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무엇을 두려워했을까?
해가 뉘엿뉘엿 저물기 시작하면서 겨우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
어스름한 저녁공기가 볼에 차갑게 와서 닿는다. 깊게 숨을 들이키며 찬 공기 속 시원함을 느낀다.
대문을 나서며 푹 숙였던 고개를 들어 올린다.
고속도로 상황이며 아이들 손을 잡은 가족들의 분주하고 들뜬 모습에 나는 부러움을 담는다. 거리는 한산해 진지 한참이다. 그런 거리의 풍경은 나의 마음을 딱딱하게 만든다.
하늘은 계절과 무관하게 언제나 회색빛이었고, 세상은 온통 새까맣게만 보이는 때의 어느 날이었다.
아마도 아이를 데리고 친정으로 돌아와 두 해쯤 될 무렵일 것이다.
아이는 내가 일을 가지 않음에 무슨 날인지도 모른 채 신나 있었다.
나 또한 나름 명절을 보내겠다고 마트 장도 보고, 아이에게 때때옷 준비를 하느라 분주했다.
그런 모습을 지켜보던 나의 엄마가 한마디를 하신다.
"자꾸 드나들지 말어라. 주변에서 들 뭐라 할라"
너무 아픈 말로 남아 지금껏 나를 괴롭히고 있다.
두 딸이 모두 결혼한 줄 아는데 작은 딸이 아침저녁 드나들고, 특히 명절이면 시댁이 아닌 친정에서 시도 때도 없이 입출입을 하고 있다는 것은 그들에게 많은 이야깃거리를 준다는 것이 엄마의 입장이었다.
주변에서 뭐라고 할 만큼 이웃 간의 친분이 있는 것도 아니었지만 엄마는 딸의 '이혼'을 숨기고 싶어 했다.
그날 이후 지금껏 이런 날이면 죄인처럼 고개가 푹 숙여진다.
다소 길게 이어지는 명절이면 언제나 여행을 떠났다. 그렇다고 주변의 시선을 피하고자 떠난 타국의 여행이 마냥 즐겁지도 않았다. 아이에게 엄마의 우울감을 숨기고자 했지만 그럴 모를 아이는 아니었다.
그 후 3년쯤 지나 갑자기 나가라는 '통보'를 받고 분가하여 살고 있지만 여전히 대문은 빈 집처럼 열리지 않는다. 이미 어른이지만 몸과 마음은 그때에 머물러있다.
푹 숙인 고개를 들어 주차장에 차가 많다는 것을 보고, 가가호호 불 켜진 것을 보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냥 집에서 머무르는지를 확인하며 딱딱해진 나의 마음을 녹여본다.
어처구니없지만 따를 수밖에 없었던 엄마의 모진 말에서 이제는 벗어나고 싶다.
나는 무엇을 두려워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