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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동훈 Mar 31. 2023

요즘 사람들은 왜 자신을 불행하다고 여길까?

출산율이 갈수록 곤두박질치는 이유

0.78명


2022년 대한민국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아이의 비율이다. 우리나라 출산율은 OECD 세계 최저 수준이며 OECD 평균 합계 출산율 1.59명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순위가 한단계 위인 이탈리아(1.24명)와 비교해도 그 차이는 적지 않다.


이처럼 한국에서 출산율이 급격하게 떨어진 데에는 분명한 이유가 존재한다. 바로 비혼족, 즉 젊은 사람들 중에 결혼을 선택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고 딩크족, 설령 결혼을 하더라도 애를 안낳는 사람들이 많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면 이상한 일이다.


분명 우리는 지난 100년 동안 눈부신 경제성장을 했고, 이제는 대한민국 사회에서 굶어죽는 사람은 눈을 씻고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시대가 되었다. 더구나 옛날과 달리 아이가 태어나면 출산 축하금도 주고 어린이집을 등원하는 가정에는 매달 정부 보조금도 꼬박 지급된다. 뿐만 아니라 초중고 학교는 무상교육에다 무상급식까지 제공하고 있다.


 반면 5-60년전의 사회는 어떠했나? 당시에는 정부의 이런 서비스 제공은 없었을 뿐만 아니라, 각 가정에서는 10평 남짓한 좁은 단칸방에 7,8명의 식구가 불편하게 뒤섞여 생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런데도 당시에는 각 가정당 아이를 5-6명 이상씩 많이 낳았다. 분명 객관적 환경은 지금이 훨씬 더 좋아졌는데 왜 현재는 사람들이 아이를 낳지 않는 것일까?



1. 스스로를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요즘 사람들.   


책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에 따르면 인간이 느끼는 행복은 자기 내면의 것으로 '객관적 조건+주관적 기대'가 결합한 산물이라고 한다. 여기서 객관적 조건이란 내 주변의 환경을 말한다. 앞에서 말했듯 분명 객관적 환경은 이전 사회에 비해 지금이 나아진 것은 틀림없다.


하지만 이런 환경은 모두가 상대적이다. 즉 내 주변이 자전거나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는 환경에서는 내가 가지고 있는 국산 자동차가 월등해 보이고 (우월감을 통해)행복감을 느끼게 해주겠지만, 내 주변이 벤츠 이상의 차를 가지고 있는 환경에서는 내 국산차가 한없이 초라해 보이고 비참함을 느끼게 해 줄 것이다.  


실제 한국인들은 늘 비교 문화에 익숙하다. 이는 좁은 면적에 많은 인구가 붙어 살고 는 한국의 지리적 특성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학창시절 외모 학업 운동 등에서 늘 남과 비교 평가를 받으며 자라온 한국의 교육 환경적 도 있을 것이다.


분명한 것은 요즘 사람들의 눈높이와 기대치는 본인 현실에 비해 하늘을 찌른다는 것이다. 모두가 서울 강남 이상 지역의 신축 아파트를 꿈꾸고 자신의 연봉이 적어도 수억대가 되기를 희망한다.


 특히 요즘은 인터넷의 발달로 조금만 검색하면 우리는 상위 1%의 삶이 어떠한지 상위 10%의 삶은 어떠한지 영상을 통해 금방 확인하고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자신의 환경과 상위층의 환경을 비교할 수 있게 되고 자신의 환경을 한없이 초라하게 느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는 결국 자기 스스로를 불행한 인간으로 여기게끔 만들게 된다.


정보화의 역설이다. 기술 정보의 발달로 우리는 상류층의 집을 보고 그들의 삶이란 어떤 것인지 마음껏 찾아보고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 이에 따라 우리의 주관적 기대(눈높이)도 하늘 무서운 줄 모르고 거기까지 올라갔다. 하지만 정작 그 곳에는 도달할 수 없다. 도달할 수 없는 꿈에 우리는 계속 해서 좌절한다.



2. 미래가 보이지 않아서 애를 안낳는다? 오히려 더 잘 보여서 문제다.


