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부족한 엄마여서 미안해.

by 소소한 특별함

의문의 택배가 도착했다.

쇼핑몰 아디를 아이와 공유하며 사용하다 보니 내가 주문한 것인지, 아이가 주문한 것인지 알 수가 없다.

내가 했다고 하기엔 기억에 없고, 아이가 했다고 하기엔 국방의 의무를 수행 중이라 집에 없다.

품목이 어디엔가 적혀 있을 듯하여 작게 쓰인 여러 정보들을 꼼꼼히 살피지만 안 보인다.

사진을 찍어 아이에게 보냈다.

대답은 다음 날이 돼서야 왔다. '어'


첫 휴가를 나왔던 지난달에도 이와 같은 일이 있었다. 휴가 때 필요한 물품을 미리 준비했던 것이다.

나는 자연스럽게 생각한다. '특별휴가 나오나?'


아이에 대한 생각이 깊어지며 문득 이곳으로 이사를 오던 어느 날이 떠올랐다.

같은 지역 옆동네로 이사를 했지만 살던 곳이 아니기에 동네의 햇살도 어색하게 느껴지던 때다.

모든 생활권의 변동이 없이 아이는 학교도, 학원도 이사 전 그대로였다.

함께 외출을 계획했던 나는 정해 둔 시간 안에는 반드시 집으로 와야 한다고 아이에게 단단히 일렀다.

그러나 학원 수업을 마친 지 한참이 지나고, 약속된 시간이 되어도 돌아오지 않았다.

나 역시 시간을 지키기 위해 아이 없이 버스정류장 앞에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 아이에게서 전화가 왔다. 아이의 목소리는 다급했다.

'엄마 어디세요?'

'엄마는 출발했는데'

'저는요!'

'넌 약속을 지키지 못했으니 그냥 집에 있어'

'저도 갈래요 엉엉엉'

아이는 그때 겨우 초등학교 3학년이었다.


엄마가 있는 버스 정류장까지 오라고 했지만 서로 모르는 곳이기에 위치를 설명하기가, 아이가 그 말을 알아듣기가 사뭇 낯설었다.

저 멀리 보이는 삼거리쯤에서 드디어 아이가 보였다.

아이는 엄마가 자기를 두고갈까봐 여전히 울먹였고, 그러면서 시간 약속이 지키지 못해 혼날까 봐 겁을 잔뜩 먹은 채 나와 만나야 했다.


'지금 신호등이 초록불로 바뀌면 그대로 건너'

아이는 다른 방향의 신호를 기다렸다 건넌다.

'아니 왼쪽으로 무슨 간판 보이지? 그쪽으로 다시 건너와서.....'


딱딱했던 목소리는 점점 굳어지며 설명은 길어졌고, 아이는 같은 자리, 같은 횡단보도만을 왔다 갔다 하고 있었다.

팔과 다리가 짤록한 태권도복을 입은 채로 크록스를 신고 정신없이 같은 자리를 오가던 아이의 모습이 너무도 선명하다.


나는 왜 그랬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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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를 가던 길이였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내가 아이가 헤매고 있는 그곳으로 갈 수도 있었지만 '너는 약속을 지키지 못했어'를 강조하며 네게 와야 하는 당위성을 앞세웠다.

아이는 어느 순간 어릴 때의 모든 기억을 지웠다.

엄마 앞이라 애써 말을 아끼는 것일지 모르겠지만 아이에게 초등학교 때까지의 모든 것이 사라지고 없다.


들춰내기 어려울 만큼 힘든 기억이 있었을까?

내가 기억하는 그때를 나는 사과하고 싶다.


'아들 부족한 엄마여서 미안해.

당황하는 너를 달려가 안아주지 못해서 미안해

그리고 아들!

엄마가 방법은 서툴렀지만 엄마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은 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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