된 그는 최근 마운드에 오르면 어떤 생각을 하며 던지느냐는 해설자의 질문에 근 5년간 너무 힘들었던 점들이 떠올라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아니나 다를까. 그의 지난 과거를 되짚어보면 오랫동안 주목받지 못하고 2군에서 생활했을 뿐만 아니라 나중에는 육성선수(방출대기선수)로까지 강등되어 '이제 야구를 그만해야 하나' 고민까지 했다고 한다.

그러다 마침내 2차 드래프트에서 한화에 지명되어 선수생활을 이어 나갈 수 있었던 우여곡절이 많은 선수였다.


그런 선수가 1점차의 살 떨리는 경기에서 마지막 마운드에 올라 2이닝을 차분하게 마무리한 것이다.


오랫동안 감정이 북 받쳐올라 몇분이 지나서야 답변을 이어나간 그는 만원관중 앞에서도 쫄지 않고 승리투수가 된 비결이 뭐냐는 질문에 ' 공을 믿고 자신있게 던져라.' 는 감독 코치의 조언만 상기하며 던졌다고 했다.


그는 투수로서 어떤 보직이든 상관하지 않고 앞으로도 그저 공을 던지고 야구가 계속 하고 싶을 뿐이다는 소감을 남겼다.


    

비유가 적절한지 모르겠으나 실제 두 선수는 기회를 잡았기에 망정이지 한동안 빛을 못보다 그저 쉽게 잊혀질 수 있는 하나의 잡초같은 선수들이었다.(실제 황영묵은 26살, 이상규는 29살로 신인이나 유망주라 하기에도 많은 나이의 선수들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 두 선수는 야구를 할 수 있다는 것에 소중함과 절실함을 가지고 끝까지 선수로서의 생명을 놓지 않았다. 그리고 마침내 들에게 주목받는데 성공했다.


이들이 받은 빛이 이것으로 끝일지 앞으로 계속 이어질지는 알 수 없다. 프로는 워낙 냉정한 세계라 실력이 조금이라도 퇴보하면 구단은 기다려주지 않고 다시 이들을 강등시킬 것이다.


하지만 '그저 야구가 하고 싶을 뿐이다.' '최선을 다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는 이들의 마인드 자체가 우리에겐 큰 깨달음을 준다.


 여러번 실패를 겪다보니 야구 선수로 계속 있을 수 있다는 것 하나에도 감사해하고 소중히 여길 줄 아는 그들. 주목받지 않지만 오늘도 그 자리에 있는 잡초처럼 계속해서 생명력을 유지하고 싶은 그들.


반면 우리는 그들과 달리 일상을 너무 당연하고 사소하게만 바라보고 있지 않은가?


실패를 여러번 겪어 본 사람은 자신의 한계와 좌절을 너무나도 잘 안다. 그렇기에 타인 앞에 자신을 내세우지 않고 겸손하게 자신을 낮춘다. 그리고 자신이 부족하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기에 자만하지 않고 늘 최선을 다한다.  


이들의 스토리에서 작지만 큰 삶의 의미를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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