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뻘짓' 이라 함은 전라도 사투리로서 '허튼짓, 별 쓸모없는 짓'을 지칭한다. 즉 본인 수고(인풋)에 비해 아무 성과나 생산성 없는 짓을 가리키는 것으로 가시적인 아웃풋이 없는 상태를 말한다.
'뻘짓'의 정의가 이러하다면 난 실제로 뻘짓을 많이 한 편이었다. 지난 2년간은 유튜브나 온라인 강의에 빠져들어 나 스스로 수업 동영상을 계속 만들기도 했었고, 올해는 이렇게 브런치 글쓰기에 수고를 아끼지 않고 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이런다고 나에게 들어오는 수익이나 각종 인터뷰 요청, 뭔가 유명해짐 이런 것은 단 1도 없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내 '뻘짓'은 정말 아무런 성과가 없었을까? 이 글에서는 올해 포함해 뻘짓했던 지난 3년간을 되돌아보며 나 자신을 성찰하는 시간을 가지고자 한다.
유튜브 영상제작에 매달렸던 지난 2년
처음 사범대에 들어갔을 때 내 목표는 ebs의 유명한 스타강사가 되는 것이었다.
'재밌는 언변, 기가 막힌 판서, 문제의 핵심을 정확히 꿰뚫는 통찰력'
이 모든 것을 갖추고 학생들에게 유명한 스타강사는 나에게 부러움의 대상이었고, 나도 언젠가는 그들과 같은 자리에 서는 것을 목표로 잡았다. 막상 임용시험에 합격하고 교사가 되었을 때도 내 꿈은 여전했다. 앞으로도 수업을 계속 열정적으로 하다 보면, 언젠가 남들 눈에 띄거나 소문이 나서 잘되겠지. 그리고 기회가 오겠지. 이런 생각으로 살았다.
그런데 그런 기회가 실제로 올 수 있을 것 같았다. 바로 유튜브를 통해서 말이다. 내가 유튜브에 수업하거나 강의하는 영상을 올리고, 이것이 유명세를 탄다면 나도 뭔가 잘 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때부터였다. 수업 동영상 제작에 매달렸던 시기가..
하지만 수업 영상 제작은 말처럼 쉽지만은 않았다. 우선 영상을 보는 사람의 편의를 생각한다면 중간에 말을 더듬거리거나 침묵하는 시간을 없애야만 했고, 처음부터 끝까지 분명하고 또박또박한 어조로 수업 내용을 전달할 필요가 있었다.
이를 위해서 우선은 대본 제작에 매달렸다. 짧은 시간이면서도 핵심적인 내용들을 대본에 담기 위해서 우선은 수업 내용 재구성부터 해야 했다.
'이 교과 내용들 중에서도 좀 더 핵심적인 내용은 뭘까?'
'어떻게 하면 이 어려운 부분을 좀 더 쉽게 설명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이 내용이 아이들 귀에 쏙쏙 들어올까?'
나는 방과 후나 공강 시간에도 여기에 매달렸고 때로는 빈 교실에서 혼자 내용을 되뇌며 설명해 보기도 하였다. 그리고 영상을 올릴 때는 몇 번이나 다시 반복하여 실수한 설명은 없었는지, 조금 어색한 표현은 없었는지 되짚어 보며 영상을 올렸다.
하지만 그렇게 영상제작에 많은 노력을 하고 아이들에게 시험기간 활용하라고 적극 홍보하였음에도 조회수는 신통치 않았다.
시험기간에만 잠깐 조회수가 반짝할 뿐 아이들이나 타인은 좀처럼 내 수업 영상을 시청해주지 않았다.
딱히 누구를 탓할 필요는 없었다. 스스로 생각할 때 이렇게 된 데에는 이유가 있었기 때문이다. 원래 영상은 시각적 효과와 흥미 유발이 중요한데 내 영상은 남들 영상에 비해 뛰어난 시각적 효과도, 그렇다고 흥미를 유발할 만한 입담이 있는 것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결국 나의 이런 영상제작 활동은 생산성 없는 '뻘짓'으로만 남았다. 수업 관련 영상을 만든다고 업로드한 영상만 120개가 넘었지만 조회 소식은 감감 무소식이었고'구독과 좋아요'도 형편없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내 뻘짓은 남는 것이 있었다.
