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심리 상담을 받으러 갔다.
대기업 다니는 덕분에 언제든 신청만 하면 일과 중 짬을 내 건물 지하에서 심리상담을 받을 수 있다.
삼담을 간 목적은 층간소음이었다.
하루 종일, 심지어 새벽에도 층간소음에 시달리는데
윗집도 아랫집도 자기는 아니란다.
게다가 우리 가족 중 나만 시달리고 있다.
내 귀만 트여있고, 그래서 나만 괴롭다.
내가 문제인가 싶어 상담실을 찾았는데
그간 상담을 꽤 많이 받아서인지,
시작부터 식상하다.
이 상담사는 어쩌다 이런 대기업에 한 자리 차지하고 꿀보직을 갖게 되었나
내 머릿속은 그게 가장 궁금하다.
그러다 상담사가 물었다.
집중을 하지 못해 어떤 맥락이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럼 책임님은 일상에서 즐거운 일이 뭐예요?"
"..... 아......"
와 현타가 온다.
30초 정도 생각했는데 내가 일상에서 즐겁다고 느끼며 찾아서 하는 일이 없다.
예전엔 주말마다 어디 가서 뭐 하고 놀까 준비된 리스트가 많았고
외식 리스트도 많았던 것 같다.
친구를 만나는 일도 이제는 거의 없다. 내가 친구가 있던가?
동네 학부모 모임 같은 것만 기억이 난다.
아침마다 회사에 가서 멀쩡한 사람인 듯 일을 한다.
사실은 난 매우 멀쩡하지 않다.
일단 기억력이 매우 나쁘고
동시에 여러 정보처리를 하지 못하고
컴맹에다가 요즘같이 AI를 활용해야 하는 시대엔 난 더욱 힘겹다.
하지만 멀쩡한 척하며 10년 넘게 회사를 잘 다니고 있다.
바쁘지 않은 시기엔 눈치 봐가며 딴짓을 하기도 하고
바쁜 날엔 점심 먹는 시간 15분 정도만 제외하곤 하루 종일 그야말로 일만 하고 온다.
그런 시기엔 자면서도 나는 일 생각을 하고 꿈에서 안 풀리던 문제를 해결한다.
퇴근하면 급히 저녁을 차려 아이 밥을 먹이고
숙제를 봐주고
재워달라고 하면 재워주고
그러고 나면 10시가 넘고
11시쯤이면 잠이 든다.
하루에 나를 위한 시간은 1시간쯤 있는 것 같지만
이 시간조차도 즐거운 시간이라기보다는
쉼 없이 달려온 하루의 나사를 풀어두는 시간이랄까.
남들은 어떻게 살까?
이제 막 40이 된 대기업 다니는 직장인, 아이 키우는 학부모, 재미없는 남편의 아내로 살아가는 사람들은
어떤 즐거움을 가꾸며 살까
궁금하다 정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