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하지 않아도 충분히 괜찮은 나
2주 전쯤 유재석이 진행하는 유튜브 채널에 여배우들이 출연했다.
한참 동생들 연배의 그녀들이 햄버거 매장에서 키오스크 사용하는 것이 두렵다는 얘기에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했다. 나만 그런게 아니라는 위로도 있었다. 그러나 그녀들처럼 키오스크가 익숙하지 않아 더디게 진행되는 것은 어쩌면 좋은 증상일지 모른다.
내게는 여전히 적응되지 않는 인터넷 주문이라는 풀지 못하는 숙제가 있다.
특히나 식자재는 여러 가지를 주문하다 보니 무엇을 주문했는지 알 수가 없다. 보통 다음 날로 상품배송이 되다보니 다소 늦게 도착한 상품을 보면 '이게 뭐지?!' 하기가 일쑤다. 며칠 전에는 너무도 큰 대용량 커피믹스가 도착해 깜짝 놀랐다. 50개 스틱을 생각하며 주문했는데 도착은 250개 스틱이 왔다.
이뿐만이 아니다. 오늘 아침의 일이다.
빨래를 모아서 하다 보니 수건(면류 포함)과 일반 옷을 구분하여 몇 차례 한다.
비가 내린 후 맑은 봄날의 햇살을 맞으며 뽀송뽀송해질 빨래를 상상하며 두 번째 빨리를 돌리는 사이 수건을 널었다. 다음 빨래가 다 되길 기다리며 시간을 보냈다. 어둑어둑 해가 기울기 시작했다. 어제 미룬 것이 오늘도 진행되지 않음을 탓하려다 녹이 잔뜩 슬어있는 긍정회로를 작동시켰다.
'빨래했잖아!'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 아니잖아!'
'잘했어'
저녁 운동을 마치고 돌아와 땀에 젖은 옷을 세탁기에 넣으려고 세탁실 문을 열었다.
탈수만을 끝낸 빨래가 그대로 있었다. 그 사이 아침에 널어 둔 수건은 바짝 말라 있었다.
집안일과 쇼핑뿐만 아니라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이와 유사한 에피소드는 무궁무진하다.
보통 이미지와 어울리지 않는 실수들이 일어날 때 우리는 '허당미'라는 표현을 한다.
그리고 우리는 본업을 할 때 가장 멋져 보인다는 표현도 한다. 그래서 내가 내린 '허당미'의 정의는 이렇다.
'어느 한 가지에 집중력이 높은 사람들이 다른 것에는 치밀함이 떨어지는 경우'
그 어느 하나에 집중하느라 다른데 신경 쓸 에너지가 남아있지 않다. 특히나 나처럼 병약체질은 더욱더.
이제는 이런 실수들에 좌절하기보다 그냥 웃고 넘길 여유가 생겼다.
완벽하지 않아도 충분히 괜찮은 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