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그런 사람들이 있습니까!

by 소소한 특별함

면접 일정이 잡혔고, 다른 곳과 다르게 준비해야 하는 필수 서류가 있었다.

굳이 이런 게 왜 필요할까? 싶었지만 면접자이기에 준비를 하였다.


면접이 시작되었다.

이메일로 보내달라는 서류를 면접의 상황에 따라 대응하려 가방에 준비만 하고 있던 상태였다.

준비한 서류 제출을 요청하기에 전달했다.

면접장이 꼼꼼하게 서류를 검토한다.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어떤 이유로 필요한지를 물었다.

면접자들의 경력에 대한 참과 거짓을 가리기 위함이라는 말에 깜짝 놀랐다.

누가 그런 거짓말을 한다고!?


10년의 경력이어도 연차만 늘어나는 경우가 있고, 1년 이어도 야무지게 일처리를 배우는 경우를 현장에서 많이 보았기에 필수서류였던 '건강의료보험 자격상실 신고서'는 일처리 능력을 보기 위함이 아님을 너무도 잘 안다. 연차로 일의 숙련도를 가늠하려면 질문으로도 충분히 가늠할 수 있는 것이다.


이 사람은 도대체 얼마나 속고 살았길래 이 방법을 택하게 되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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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아했다.

도대체 어떤 사람들을 만났길래 굳이 건강보험 자격상실신고서까지 보며 직원 채용을 하나 싶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질문


'운전할 줄 알죠?'


급할 때는 운전까지도 생각하고 있구나. 운전이 능숙하다면 충분히 운전기사가 될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면허는 있는데 운전은 할 줄 몰라요'


고개를 들어 나를 보더니 한 마디 한다

'지금도 그런 사람들이 있습니까!'


뭔 뜻 이래!?


면접에 통과해도 이곳에서는 근무하기 어렵겠다 싶었다.

한 달 반쯤이 지나 전화가 왔다.

본인이 회장으로 있는 단체에서 직원 채용 중인데 그곳에서 일할 수 있겠느냐고.

본인 사무실의 직원은 다른 사람을 채용했다고 하면서.

그렇게 지점을 담당하는 일이 시작되었다.


바쁘지 않은 곳이라 그동안은 자격증 공부하는 직원이 와서 있었고, 이제부터는 공부하는 직원은 채용하지 않으려 한다. 앞의 직원은 10년을 넘게 일했다. 그리고 지금의 전임자는 너무 MZ세대라 본인과 결이 맞지 않는다. 앞으로는 젊은 세대보다 나이가 좀 있는 사람을 채용하려 한다는 등의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말들이 길었다.

인수인계를 해주는 전임자는 그 사람이 힘들어 그만두는 표정이고 말투였다.

그러나 아이러니한 것은 마치 모든 것을 다 아는 듯이 말하는 그 사람이 회장을 맡은 것이 불과 3개월 남짓이었다.


업무의 특성상 타 기관의 공간에서 혼자 근무를 하는 형태라 복지는 열악하지만 일하기 나쁘진 않았다. 그러나 본격적으로 일이 시작되기 전에 쓸데없는 것들로 오라 가라 요청이 많았다. 적당한 선에서 조절하지 않으면 점점 강도가 높아질 것이라는 예감을 했다.

그 사람은 어디서든 본인이 모양새가 빠지면 안 되는 사람이다.

같은 동료들 사이에서도 '의전'을 요구해서 모두 기분 나빠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런 사람들의 유형은 직원은 사적이든 공적이든 상관없이 일을 시키고 그 일이 사적인지에 대한 구분이 전혀 없다. 자기 말에 무조건 '네'만 존재하는 특징이 있다.

그 사람은 나를 '길들이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을 동원했다.


나는 '의전'을 원하는 거면 지금과 같은 근무조건으로는 어렵다고 얘기했다.

MZ세대랑 특별히 안 맞는 것이 아니라 자기만 돋보여야 하는 사람이기에 누구랑도 맞지 않는다는 것을 그 사람은 알지 못한다. 자기 말이 통하지 않자 권위를 내세워 협박까지도 했지만 그게 협박인 줄을 모른다.


내게서 일어나는 감정이 어떤 것인 줄을 놓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싶어진다.

'지금도 그런 사람들이 있습니까!'에서 됨됨이를 봤어야 하는데 그때는 미처 알지 못했다.

상황에 따라 일어나는 감정을 바로 알아차리고 그러므로 해서 결정할 수 있는 판단력이 어떻게 작동할 수 있는지를 배웠다. 놓치고 가는 나의 감정들을 놓치지 않고 살펴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


결국 나는 그곳에서의 근무를 마무리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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