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랑 함께 동네 도서관에서 책을 검색하다가 초등학교 학습만화로 나온 '공부의 왕도' 라는 책을 읽게 되었다. 초등학교용인데 생각보다 내용이 깊이 있고 중고등학생들도 알아두면 좋은 내용들이 많았다. 이에 해당 책 내용 중 핵심적인 부분을 발췌하여 정리해둔다.
이 책에서는 우선 공부의 중심은 '뇌'라고 알려주고 있다. 따라서 뇌가 좋아하는 공부방법은 따로 있는데 이를 정확히 인지하고 공부를 한다면 효율적으로 공부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실제 책에 따르면 IQ가 성적에 미치는 영향은 고작 4%밖에 안된다고 한다. 나머지는 모두 두뇌 법칙을 잘 활용한 자신의 공부방법과 관계가 있다는 말이다.
1. 분류하여 기억하기
스탠포드 대학교의 바우어가 한 실험이 있는데 첫 번째 그룹에게는 광물의 이름을 뒤죽박죽 섞어서 불러주었더니 참가자 대부분이 약 15%밖에 기억하지 못했다. 반면 두 번째 그룹에게는 귀금속, 일반 금속, 합금 등으로 광물의 이름을 분류해서 불러주었는데 평균 70%를 기억해냈다고 한다. 이처럼 카테고리는 공부나 기억에서 놀라운 힘을 가지고 있다. 우리가 집에서 서랍 정리를 할 때도 양말, 속옷, 바지 등으로 정리해두면 필요한 물건을 빨리 찾을 수 있다. 반면 정리를 해두지 않으면 그만큼 찾는데 오래 걸린다. 뇌 역시 마찬가지다. 카테고리별로 분류해서 기억해두면 인출이 그만큼 쉬워진다.
2. 연관 지어 기억하기
우리 뇌는 따로 떨어진 정보보다 서로 연결된 정보를 더 잘 기억하는 편이라고 한다. 연관 지을 수 있는 방법으로 유사성, 대조, 인접 등이 있는데 이를 앞글자를 따서 '유.대.인' 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영어 단어를 외울 때 가을(autumn, fall)/부유한(wealth, rich) 등 유사한 단어를 묶어서 기억할 수 있고 폭이 좁은, 폭이 넓은(narrow, wide)등 대조의 방법을 쓸 수도 있다. 또한 가난한, 가난(poor, poverty)/깊은, 깊이(deep, depth) 등 인접한 단어를 묶어서 기억할 수도 있다. 연관 지어 기억을 할 경우 뒤죽박죽으로 기억을 할 때보다 무려 2배나 더 많은 단어를 기억할 수 있다고 한다.
3. 덩어리로 기억하기(chunking)
아주 긴 글자나 숫자를 끊어서 읽는 방식을 청킹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820234866877 같은 숫자를 82-02-3486-6877로 하이픈을 넣어서 외우면 보다 쉽게 외워진다는 뜻이다. 심리학자 조지 밀러는 사람은 보통 5개 7개 덩어리까지는 기억할 수 있다고 한다. 우리가 전화번호나 주민번호를 외울 때 하이픈을 통해 끊어서 읽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고 한다. 영어 문장 'john got up early in the morning to practice jogging'을 john got up/ early in the morning/ to practice jogging 으로 끊어서 읽으면 더 잘 기억된다는 이야기다.
4. 이해하면서 기억하기
교사가 수업을 할 때 새로운 개념은 풀이하면서 설명하는 경향이 있다. 이는 무작정 외우는 것보다, 이해하면서 외우는 것이 보다 효과적이기 때문인데 우리 두뇌는 의미 있는 단어보다 의미 없는 단어를 외울 때 무려 10배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한다. 구황작물로 단순히 감자 고구마가 있다고 외우는 것보다 구(구할 구救), 황(흉년 황荒)이라고 해서 흉년일 때 먹는 작물이 구황작물이라고 외우는 것이 효과적이다는 것이다. 즉 모든 물건이나 현상에는 이름이 붙어 있는데 이 이름 붙인 이유를 알면 이해와 기억이 잘 된다는 것이다. 한편으로 현재 대입 수능의 경우도 단순히 암기 위주의 문제보다 이해와 응용을 바탕으로 문제를 내는 경우가 많아서 공부할 때 이해하기는 필수적이다.
