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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 잘하는 아이들의 비결은 바로 자기 주도 학습 능력

by 한동훈

내가 담임을 할 때 학급의 1-3등(한 반 30명 학생이라 가정할 시 1,2등급 학생)까지 아이들은 항상 공통점이 하나 있었다. 그건 바로 자기주도학습 능력이 뛰어나다는 것.


여기서 말하는 자기주도학습이란 단순히 자습이나 혼자 공부하는 독학만을 이야기 하는 것은 아니다.


한국 교육 심리 학회에서는 자기주도학습을 학습자 스스로 자신의 학습 목표를 설정하고 그 이후 학습 참여 범위 설계, 학습 전략의 선택, 학습 결과의 평가와 같은 학습의 모든 과정에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학습 형태 로 정의하고 있는데 즉 쉽게 말하면 스스로 학습계획을 세우고 스스로 부족한 바를 찾아 공부하고 성찰하는 학습형태가 자기주도학습이라고 볼 수 있다.


여기서 자기가 부족하다고 판단될 시 외부강사나 학원을 스스로 선택하여 학습을 한다면 이 또한 자기주도학습에 포함될 수 있는 것이다.


이 글에서는 자기주도학습 능력이 뛰어난 학생들의 구체적 특징을 알아보고 이러한 자기주도학습 능력을 어릴 때부터 향상시키기 위한 방법들에 대해 살펴보기로 하자.



1. 학습에 대한 자기효능감이 뛰어나다.


자기주도학습을 잘하는 학생들의 첫번째 특징으로는 학습에 대한 뛰어난 자기 효능감을 들 수 있다. 여기서 자기 효능감이란 어떤 행동을 할 때 그 목표를 성취할 수 있다는 자신에 대한 신념을 말한다.


실제 상위권 학생들은 '누가 그러더라' '이게 좋다더라' 하는 정보나 소식에 흔들리지 않는다. 이들은 자기 자신을 믿고 자기 방식대로 학습할 뿐이다. 그만큼 남들 의견에 따라 이리저리 휘둘리거나 시행착오를 겪을 가능성은 적다.


'내가 노력하면 언제든지 해낼 수 있어' 하는 자신감이 풍부한 이들은 강한 성취욕구를 가지고 학습에 적극적으로 임한다. 실제 이들은 학습이란 것은 궁극적으로 자기 스스로 해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고 자기 스스로 해낼 때 가장 학습 효율이 높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2. 학습에 대한 내적동기를 가지고 있다.


공부하는 과정은 참으로 길고 긴 장기레이스이다. 그 과정 중에는 오르막길도 있고 굴곡이 심한 길도 있다. 따라서 공부하는 과정이 항상 즐겁다면 이는 거짓말이다. 하지만 이들은 비록 전부는 아니라도 특정 과목이나 특정 시점에서는 학습 그 자체에 대해 즐거움을 느낄 때가 있다.


이를 '내적동기' 라고 하는데 이들은 몰랐던 것을 알게 된 것에 대해 만족감을 느끼거나 자신이 학습을 통해 한 단계 더 발전했다는 큰 성취감을 느끼기도 한다. 기본적으로 학습에 대한 내적동기가 발현되기 위해서는 모르는 것을 알고자 하는 마음인 호기심이 갖춰져야 한다. 이들의 평소 마음 속에는 호기심이나 궁금증이 가득하다.


'전기가 통하는 원리는 무엇인가?'

'원주율은 왜 3.14일까?'


이들은 모르는 것을 알고자 하는 욕구가 강하고 그 렇게 알게 되는 과정에서 지식은 이들의 머릿속에 깊이 각인되고 정교화된다.



3. 메타인지 능력이 뛰어나다.


메타인지란 자신의 인지 과정에 대한 인지 능력으로 '내가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를 알고 있는 것'을 말한다. 자신의 부족하거나 보충할 부분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이들은 해당 부분을 집중적으로 공부하고 학습 시간을 효율적으로 배분함으로써 자기에게 최적화된 학습을 실현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은 이런 메타인지 전략을 효과적으로 구사하지 못한다. 그저 학교 수업을 따라가기 바쁘고 학원에서 시키는대로 숙제를 하다 보면 하루 공부를 마무리한다. 여기에 수행 과제나 학교의 비교과 활동까지 하다보면 체력 부족에 허덕이면서 자신의 학업에 대해 진지하게 성찰하기가 힘들다. 참으로 안타까운 대목이라고 할 수 있다.



4. 자신의 꿈에 대한 확고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


사람이 적극적으로 활동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바로 동기부여와 성취에 대한 기대감이다. 앞서 말했듯 공부란 것은 지난하고 굴곡이 심한 과정이다. 학생이 이를 이겨내기 위해서는 이런 과정을 극복하고 나면 그에 따른 밝은 미래와 보상이 따른다는 기대감이 있어야 한다.


