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by 소소한 특별함

문득 산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겨울 산행을 하기에는 장비가 없다는 이유로 애써 마음을 누른다


나는 언제나 바다보다는 산이 좋다.

아마도 나의 처음 여행이 바다였다면 대답은 지금과 다를 것이다.

나의 처음 여행지였던 산은 수락산이었다.

재학 중이었는지 졸업 후였는지까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50살이 넘은 지금도 고교동창들을 만나면 그때로 시간여행을 떠난다.

대부분은 허당미를 장착하고 있는 나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롤러장이 한창 인기 있던 그 시절. 초보인 나를 위해 양쪽에서 잡아주던 친구들이 장난친다고 동시에 손을 놓으면서 달리던 속도 그대로 기둥에 박은 얘기는 언제나 빠지지 않는다.

이제는 저마다 다른 기억으로 모두 자기의 기억이 옳다고 하기 일쑤다.

KakaoTalk_20260127_223347778.jpg 24년 11월 수리산

40대 초반 갑상선암 수술 이후 바로 일을 구할 수 없는 현실적인 어려움에 봉착했을 때 매일 산에 올랐다.

집 앞 야산을 매일 오르며 체력테스트(?)를 했고, 답답한 나의 마음을 다스렸다.

산에 오르며 깨달음을 얻기를 바랐지만 나는 지금도 알지 못한다. 왜 그렇게 산을 올랐는지.


그런데 나는 지금 다시 산에 오르고 싶다.

처음의 마음은 산티아고 순례길을 가고 싶었다. 먼 나라를 찾아서 고행을 택하며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해 보니 '회피'라는 마음이 일어났다. 무엇으로 회피하려고 하는지를 보니 생각처럼 되지 않는 지금의 현실이다.

어제가 오늘의 나를 만들었고, 오늘은 미래의 시간을 빌려 쓴다고 하지만 그러기엔 오늘의 내가 너무도 한심하고 답답해서 미칠 것 같다. 그런데 나는 그런 회피를 30대 초반에도 했었다. 지금은 예쁜 포장지안에 담긴 기억들만 가지고 있지만 구겨진 포장지 안에는 회피로 가득하다. 다시 그러고 싶지는 않고, 지금은 그래도 나를 책임져야 하지 않을까.


산을 오른다는 것은 분명 고행이다. 그러나 산에서는 바로 앞에 장애물들이 널려있으므로 멀리만 보고 갈 수 없다. 한 발자국 앞만 보고 투벅투벅 걷다 보면 어느 사이 산 중턱이다. 지친 체력으로 내려가기에도 애매한 위치이다. 그때쯤이면 여기까지 왔는데 정상은 찍어봐야지 하는 마음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그렇게 다시 한발 한발 내디뎌 도착한 정상에서의 공기는 상큼하다. 그리고 해냈다는 성취감. 높은 곳에서 내려다 보이는 모든 것들은 너무도 작다. 저곳에서 아등바등 되며 살고 있구나 하는 마음은 언제나 몰려온다. 그렇게 마음속 여유를 담는다.

내게 산은 그런 의미였다. 나는 지금 숨 고를 곳이 필요한 것이다.

KakaoTalk_20260127_223347778_01.jpg 24년 11월 수리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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