요즘 사람들이 아이를 낳지 않는 이유가 미래가 너무 불투명해서 그렇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오히려 미래가 너무 잘 보여서 문제다. 정보화 시대인 요즘에는 몇차례 검색만 하면 아이 한 명당 드는 비용이 얼마이고 아이 학원비, 식비 등에 대해서도 자료를 충분히 찾아볼 수 있다. 또한 아이가 원하는 직종이나 원하는 대학에 진학하기 위한 방법도 충분히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쉽고 편리한 정보의 제공은 신혼 부부들이나 아이를 가진 부모들에게는 오히려 큰 좌절감만 불러일으키고 있다. 특히 아이를 낳는 순간부터 경제적 부담이 상당해 보이고, 아이를 대학에 보내기까지 사교육비, 아이가 취업에 성공할 때까지(아이가 30살이 될때까지, 부모는 65살이 될때까지)계속 뒷바리지를 해야 한다는 현실 정보는 그들에게 아이를 엄청난 소비재이자 부담으로 느끼게끔 만든다.


특히 일반 직장인들의 퇴직 나이를 50-55세로 잡았을 때 65세까지의 아이 뒷바라지는 퇴직 후 자기 몸 하나 건사하기 힘든 부모 입장에서는 생각만 해도 끔찍한 길이다. 이에 그들은 차라리 아이를 가지지 않는 딩크족이 되거나 아니면 한 명만 나아서 제대로 키우자는 쪽으로 생각이 기울게 되는 것이다.


반면 옛날에는 어떠했나? 사실 따지고 봤을 땐 옛날이 지금보다 아이 키우는 환경은 더 안좋았을 것이다. 더구나 그때는 제대로 된 정보가 없다보니 모든 것이 막연했고 불투명했다. 그래서 그때는 옆집 따라 일단 낳고 키워보자는 식으로 단순하게 아이를 많이 낳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당시에는 막연한 기대감이 있었다. 당시 우리 경제가 잘 나갈땐 매년 10%씩 쭉쭉 성장했던 시기라 경제 성장에 발 맞추어 살림살이가 그래도 계속 나아질거라는 희망이 있었다. 또 5-6남매 중 한 두 명이라도 학업으로 큰 성공을 거두면 그들이 집안살림을 일으켜 세워줄거라는 기대감도 존재 했었다. 당시 어른들은 그렇게 아이를 키웠고 그 아이들은 순탄하게 사회직장인이자 다시 어른이 되었다.



3. 기대감을 주고 행복감을 줄 수 있는 사회가 만들어져야        


하지만 요즘의 시대는 어떠한가? 모든 것이 데이터화 되어 있고 앞으로의 경제 상황에 대해서도 모든 것이 산술적으로 예측 가능한 요즘 시대에는 부모들이 가질 수 있는 기대감이란 너무 적다.


또한 '개천에서 용난다'가 가능했던 옛날과 달리 요즘은 어릴때부터 한번 정해진 수저가 바뀌지 않고 계층이 공고화되다보니, 본인이 중류층 이하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차라리 아이 낳는 것을 포기함으로써 자신 세대에서 수저의 대물림을 끊어버리고자 하는 것이다.


물론 꼭 많은 출산이 답이 된다고 볼 수는 없다. 특히 우리나라는 좁은 면적에 지금도 인구가 많은 상황이다 보니 인구가 정체상태, 나아가 점차적으로 줄어드는 과정도 때론 필요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지금과 같은 0.78의 출산율은 점진적 하향화가 아니라 급격한 하향화란 면에서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고 향후 청년층의 노인들에 대한 경제부담 증가, 나아가 국가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


사람은 기대감을 먹고 산다. 늘 미래에 대해서는 더 나아질 것이란 기대를 하고 행복해질거라는 상상을 하기 때문에, 사람은 활동하고 움직이고 일하고 무언가를 창조해낸다. 또 그런 이유 때문에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낳는 것이다.

 

단순히 출산한 가정에 100만원을 제공한다고 해서 그 가정에 없던 미래가 생기고 기대감, 행복감이 샘솟지는 않는다. 출산한 가정, 또 출산할 청년들을 위해서 진정으로 그들에게 기대감과 행복감을 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지 사회적으로 진지한 고민과 연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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