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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파민을 통한 공부전략 짜보기

by 한동훈

지금으로부터 수 십년 전의 일이다.


옛날 내 군대 시절 동기 중에 지방 전문대학교에 재학 중인 동기가 한 명 있었다. 이 동기는 평소 본인 학력에 대한 콤플렉스와 자기가 학창 시절 공부를 한 번도 제대로 해 본 적이 없다는 아쉬움이 많았다. 그런데 어느 날 동기는 "지금부터 일과 후에는 정말 열심히 공부해서 꼭 명문 대학교에 합격하겠다."며 의지를 불태웠다.


동기의 공부 방법은 놀라웠는데 중1 수학 영어 사회 과학 교과서부터 구매해서 고 3 교과서 과정까지 단계적으로 공부를 해나가는 것이었다. 공부를 하면서 동기생은 수시로 "공부가 이렇게 재미있는 것인 줄 몰랐네. 안다는 즐거움이 바로 이런 거였군." 하는 말을 자주 하였다.


그렇게 공부 시간이 1년이 지나고 동기생은 수능시험을 봤다.


결과는 어찌 되었을까?


시험 결과를 물었을 때 동기생은 만면에 미소를 띠고 제대로 대답은 하지 않았다. 그런데 제대 후 어느 날 친구로부터 그 동기생이 한의대생이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동기생의 공부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간혹 우리는 공부를 한다고 마음먹을 때 전략도 없이 무턱대고 하는 경우를 많이 본다. 옛날 공부 용어 중에 '사당오락'이라는 말이 있는데 '4시간 자면 붙고 5시간 자면 떨어진다'는 뜻이다. 어떤 사람은 이런 단순한 말만 믿고, 글이 내 머릿속에 들어오든 말든 하루 종일 책상에 앉아 책만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공부 전략을 이런 식으로만 가져갈 경우에는 성공할 확률은 극히 낮다. 사당오락이 아니라 '사락오락'(4시간 잠자든 5시간 잠자든 떨어지는 것은 똑같다)'인 것이다. 특히 우리 뇌는 잠자는 과정에서도 계속 학습을 진행하는데, 램수면 기간 중 그날 배운 것들을 정리하고, 이를 장기기억 속에 저장하는 일을 수행한다. 따라서 충분한 수면시간 확보는 게으른 것이 아니라, 그날 배운 것들을 기억하고 복습한다는 면에서 전략적으로 상당히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이처럼 공부는 전략적으로 해야 한다. 그럼 공부를 전략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이 글에서는 도파민을 활용한 공부전략을 알아보자.



1. 꾸준히 달성할 수 있는 수준의 목표를 세우자.

도파민은 뇌에서 나오는 신경전달물질 중 하나로서 사람을 기분 좋게 만들어 '행복 호르몬'으로도 불린다. 이런 도파민은 보통 목표가 달성될 수 있겠다는 기대감과 실제 자기가 추구하는 목표를 달성했을 때 성취감을 느끼며 많이 분비된다고 한다.


그럼 이를 통해 공부 전략 한 가지를 구상해 볼 수 있겠다. 바로 매일 공부를 할 때마다 본인이 성취 가능한 수준의 목표를 세우는 것이다. 우리가 게임을 할 때를 생각해보자. 게임이 너무 쉬워도 재미가 없고, 너무 어려워도 재미가 없을 것이다. 반면 어느 정도 도전 가능한 수준일 때는 '어떻게든 미션을 통과해야 해.' 생각하며 의욕적으로 게임에 임할 것이다. 힘은 들지만 열심히 하면 성공할 수 있는 그런 적당한 과제가 주어졌을 때, 도파민은 가장 많이 분비가 된다.


따라서 본인이 학습 전략을 구상할 때는 우선 냉철히 본인의 수준을 파악할 수 있는 '메타인지'가 중요하다. 본인이 고3이나 성인이라 해서 바로 고3 수학 문제지를 푸는 것이 아니라, 본인 수준이 아직 중학교 과정도 이해가 덜된 상황이라면 중학교 수학부터 구체적 목표를 세워 공부함이 바람직하다. 매일 욕심내지 않고 실제 구체적으로 본인보다 한 단계 높은 달성 가능한 수준으로만 접근해서 수행하면 우리 뇌는 도파민을 통해 해냈다는 성취감과 더불어 행복감을 느낄 것이다. 또 이렇게 한 번 맛본 성취감과 행복감은, 곧이어 다음 단계 학습을 하는데도 많은 의욕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이는 비고츠키의 이론 중 근접 발달 영역 내 비계 설정 이론(ZPD)과도 연관되는 전략이다.