5. 선생님처럼 가르치기
자기가 배운 내용을 선생님이 다른 사람에게 설명하듯이 가르치는 방법이다. 이를 통해 자기가 확실하게 아는 것은 무엇이고 어중간하게 아는 것은 무엇인지 파악할 수 있다. 실제 아이들에게 해당 지식에 대해 물어보면 어렴풋이 대충 기억만 하고 있고, 깊이 파고들면 제대로 설명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누군가를 가르치기 위해서는 우선 본인이 확실히 알아야 하기 때문에 좀 더 공부를 깊이 있게 하는 장점이 있다. 멘토 멘티제가 이런 유형의 학습법이라 볼 수 있는데 실제 이 학습법은 멘티뿐만 아니라 멘토의 성적도 올려주는 효과가 있다. 만약 마땅한 파트너가 없으면 본인이 자문자답 형식으로 공부하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6. 앵커링
배가 항구에 닻을 내리듯, 새로운 지식을 공부할 때 우리가 가진 사전 지식과 연결하는 방법이다. 첫 번째 방법으로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과 연결시키는 방법이다. 예를 들어 역사를 공부할 때 자신이 평소 즐겼던 드라마나 영화, 게임 등의 인물이 나오면 우리는 친숙함을 가지고 쉽게 학습할 수 있게 된다. 두 번째로는 일상생활과 연계해 새로운 지식을 공부하는 방법이다. 역사에서 배우는 조공(작은 나라가 큰 나라를 상국으로 모시며 공물을 바치는 것)을 부모님이 조부모 댁을 방문할 때 가져다 드리는 선물로 생각할 수 있다. 한편으로 하사(큰 나라가 조공에 대한 답례로 작은 나라에게 물자를 주는 것)를 조부모님이 부모님과 헤어질 때 싸서 주는 선물로 볼 수도 있다. 앵커링을 쓰면 우리는 공부에 보다 친숙함을 가지고 더 잘 기억할 수 있다.
7. 이야기로 기억하기
사람의 기억은 단기 기억과 장기기억으로 나뉘는데 단기 기억은 뇌의 '해마'라는 부위가 담당하고 있고 장기기억은 대뇌를 덮고 있는 대뇌피질에서 맡고 있다. 하지만 단기 기억을 장기기억으로 바꾸는 것은 쉽지가 않다.
특히 시험에 나오는 지식들은 대부분 의미 기억으로서 30초~몇 분만 지나면 금방 까먹는, 단기 기억으로만 저장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단기 기억을 장기기억으로 저장하기 위해서는 꾸준히 단기 기억을 담당하고 있는 해마를 자극해야 한다. 즉 꾸준히 배운 내용을 반복, 복습을 해야만이 해마는 그 정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여 대뇌피질로 보내게 되고, 단기 기억이 장기기억으로 바뀌게 되는 것이다.
한편으로 우리 뇌는 이야기가 있거나 재미있는 기억을 '일화 기억'이라고 하여 장기기억 속에 쉽게 저장한다. 이를 생각했을 때 우리가 공부하는 지식을 일화 기억과 같이 연계하여 공부하면 우리 머릿속에 보다 장기간 저장할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예를 들어 삼국이 한강을 차지한 순서는 백제(4세기) 고구려(5세기) 신라(6세기)인데 이를 백고무신 456원으로 기억하면 백제 고구려 신라의 한강 차지 순서를 4,5,6세기로 쉽게 기억할 수 있다.
8. 나무보다 숲을 먼저
우리 뇌는 좌뇌와 우뇌로 나누어지는데 좌뇌는 작고 개별적인 정보를 분석하는 것을 좋아하고, 우뇌는 큰 그림을 그리고 전체 구조를 파악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한다. 공부를 할 때도 좌뇌만 쓰는 것보다 좌뇌 우뇌를 모두 사용하는 것이 머릿속에 기억도 잘되고 효율적이다. 그래서 공부를 할 때도 숲과 나무 모두를 봐야 하는데 여기에서 숲은 전체에 해당하고 나무는 개별에 해당한다. 즉 제목 목차를 먼저 살펴보고 개별 내용을 파고드는 방법이 효과적이다는 것이다. 이를 보다 구체화한 방법이 바로 마인드맵이다. 단순히 설명 나열식의 공부보다는 마인드맵을 그려서 전체 내용을 한눈에 파악하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마인드맵의 장점은 기억하고 있던 내용 중 대부분을 잊어도 작은 부분만 다시 기억해 내면 이것이 불씨가 되어 연계된 기억이 다 떠오르게 된다는 것이다. 또한 마인드맵은 우리가 어려워하는 개념을 이미지화하여 기억하여 단순히 글로만 기억하는 것보다 3배의 효과가 있다고 한다.
ps. 이상으로 학습능률을 효율적으로 올릴 수 있는 공부방법에 대해 알아보았다. 해당 내용이 많아서 다음번에 2,3편으로 이어서 글을 적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