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나 진짜 붙었어
“와….”
정말 운이 좋았다고밖에 표현할 수 없었습니다.
휴대폰 화면에 ‘OO기업 신입사원 서류전형 합격을 축하드립니다’라는 문자가 떴을 때,
저는 그저 얼떨떨한 마음으로 몇 초간 화면을 바라보기만 했습니다.
설마, 내가?
불과 며칠 전만 해도 이 회사에 원서를 써도 될까 고민했던 기억이 생생했습니다.
재계 순위 10위권에 속하는 기업.
계열사에 재직 중인 친구들의 스펙만 봐도,
저는 감히 어울릴 수 없는 곳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래서였을까요.
이번 기회는 두 번 다시 오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만큼 절실했고, 간절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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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지원했던 직무는 기업 사회공헌(CSR: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분야였습니다.
(CSR : 기업이 이윤만을 추구하는 것을 넘어, 환경 보호나 사회적 약자 지원, 윤리적 경영 등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활동을 말합니다.)
전공과도 연관이 있었고, 실제 현장에서의 경험도 있었기에
이 직무만큼은 어느 정도 자신이 있었습니다.
면접을 앞두고 저는 이 회사에 대해 할 수 있는 모든 정보를 찾아보기 시작했습니다.
공식 홈페이지는 물론이고, 보도자료, CEO의 신년사까지 꼼꼼히 살펴봤습니다.
어떤 활동을 해왔는지,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는지, 어떤 가치를 추구하는지—
그 기업의 철학과 방향을 이해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습니다.
‘이 회사만이 할 수 있는 사회공헌활동은 무엇일까?’
많은 기업들이 CSR을 진행하고 있지만,
그 활동들이 투입되는 자원에 비해 사람들의 기억에 남는 정도는 크지 않다고 느꼈습니다.
그저 ‘좋은 일 했구나’ 수준에서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죠.
제가 지원한 회사는 태양광 에너지 기업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친환경’, ‘지속가능성’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다음과 같은 활동을 생각해 봤습니다.
- 지역사회 취약계층 대상의 태양광 설비 무상 지원
- 자사 태양광 설비를 통해 발생한 수익을 지역사회에 정기 기부
- 회사의 기술인력을 활용한 에너지 교육 프로그램 운영
특히 세 번째 아이디어는 앞선 대학생 시절 자유학기제 강사로 활동했던 경험에서 착안한 것이었습니다.
이 회사만이 할 수 있고, 제가 직접 기획할 수 있는 활동이 무엇인지 고민한 결과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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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접 당일이 되었습니다.
면접장 건물 앞에 도착한 순간, 저는 압도당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거대한 건물의 외관, 수많은 사람들,
이곳이 바로 ‘대기업’이라는 걸 실감하게 되었습니다.
대기장소에는 이미 도착해 있던 지원자들이 조용히 앉아있었습니다.
차분하고 자신감 있는 분위기 속에서,
저도 모르게 위축된 마음이 올라왔습니다.
하지만 이내 생각을 정리했습니다.
‘나는 이 직무에 있어서는 누구보다 전문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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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접실에 들어서자 면접관들은 이력서를 천천히 넘기며 읽고 있었습니다.
간단한 자기소개가 끝난 뒤, 바로 실전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지원자는 홍보에 자신 있다고 하셨는데, 어떤 방식으로 홍보할 계획인가요?”
제 옆자리 지원자에게 던져진 질문이었습니다.
그는 유명 홍보회사에서 인턴 경험이 있다고 소개했었죠.
“네, 저는 ○○기획에서 인턴을 했고, 당시 언론사 및 SNS 채널을 통해….”
면접관은 고개를 끄덕이지 않았습니다.
“그러니까, 어떻게 ‘효과적으로’ 홍보할 수 있다는 말씀이신가요?”
지원자는 말을 더듬기 시작했습니다.
“어... 그러니까…”
저는 그 모습을 보며 무릎 위에 올려두었던 손을 꽉 쥐었습니다.
긴장감이 면접장을 가득 메웠습니다.
“다음 지원자에게 질문드리겠습니다.
다소 지원자는 복지 공공기관에서 근무하셨네요?”
“네, ○○시에 위치한 공공기관에서 1년간 근무했습니다.”
“그렇다면 사회공헌활동을 운영해 본 경험이 있을 것 같은데,
당사에서 사회공헌활동을 기획한다면 어떤 방향이 좋을지 설명해 주시겠어요?”
‘왔구나…!’
그 긴장된 분위기 속에서도 저는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예상했던 질문이 정확히 제게 주어진 순간이었기 때문이죠.
사전에 준비한 내용이 머릿속을 빠르게 정리되었고,
저는 자신 있는 목소리로 차분하게 제안을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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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면접을 거쳐 이어진 채용 절차는 정신없이 지나갔습니다.
며칠이 지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 어느 날,
도서관에서 다른 기업의 이력서를 작성하던 중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안녕하세요. 다소님 맞으시죠?”
“네, 맞습니다.”
“저는 지원하신 OO기업 인사팀 담당자입니다.
최종 합격 및 입사서류 안내차 연락드렸습니다.”
"......... 합격이요…? 제가요?”
“네. 자세한 내용은 기재하신 이메일로 확인 부탁드립니다.”
전화를 끊고, 저는 손끝을 진정시키며 조심스럽게 메일을 열었습니다.
그리고 그 순간—
저도 모르게 눈물이 뚝 떨어졌습니다.
전문대를 자퇴하고, 재수 끝에 지방대를 선택했던 날.
비정규직으로 출발했던 사회생활.
그 모든 순간들이 눈앞을 스쳐 지나갔습니다.
부끄럽고, 초라하고, 때로는 포기하고 싶었던 시간들이었습니다.
저는 떨리는 손으로 전화를 걸었습니다.
“엄마… 나 붙었어. 최종 합격이래…”
그날, 도서관 로비 한편에서
조용히, 그리고 한참을 울었습니다.
처음으로 스스로에게 ‘잘했어’라고 말해주고 싶었던 날이었습니다.
[11화에서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