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사이에 유튜브 시청자가 급속도로 늘었다. 예전에는 대중문화를 선도하는 청년들이 유튜브 영상의 주요 시청자였다면 현재는 어린아이뿐만 아니라 중장년층도 유튜브의 주요 시청자가 되고 있다.
각 개인 별로 보는 유튜브 영상도 다양하다. 예를 들어 우리 집 아이들은 만화나 장난감, 게임 관련 영상을 주로 보지만 나 같은 경우는 영화, 교육, 역사 등을 주로 시청한다. 필자의 아버지는 종교나 주식 관련 영상을 시청한다. 즉 무엇에 관심을 가지느냐에 따라 각 개인별로 시청하는 영상은 서로 다르다.
하지만 각 개인별로 선호하는 영상이 다르다고 하여, 굳이 관련 내용을 상세히 알고 있어야 하거나 영상 검색어를 정확히 알고 있을 필요도 없다. 유튜브가 알고리즘을 통해 원하는 영상을 알아서 제공해주기 때문이다. 알고리즘이란 무엇인가? 이는 인공지능이 시청자의 검색 기록이나 동영상 조회 패턴을 분석하여 각 개인의 취향에 적합한 동영상만을 제공하는 규칙이나 시스템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이런 유튜브 알고리즘은 편리하기만 한 시스템일까? 과연 문제가 없을까? 오늘은 이런 유튜브 알고리즘의 폐해를 알아보도록 하자.
1. 영상에 대한 비판능력 상실
문자나 텍스트와 대조되는 영상 매체의 특징 중 하나는 바로 사람의 비판능력을 감소시킨다는 점이다. 우리가 시집을 읽을 때를 생각해보자. 우리는 시집에 있는 텍스트를 통해 작가가 묘사하고 있는 세계를 상상하여 그려보고, 작가의 비유적 표현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깊이 생각해 보게 된다. 또 해당 텍스트를 읽는 과정 속에서 자신의 삶을 성찰하고 작가가 제시하는 주제에 대해 비판적으로 접근해볼 수도 있다.
하지만 쉴 새 없이 제시되는 영상매체의 경우는 다르다. 영상매체는 우리가 비판적으로 생각해 볼 틈도 없이, 바로 다음 장면으로 넘어가고 또 그다음 장면에 시청자를 빠져들게 만든다. 이런 과정이 계속 반복되다 보니 우리는 각 영상이 제시하는 내용에 대해 아무 생각 없이 울고, 웃고, 분노하게 된다. 그렇게 긴 시간 영상을 시청했는데도 결국 남는 것은 순간적인 멍함이나 재미있었다 등의 감정뿐인 것이다. 그러면 우리 뇌는 '재미있었다'는 그 감정에 집착하여 알고리즘이 제시하는 관련 영상을 또다시 시청하게 된다.
흔히들 영상매체를 '바보상자'라고 한다. 영상만을 자주 접할수록 이성보다는 감정적으로, 무비판적으로 영상을 접근하게 되고 생각하는 힘이 사라지게 된다는 소리다. 참고로 영상을 자주 접하는 사람일수록 치매 확률이 높아지고 인지 처리 속도도 크게 떨어진다고 한다.
2. 영상 매체만을 진실로 믿게 되는 현상
일반적으로 사람은 문자나 글보다 사진이나 영상을 좀 더 신뢰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이는 문자나 글은 편집자를 거쳐 전달되는 간접 전달 방식인데 비해사진이나 영상은 현장의 모습을 그대로 전달하는 직접전달 방식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런 사진이나 영상은 언제든지 조작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또한 현재의 유튜브 영상 제작자들은 특별한 검열 없이 무작위로 영상을 조작하고 편집하여 시청자들에게 유포할 수도 있다. 특히 인기 있는 유투버가 의도적으로 진실을 왜곡한 영상을 편집하여 구독자들에게 올릴 경우, 구독자들은 이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하고, 실제 이를 진실로 믿게 될 수도 있다. 특히 이런 의도성 있는 영상들은 각종 정치적인 이슈나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자주 올라오게 된다. 매체 비판력이 약한 중장년층 들일수록 이를 그대로 진실로 믿어버리는 경향이 큰데 최근의 정치 정당들도 이런 점을 잘 이용한다. 상대 편을 공격할 의도를 가지고 상대의 부적절한 발언이나 단점, 행동만을 부각하며 계속해서 관련 영상을 올린다. 그러면 유튜브 알고리즘은 알아서 이를 시청자들에게 무제한적으로 제공한다. 결국 시청자는 이런 관련 영상만 있는 알고리즘 속에서 유튜브 영상을 자기 스스로 선택해서 본다는 착각 속에 빠져들게 된다.(실제로는 알고리즘이 제공하는 영상들에 한정된 것인데 말이다.) 또한자꾸 이런 영상에만 노출되다 보면 진실 아닌 영상을 사실이라고 믿게 되고 상대방을 혐오, 무시, 제거해야 할 대상으로만 바라보게 된다. 누군가의 의도성 있는 영상들이 시청자의 인식과 믿음까지 조종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또한 이런 상황 속에서 우리는 세상을 왜곡되고 이분법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위험도 생긴다. 기술이 발달할수록, 세상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게 아니라 누군가에 의해 조작된 왜곡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것이다. 유튜브 알고리즘은 이런 현상을 더욱 심화시키는 촉매 역할을 담당한다.