2. 목표는 단기적이고 눈에 금방 보이는 수준으로 설정하는 것이 좋다.


이런 도파민은 목표가 지나치게 막연하거나 이상적일 때는 잘 분비가 되지 않는다고 한다. 따라서 목표는 가급적 단기적이고 성취 수준이 금방 눈에 보이는 정도로 잡는 것이 좋다. 우리가 10km 마라톤을 할 때를 생각해보자. 중간중간 표지판 없이 그냥 까마득하게 보이는 평행 선로만을 쭉 달리게 되면 우리는 금방 힘에 부치고 이걸 언제 도달하냐 하는 절망감에 빠질 것이다. 하지만 매 1km마다 표지판을 세워놓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1km, 2km. 사람은 목표에 도달할수록 다음 km 목표를 위해 힘차게 달릴 것이고 7km, 8km까지 달성하고 목표가 가까워질수록 더욱더 스퍼트를 내서 달리게 될 것이다.

둘의 차이점이 생긴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중간중간 목표를 달성할 때마다 우리 뇌는 성취감을 느끼며 도파민을 분비시켜 다시 뛰고자 하는 의욕을 계속 불태우기 때문이다.

<마라톤의 중간중간 거리표시는 목표달성에 도움을 준다>

수능이나 임용시험,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수험생들을 볼 때도 이와 비슷한 상황을 많이 본다. 그들은 처음 1-3월달에는 '올해 말에는 반드시 웃으리라.' 다짐하며 의욕을 불태우며 열심히 공부한다. 그러나 4-6월이 되면 상황이 달라진다. 갈수록 나른해지고 찌든 몸과 더불어, 너무나 막연한 시험 일정 때문에 동기부여는 최저치로 떨어진다. 그리고 이럴 때 마음을 다잡지 못하고 갑갑해하고 방황하며 슬럼프에 빠지는 수험생들을 많이 본다.


수험생활은 1년 동안의 장기 레이스이다. 결국 이를 성공적으로 완주하기 위해서는 앞의 마라톤 표지판처럼 매달 구체적이고 실천할 수 있는 목표를 정하고, 이를 구체적으로 실천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간혹 수험생들 중에 시간이 많이 지났는데도 지치지 않고 계속 장기 레이스를 잘 이어나가는 수험생들을 볼 수 있는데 이들의 공통점은 매 순간 그 날, 그 주, 그 달의 목표를 세워 실천해 나가는 자세를 가졌다는 것이다.


3. 목표를 성공적으로 달성했을 때는 자기에게 충분한 보상을 하자.

우리 뇌는 보상에 민감하다. 자기가 그만큼 노력해서 무언가를 달성했으면 그에 따른 합당한 보상을 원한다.

이 시기에 도파민은 두 번 분비되는데 목표를 달성했을 때 성취감을 느끼며 한 번 분비가 되고, 그에 따른 보상을 받았을 때 또다시 분비가 된다. 그리고 이렇게 두 번 분비된 도파민을 통한 쾌감은 우리에게 다시 한번 동기와 성취 욕구를 북돋아준다.


그런 의미에서 성취에 대한 제대로 된 보상은 정말 중요하다. 간혹 회사나 조직에서 일은 노예처럼 시켜놓고 적절한 보상이나 제대로 된 격려를 해주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는 정말 잘못된 조치이다. 큰 성취나 업적을 이룩한 사람이 얼마 못 가 그 조직을 떠나는 경우가 있다면 이는 그에 따른 충분한 보상을 지급하지 않아 그가 실망했기 때문일 것이다.


