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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공립학교 교사에게 헤어짐이란?

by 한동훈

현재 나는 교직에 몸 담은지 11년째이고 근무한 학교는 이곳이 세 번째 학교이다. 이 학교에 몸 담은지도 이제 4년째가 되어서 올해는 전보 내신(학교 근무지를 옮김)을 쓰기로 결정하였다.


일반적으로 국공립 학교 교사가 한 학교에 머물 수 있는 기간은 최대 5년이다. 그래서 보통 4-5년 차가 되면 내신을 쓰는 경우가 많고, 개인 사정에 따라서는 2-3년 차일 때 학교를 옮기는 경우도 있다.


큰 학교를 기준으로 봤을 때 한 학교에 몸 담고 있는 교사는 60-80여 명이 되는데 연말이면 매년 20-30여 명이 기간 만료에 따라 학교를 다른 곳으로 옮긴다. 따라서 교사들에게 동료 교사들과의 '헤어짐'이란 참 익숙하면서도 낯설지 않은 단어이다.


가끔씩 일에 집중하다 보면 1년이 그냥 지나가고 또 새 학기 준비에 바쁠 때가 있는데, 이럴 때는 내 주변 선생님들이 작년부터 봐왔던 사람인지 올해 처음 본 사람인지 헷갈릴 때가 있다. 그만큼 사람이 수시로 바뀌고 교체되다 보니 내 주변 교사들과의 인간관계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 볼 여력이 없는 탓일 게다.


올해 나는 학교에서 남들이 하기 꺼려하는 일들은 도맡았다. 선도위원회와 현장체험학습뿐만 아니라 교과부장, 학업중단관리위원회, 위기학생관리위원회, 교문지도관리, 총무 등 잡다한 업무까지 도맡았다.


생각해보면 이 학교에 몸 담은지는 벌써 4년째가 되는데 학교에서 내가 해놓은 뚜렷한 성과도 실적도 없는 상황이었다. 떠나기 전에 뭐라도 하나 족적을 남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한편으로는 열심히 사는 교사가 되어야지 세월만 흘려보내는 교사가 돼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도 있었다.


아직은 2022년 종료까지 두 달이 남았지만 지난 시간을 돌이켜 보면 올해 내 교직 생활은 참으로 파란만장했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도 있었고 맡은 업무가 선도 위원회다 보니 문제 아이들, 학부모들과의 갈등 및 부딪힘으로 인해 자칫 심각해질 뻔한 상황도 몇 번 있었다. 가끔씩 그럴 때는 "왜 내가 올해 이런 업무들을 맡아서 개고생이냐" 생각도 들었지만 다음날 아침이면 "그래도 책임지고 일을 매조 지어야지" 다짐을 하며 스스로 용기를 다지며 앞으로 나선 적도 많았다.


하지만 이렇게 파란만장한 1년을 보냈음에도 현재 그 결말은 너무나 허무하게 흘러가고 있다. 매번 어려운 일에 부딪칠 때마다 스스로 온갖 상황을 가정하고 치열하게 고민하며 일을 치렀음에도 누군가에게 "수고했다. 정말 고생 많았다."는 제대로 된 격려조차 받지 못했다. 어제는 내가 학교 관리자에게 "올해를 끝으로 이제 내신을 쓰려 합니다." 말을 꺼냈을 때 돌아온 답변은 "알겠습니다." 그 한마디뿐이었다.


어젯밤에 운동장을 산책하면서 생각에 잠겼다.


'대체 내가 누굴 위해서 이렇게 학교 일에 매진한 것인가.'

'이렇게 한다고 해서 나에게 돌아온 것은 무엇인가'

'열심히 학교 일을 한 것과 안 한 것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무언가 보상을 바라고 이런 업무들을 맡고 일을 한 것은 아니었지만, 주변의 냉랭하고 사람을 기계 대하듯 무덤덤한 반응은 내 마음도 차갑고 서운하게 만들었다.


그러고 보면 코로나를 전후하여 요즘의 교직 사회 도 이전과 많이 달라졌음을 느낀다.


예전 학교에서는 마지막 헤어짐의 순간이 오면 주변 선생님들 뿐만 아니라 으레 각 부서 선생님들께도 돌아가면서 인사를 드리고 마지막 회식도 가지며 서로 답례품도 교환하고 자주 안부전화도 드리곤 했었다.


하지만 작년과 저 작년부터는 코로나로 인해 이제 교사들끼리도 언택트(Untact) 관계가 됨에 따라 내신 쓰는 분들과는 헤어지는 그 순간에도 서로 얼굴 한번 제대로 못보고 헤어져야만 했었다.


그냥 기계처럼 이전 사람들이 가고 기계처럼 새 사람들이 들어온 것이다.


올해는 드디어 코로나가 풀렸다 하지만 아마 교사들끼리 헤어짐의 순간에는 작년과 별 차이가 없을 것이다. 교사들끼리 관계에서는 아직도 코로나가 풀린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요즘의 학교는 그런 면에서 못내 아쉽기만 하다.


학교는 교사든 학생이든 사람과 사람이 직접 만나고 서로 가르치고 대화하고 배우고 함께 즐기는 공간이다. 그런 학교에서 이런식의 차가운 헤어짐은 나 뿐만 아니라 그 누구에게도 허무한 기분을 안겨 줄 것이다.


학교 구성원이라면 누구나 학교의 의미를 깊이 간직할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마지막 헤어짐의 그 순간이라도 다시 서로 제대로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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