3. 어느 한 분야에만 관심을 가지고 어울리지 못하는 사람들
최근의 학교 아이들을 관찰해 보면 그야말로 각자도생이다. 혹자는 코로나19가 아이들을 개인주의 성향으로 이끌었다고 하지만, 내가 볼 때는 쉴 새 없이 제공되는 유튜브 알고리즘 영상이나 개인 맞춤형 게임의 여파도 크다고 생각한다. 특히 갈수록 유튜브 영상이 다양화되고 알고리즘이 진화할수록 아이들 각자는 서로 시청한 영상이 다르다. 학교에서도 그만큼 서로 간 관심사도 다르고, 공감대를 형성할 거리도, 같이 무언가에 관해 대화할 거리도 없다. 2-30년 전 공중파 TV에서 시청한 같은 방송 내용을 서로 공감하며 이야기꽃을 피우던 필자의 학창 시절 때와는 또 다른 모습인 것이다. 너의 관심사는 너의 관심사일 뿐이지, 나의 관심사는 아닌 것이다.
특히 유튜브 영상이나 게임에 빠져든 아이들일수록 대체적으로 개인주의 성향이 심하다. 문제는 갈수록 학교에서 이런 아이들의 숫자가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다 보니 학교에서는 무슨 일이든 단체로 무언가를 추진하는 것은 정말 쉽지 않은 일이 되고 있다. 처음부터 이를 부정적으로 바라보거나 나는 안 하고 싶다 그냥 빠지겠다고 하는 학생들이크게 늘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학교에서는 여러 명이 함께 모여 협업을 발휘하라는 취지에서 만든 프로젝트 학습도 이제는 혼자서도 가능할 수 있도록 아예 규정까지 바꿔 버렸다. 4차 산업혁명의 키워드가 집단지성 협업 공감능력이라고 하는데 학교에서는 갈수록 개인주의만 심화되는 것 같아 한편으로 씁쓸함을 금할 수 없다.
4. 대책은 무엇인가?
유튜브 알고리즘과 영상매체의 범람으로 갈수록 사람과 영상 간의 접촉이 많아질수록, 이에 대한 대안으로 사람과 사람 간의 만남을 강화하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 학교 등의 교육기관에서는 '함께 어울릴 수 있는 활동.' '함께 즐길 수 있는 활동.' '공동의 목표를 설정하고 같이 협업해나가는 활동' 등을 적극 계발하고 어릴 때부터 이런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수업시간에도 적극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불과 수년 사이에 각종 유튜브 영상은 급속도로 증가했지만 이에 대한 관련 법령이나 제제 사항은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특히 근거도 없고 법적 책임도 안 지는 가짜 영상이나 특정 소수자를 혐오 공격하는 시선으로만 바라보는 유튜브 영상들은 결코 바람직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 이에 대해서는 범정부 차원에서 이런 영상들의 폐해를 분석하고 맞춤형 관련 법안을 신설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한편으로 영상을 자주 보는 시청자의 각성도 필요하다. 정치적 이슈의 경우 한쪽의 의견만 듣기보다는, 다른 쪽의 영상도 구독 신청하여 이를 비교하여 바라보면서 균형 잡힌 시선을 정립하는 것이 필요하다.
잊지 말자.
알고리즘을 통해 편리한 생활을 제공받는 것만큼 우리 스스로도 이에 대한 비판적 성찰과 자제력, 통제력을 길러야 한다는 사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