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 퀀트의 독일 여행

8. 인수합병

by 파워 퀀트

마지막 글이 2025년 6월 1일이었으니, 글을 다시 쓰기 시작한 지 거의 7개월이 됐다. 그 사이에 큰 변화가 하나 있었다. 지금 다니는 Flex Power GmbH가 Citadel에 인수됐다. 작년 7월 말에 모든 직원들에게 공표가 되었다. 언론에 공표될 때까지는 가족을 제외하곤 모든 사람들에게 비밀로 해야 했다. 그리고 10월 중순에 회사는 언론에 공표했다. 아래 사진의 본문은 여기서 찾아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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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합병 이후로 회사 내에서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먼저, 모든 고용계약서를 시타델 규격에 맞게 다시 서명해야 했다. 헤지펀드는 Non-Compete Period가 길다고 악명이 높은데, 역시나 그랬다. 퇴사를 하고 난 뒤 비슷한 업종에 취지는 장기간 동안 할 수 없다는, 계약서에 사인을 해야 했다.

연봉에도 변화가 있었다. 살아남은 사람들은 연봉이 올랐다. 이 과정에서 누군가는 잘렸다. 일례로, 내 친한 동료는 나랑 아침에 대화하다가 오후에 갑자기 잘렸다.

CEO가 어느 날 나에게 스케줄이 잡히지도 않은 화상 채팅을 갑자기 걸었다. 순간적으로 나는 그다음 순서가 나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냥 업무 관련된 채팅이었다. 비록 내 차례는 오지 않았지만, 나는, 나도 언젠가는 갑작스러게 사라질 수 있다고, 여기는 결코 안전한 곳이 아니라고 스스로에게 되새기는 버릇이 생겼다.

신규 고용도 모두 반려되었다. 우리 Quant 팀은 인수합병 과정에서, 신규 고용을 진행 중이었다. 그런데 인수합병이 끝난 뒤, 시타델에서, 진행 중인 고용 절차를 모두 멈추라고 했다. 우리 팀은 조금 충격 (그리고 분노)을 받았다. 시타델에선, Front Office (Quant, Manual Trader) 인원은 가능한 적게 유지하라는 방침을 내놓았다.

인수합병은 작년 12월에 끝나지만, 지금은 Flex Power를 시타델에 흡수하는 과정에 있다. 시타델 계정과 출입증을 만들고, 시타델 업무용 노트북을 받는 등 Flex Power에 시타델이라는 색깔을 입히는 중이다.


이 글을 계속 쓰는 게 맞는지 고민을 했었다. 첫 번째 글에서 나는 테크니컬 한 부분을 다룬다고 했었다. 그런데 이 부분을 이 글에서 다루면 시타델 비밀 조항을 위반하는 격이 된다. 그래서 지금까지 썼던 모든 글들을 다시 지우고, 오로지 일상만을 다루는 글을 쓸까 생각도 해보았다. 그런데, 오늘, 전 편 글에서 어떤 구독자께서 남겨주신 댓글을 보았다. 글을 잘 보고 있다고, Power Trading에 관심이 있다고. 그래서 나는 이 "파워 퀀트의 독일 여행"을 계속 쓰기로 했다. 기술과 전략을 다루는 부분은 많이 줄어들겠지만, 그래도 이 글을 쓰는 행위가 의미가 없진 않다고 생각한다. Flex Power가 인수합병으로 새로운 시작을 했듯, 나도 오늘 이 글을 쓰면서 새로운 시작을 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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