실제 자기주도학습을 효율적으로 실천하는 학생일수록 자기 목표나 꿈이 분명하고 이를 반드시 이뤄내겠다는 강한 성취 욕구를 가지고 있었다. 반면에 목표나 꿈이 불분명할수록 아이들은 수업시간 집중력이 떨어졌고 학습에도 적극적으로 임하지 않았다.



그럼 이런 자기주도학습 능력을 키워줄 수 있는 방법에는 무엇이 있을까?


1. 어릴 때부터 아이가 스스로 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부여해야 한다.


우리는 보통 아이가 처음 태어났을 때 아이의 수면, 식사, 놀이 등 모든 면을 신경쓰게 된다. 하지만 이런 습관이 굳어져 아이가 4-5살이 될 때까지도 계속 이런식으로만 키운다면 이는 오히려 아이를 망칠 수도 있는 길이다. 부모에게 강하게 종속되거나 보호되는 아이일수록 생각하는 힘이 부족해지고 창의력이 떨어진다고 한다. 부모라는 울타리 속에 갇혀 있다보니 아이 스스로 굳이 자기 능력을 발전시키거나 의욕적으로 뭔가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안하게 되는 것이다.


생명체가 진화하는 과정에서 뇌라는 것이 생겼다. 하지만 이 뇌는 같은 생명체인데도 식물에게는 없고 움직이는 동물에게만 있다. 동물에게만 뇌가 생긴 이유는 간단하다. 동물은 이동을 하면 항상 주변에 포식자가 도사리고 있다. 이에 동물은 빨리 반응해서 피해야 만이 생존확률을 높일 수 있다. 변화를 빨리 감지해서 반응하는 쪽으로 가다보니 신경계가 발달했고 그것들이 발달해서 중추신경계가 되었고 이것이 지금의 뇌가 되었다. 말미잘은 원래 동물이었다. 바다에 떠다니는 유충 상태일 때는 뇌가 존재했는데 바위에 정착한 상태(식물)부터는 필요가 없어졌다. 지금의 말미잘은 뇌가 없다.
<유현준 교수>
<지금의 말미잘은 뇌가 없다.>


아이에 대한 지나친 보호는 결국 아이 스스로 외부 환경에 대한 감각을 키우고 부딪치고 또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새로운 생각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한다. 놀이란 것이 왜 중요한가? 바로 아이들끼리 규칙을 정하고 재미를 위해 새로운 놀이를 찾고 갈등을 조정하는 과정에서 창의성과 사회성이 발달하기 때문에 중요한 것이다.


자기주도학습(능력)은 청소년기부터 하는 것이 아니다. 바로 어릴 때부터 시작해야 하는 것이다.



2. 몰입의 기쁨을 느끼게 하자.


앞서 봤듯이 자기주도학습을 잘하는 아이들은 강한 자기 효능감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이런 자기 효능감은 하루 아침에 생기는 것이 아니다. 아이에게 사소한 것이라도 여러 번 성공의 경험이 축적 되어야 아이는 자신감을 가지고 자기 자신이 유능한 사람이고 뭐든지 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


아이에게 성공의 기쁨을 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 바로 아이가 몰입하고 있는 것을 계속 격려해주는 것이다. 아무리 평균 능력이 떨어지는 아이라 해도 적어도 자기가 몰입하고 있는 것 만큼은 남들보다 뛰어나거나 잘할 확률이 높다. 그리고 이렇게 아이가 특기를 발휘하는 분야는 곧 아이의 자기 효능감으로 연결된다. 아이가 몰입을 통해 나도 잘할 수 있다는 성공의 기쁨을 맛보게 되면 아이는 해당 자신감을 바탕으로 다른 분야에 대해서도 적극적이고 자신감 있게 임할 수 있을 것이다.



3. 스스로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실천하게 하자.


아직 아이가 너무 어리다면 처음부터 자기주도학습을 시켰을 때는 잘 안될 때가 있다. 아직 자기가 무엇을 공부해야 하는지도 모르고 자기주도학습의 정의조차 모르는 아이에게 다짜고짜 자기주도학습을 시켜봤자 큰 소용은 없을 것이다. 이럴 때는 부모의 도움이 필요하다.


특히 요즘 같은 방학 때는 아이와 같이 협의하여 아이 주도적으로 생활 계획표를 세우고 이를 실천하게 끔 유도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부모가 일방적으로 짜준 스케줄이나 학업계획은 아이에게 스트레스를 줄 뿐만 아니라 아이를 수동적인 존재로 만들고, 학습 의욕을 감소시킬 것이다.


실제 아이가 스스로 계획을 세우고 행동에 임할수록 행복 호르몬인 세로토닌이 분비되고 의욕 호르몬인 도파민이 활성화된다고 한다. 특히 우리 뇌는 자기 스스로 자기 몸과 행동을 통제할 수 있다는 생각 즉 자기 통제감을 가질수록 행복감을 느끼고 의욕적으로 행동하게 된다고 한다.