실제 우리 뇌는 목표를 달성했는데도 보상을 제대로 받지 못한다면 실망감이 가득하여 도파민 분비가 급속도로 줄어든다고 한다.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는 말은 그냥 있는 것이 아니다. 본인이 노력하여 무언가를 달성했으면 그에 따른 합당한 보상이 있어야 우리 뇌는 다시 의욕을 가지고 일을 시작할 수 있다. 1년을 장기적으로 공부해야 하는 수험생이라면 적어도 한 달에 한 번 이상은 자신에게 주는 셀프 보상을 위해 여행을 떠나거나 하루를 만끽하자. 도파민과 보상이라는 관점에서 당신은 충분히 하루 이상은 만끽할 자격이 있는 것이다.

<수험생활 중 가끔씩 여행은 학습능률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4. 호기심을 가지는 공부를 하고 공부 과목에도 자주 변화를 주자.

근본적으로 우리 뇌는 새로운 것을 좋아하고, 호기심을 가지고 공부할 때 도파민이 더욱 활성화되어 학습 능률이 좋다고 한다. 그런 의미에서 학습을 할 때는 늘 호기심을 가지고 지식을 탐색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예를 들어 오늘은 한국사에서 '나당 동맹과 신라의 삼국통일'을 공부한다고 하자. 이럴 때 스스로에게 셀프 질문을 던지며 학습에 대한 호기심을 유발하는 것이다.


'신라가 왜 굳이 같은 민족인 백제, 고구려를 외면하고 당과 손을 잡았을까?'

'신라는 가장 힘이 약한 나라인데 대체 어떻게 해서 삼국 통일할 수 있었을까?'

'당나라는 왜 신라의 동맹 제의를 받아들였을까?'


이렇게 계속해서 질문을 던지고 그 답을 찾아가는 학습 전략은 아주 능동적인 학습의 일종으로 그날 학습한 것을 오래도록 기억하는 효과가 있을 뿐만 아니라 궁금한 것을 해결했다는 만족감, 교과 지식을 보다 심화 탐구하여 학습하였다는 효과도 있다. 실제 이런 학습 방법은 교사나 교수 등 가르치는 사람들이 매우 좋아하는 학습 방법이기도 하다.(나도 적극적으로 달려드는 이런 류의 학생들을 좋아한다.)


한편 우리 뇌는 새로운 것을 좋아하는 반면에 비슷한 내용, 반복된 지식에 대해서는 금세 지루해하는 경향이 있다. 또 지루함이 심해지면 답답함이 밀려오고 이는 결국 학습에 대한 스트레스와 공부에 대한 거부 반응으로도 연결된다. 그런 의미에서 공부 능률이 오르지도 않는데 고집스럽게 자리에 앉아 책을 붙들고 있는 것이 과연 옳은지 생각해 볼 일이다.


학습에 대해 긍정적 정서를 견지하고 능률적으로 공부하기 위해서는 하루 한 과목만 몰아서 공부하기보다는 여러 과목을 매시간 골고루 분배하여 공부하는 것이 낫다. 예를 들어 영어단어나 독해만 8시간을 한다고 생각해보자. 정말 영어를 즐기는 사람이 아니고서는 너무나 물려버린 영어 때문에 머리에서 거부반응이 올 것이고, 다음날 영어라는 말만 들어도 스트레스가 고조될 것이다. 이보다는 국어 2시간 수학 2시간 영어 2시간 탐구영역 각각 1시간 식으로 공부를 하면 뇌는 지치지 않고 다음날에도 학습을 수행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공부에도 왕도는 있다.


공부에 왕도가 없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내가 볼 때 모든 사람에게 100% 적합한 공부방법이 없어서 그렇지 어느 정도 대부분의 사람에게 통하는 공부 방법은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실제 나의 경우도 충분한 학습전략 없이 그냥 닥치고 공부만 하는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그런 식의 공부는 체력 저하, 스트레스 과다, 나쁜 공부 정서 견지, 집중력 기억력 저하, 학습 능률 저하, 성적 하락으로만 연결될 뿐이었다.


간혹 쟤는 정말 잘 노는 것 같은데 공부도 잘하고 성적도 좋은 아이들이 있다. 그런 친구들에 대해 우리는 '타고난 머리'라고 하지만 내가 볼 때 그건 그들의 작은 비결 중 하나일 뿐이다. 실제 그들의 큰 비결은 공부전략이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 스스로를 파악하는 메타인지와 스스로를 위한 공부 전략을 열심히 연구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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