우선은 실제 현장에서 수업할 때 애들 앞에서 더 이상 쫄지 않고 대화하듯이 설명할 수 있었다. 이전에는 '실수하면 어떡하나. 이 복잡하고 어려운 것을 대체 어떻게 설명하지?' 고민의 연속이었는데 평소 유튜브 영상을 제작하면서 이런 과정과 고민을 몇 번이고 반복하다 보니 어느새 자신감이 생겨 버렸다.
해당 내용에 대해서는 대본 읽듯 머릿속에서 설명이 자연스럽게 술술 나오게 되었고, 그러다 보니 수시로 애들 표정과 집중도까지 체크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또 내용 재구성과 영상편집 과정에서 100페이지 분량의 수업 대본과 각종 사진자료, 수업자료도 덤으로 얻을 수 있었다.
두 번째는 영상이 인기를 못 얻은 이유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내 한계를 깨닫고 앞으로 보완할 점이 무엇인지를 알았다는 점이다. 영상의 시각적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영상 제작 기술을 체계적으로 배워야 하고, 영상을 흥미롭게 만들기 위해서는 각종 입담도 중요함을 깨달았다. 특히 내가 가르쳤던 학생 중 한 명은 구독자 20만 명의 유투버인데 이 학생은 유투버가 되기 전에 직접 방송국 아카데미 학원을 다니며 많은 준비를 하였다고 한다. 해당 학생의 사례는 나에게 좋은 본보기가 되었다.
세 번째는 영상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몰입'의 즐거움을 느꼈고 이는 내 학교 생활에도 긍정적 효과를 유발했다는 점이다. 사실 그동안의 나는 나태했다. 학교라는 좁은 공간 속에서 늘 규격에 맞는 획일적인 행정업무만 반복하고 있다 보니, 내 수업조차 점점 획일적이고 평가만을 위한 수업이 되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영상을 제작하는 일에 몰입하는 과정에서 신선함과 활력을 되찾았고, 이는 학교에서 수업하거나 근무하는 내 태도에도 좋은 영향을 끼쳤다.
유튜브 영상 제작을 중단하고 나서 올해는 브런치 글쓰기에 매진하고 있다.
올해는 활동 방향을 바꾸어 학교에서 일어난 일들을 에피소드로 브런치 글쓰기 활동을 꾸준히 하고 있다. 나는 평소 말보다는 글로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을 좋아한다. 한편으로 학교는 1000명의 아이들이 8시간 동안 활동하면서 하루에도 수많은 이야깃거리들이 발생하는데 이를 그냥 흘려보내기에는 아쉬운 점이 너무 많았다. 그래서 평소 글쓰기를 통해 구독자들과 함께 과거를 되짚어보고, 그 의미를 찾고, 이를 스스로 성찰해보는 시간을 가지고 싶었다.
한편으로 내 인생 버킷 리스트 중 하나가 책 한 권을 출간하는 것이다. 물론 책을 출간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란 것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브런치를 통해 꾸준히 글쓰기 실력을 연마하고 많은 이야깃거리를 남길 수 있다면 이를 수합하여 '사람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책 한 권은 출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지금까지의 내 글쓰기 활동이라 해봤자 아직 걸음마 단계이고 필력도 많이 부족한 점은 인정한다. 하지만 6개월 동안 글쓰기 과정에서 좀 더 글을 예쁘게 쓰는 방법을 고민했고, 문장을 가다듬고, 한편으로 글 소재를 찾아 꾸준히 독서하며 세상에 대한 지식도 넓히는 활동을 할 수 있었다.
교사는 아이들에게 수시로
'자기 계발을 해야 한다.'
'활력 있게 생활해야 한다.'
'창의적이고 새로운 사고를 해야 한다.'
'뭔가에 몰입하고 집중하는 경험을 해봐야 한다.'
등의 잔소리를 한다. 그런데 정작 그런 잔소리를 하고 있는 교사는 그렇게 살고 있는가?
사람은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실천할 때 활력 넘치고 가장 행복감을 느낀다고 한다. 한편으로 창의성이나 새로운 사고는 기존의 것에 얽매이기보다 기존의 틀을 파괴하는 것에서 나온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행정업무나 공문서에 집착하는 교사보다 뭔가 자신의 전문성 신장과 자기 계발을 위해서 몰입할 줄 아는뻘짓하는 교사들이 많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