4. 자기주도학습을 습관이 되게 하자.


처음 우리가 웨이트 할 때를 생각해보자. 첫날 웨이트를 배우고 나면 팔이나 다리 근육 중 아프지 않은 부위가 없고 다음날 웨이트를 쉬고 싶은 생각만 절실할 것이다. 하지만 이런 과정을 꿋꿋이 일주일, 한달, 3개월 버텨 내면 우리 몸의 근육도 이 패턴에 적응해 버려 더이상 쑤시지도 않고 크게 힘들지도 않을 것이다.


공부란 과정도 마찬가지이다. 평소 하지 않던 자기주도학습을 첫날 시행하게 되면 영 어색하고 힘들 수도 있다. 그래서 둘째날 셋째날 계속 해보라고 아이에게 말하면 아이는 거부 반응만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몇날 몇일 꾸준히 자기주도학습을 반복하게 되면 이는 습관이 되어서 더이상 아이는 거부 반응을 일으키지 않고 자연스럽게 진행하게 될 것이다.


해야 하는 일이 습관이 된 순간 우리 몸은 무의식적으로 움직이고 자동적으로 시행한다. 무의식의 행동에는 감정이 개입할 여지가 없다. 즉 자기주도학습이 무의식의 습관이 된 순간 우리는 더이상의 하기 싫은 감정도, 더이상의 거부 반응도 가지지 않고 자연스럽게 하게 된다.



자기주도학습을 할 때 부모는 마냥 손놓고 있어야 하는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지 않다. 자기주도학습이란 아이가 학습 분야에서 자기 스스로 학습을 실천하는 것이지 아이에 대한 정서적, 물질적 도움까지 부모로부터 받지 않아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특히 고등학생을 보고 있으면 매년 숱하게 학업을 하면서도 좌절할 순간들이 생긴다.


1학년때는 처음 겪어보는 1-9등급까지의 내신 등급제에서 생각만큼 나오지 않는 자기 성적에 한번 크게 좌절한다.(이는 당연하다. 중학교에서는 절대평가와 성취평가제를 실시하고 있는데 한 학년의 30-40%까지 과목A를 받는다. 하지만 고등학교 등급제가 되면 1등급은 4% 학생만, 2등급은 11% 까지의 학생만 받을 수 있다.)

2학년때는 1학년 때에 비해 훌쩍 어려워진 과목 난이도에 또다시 한번 좌절한다. 특히 2학년 때는 국어 영어 수학 과학 등 1학년때에 비해 어려워지지 않는 과목이 없다. 이해도 안되고 시험난이도도 급격히 올라간다. 그래도 1학년때 학업의 끈을 놓지 않은 학생들이 2학년때부터는 포기하는 경우가 생긴다.

3학년때는 짧은 시간에 기하급수적으로 시험봐야 하는 과목이 늘어남에 또 한번 좌절한다. 그렇지 않아도 대입을 눈 앞에 두고 있는 3학년때는 정시면 정시, 수시면 수시, 면접이면 면접 등 아이들이 챙겨야 할 것들이 너무 많다. 그런데 시험보는 과목은 또 1,2학년때에 비해 더욱 늘어난다. 대입 성적이 3학년 1학기까지만 들어가는 관계로 아이들에게 3학년 1학기 중간-기말고사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런데 어찌하랴! 과목 석차를 가리기 위해 시험 과목은 늘어났는데 시험 난이도는 더 어려워졌으니 말이다. 그래서 3학년때 아이들 성적을 보면 과목들 별로 들쭉 날쭉한게 대다수이고 기복이 굉장히 심한 편이다.


이렇게 고등학교 3년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에도 아이들은 좌절하고 힘든 순간이 참 많다. 당연히 부모의 진심어린 관심과 케어가 필요하다.


자기 주도 학습을 실천하는 아이에게 가장 적합한 부모 유형은 바로 파트너형 부모이다.


파트너형 부모란 아이를 직접적으로 지시하거나 감독하지는 않지만 늘 옆에서 안정적으로 지켜보며 자녀에게 정서적, 물질적 지원을 아끼지 않는 것이다. 실제 내가 상담한 최상위권 학생들의 부모들은 모두 이 유형에 속했다.


나는 상담할 때마다 물었다.


어머님 OO이는 학업성적도 참 좋고 인사성도 바르고 자기주도학습도 잘하던데 대체 비결이 뭐에요?

글쎄요. 아이가 워낙 잘해서 제가 한 건 딱히 없었고요. 그냥 믿고 맡겼을 뿐이에요. 다만 아이가 힘든 일은 없는지 수시로 살피고 아이가 어느 과목이 어렵다거나 보충이 필요하다 하면 그냥 그것 같이 알아봐주고 조언하곤 했지요. 그냥 그게 전부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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