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과 6펜스_서머싯 몸,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8
내가 이 책을 읽었던가? 고갱을 소재로 한건 알지만 읽었는지가 기억이 안나는 중 너무나 쉽게
휘리릭 읽어버림....서머싯몸 쉽게 글 참 잘 쓴다. 영문학도 매력있을거 같다는 생각을 함.
항암이 누적돼서, 울렁대는 기간이 길어서 한 1,2주는 책이 눈에 안 들어왔고
컨디션이 돌아오면서 독서를 해서 참, 기분 좋게 읽었던 책이다.
예술가의 일생을 다룬 작품(샤인? 아 다른 영화도 많은데 기억이 안 남...) 들을 보면, 1차적인 의식주, 돈, 애정문제를 초월한 주인공이 집요하게 추구하는 예술혼이
신선하게 느껴져서(나랑 다르니까!, 육신의 고통 따위는 그래 나도 극복할 수 있어라는 용기도 생기는 경험을..
(가령 주인공 스트릭랜드가 가난에 허덕이지만 전혀 개의치 않고 계속해서 그림을 그리는 모습을 보면서, 그래 나도 16차 항암산 오를 수 있어!! 이런 동기부여가.. 이 모든 건 울렁거리지 않아서겠지만 ㅋㅋㅋ)
아무튼 기분 좋게 읽었고, 영어원문이 궁금할 정도 문장도 좋았고 작가의 삶도 특이해서(기이하다 현대적이다!)
나랑 코드가 맞았다. 타히티도 가보고 싶고(작품에서는 가는데만 3개월이 걸렸다고 하네.)
완치만 된다면 못 할 일이 머가 있겠는가!(그렇다고 화가가 될 순 없겠지. ㅋㅋ)
지난주 4차례에 거쳐 호중구 주사만 맞고 와서 보낸 주말을 서머싯몸과 함께하고
오늘 11차 항암을 마치고 와서 개운한 기분으로 서평을 쓴다. (일기??) 너무 쉽게 읽혀서 필 받아 인간의 굴레에서 읽기 시작. 달과 6펜스가 상징하는 것도 참 재밌다. (인간의 굴레에서 6펜스도 나오더라. 교회 헌금으로 6펜스를 내다 ㅋ)
p.59
그때만 해도 세상의 평판이 여자들의 삶에 얼마나 중요한가를 몰랐기 때문이다. 세상평판은 여정의 가장 내밀한 감정에도 위선의 그림자를 드리우는 법이다.
p.61
그때만 해도 나는 인간의 천성이 얼마나 모순투성이인지를 몰랐다. 성실한 사람에게도 얼마나 많은 가식이 있으며, 고결한 사람에게도 얼마나 많은 비열함이 있고, 불량한 사람에게도 얼마나 많은 선량함이 있는지를 몰랐다.
p.75
그의 목소리에는 진실한 열정이 담겨 있었다. 나도 모르게 감명을 받았다. 그의 마음속에서 들끓고 있는 어떤 격렬한 힘이 내게도 전해오는 것 같았다. 매우 강렬하고 압도적인 어떤 힘이, 말하자면 저항을 무력하게 하면서 꼼짝할 수 없도록 그를 사로잡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p.83
남들이 어떻게 생각하든 상관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그것은 대체로 자신을 속이는 말이다. 그 말은 아무도 자신의 기벽을 모르리라 생각하고 자기 하고 싶은 대로 한다는 것을 뜻할 뿐이다. 또한 기껏해야 자기 이웃의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에 다수의 의견과는 반대로 행동하고 싶다는 뜻을 나타낼 뿐이다.... 그래도 인정받고 싶은 욕망은 문명인의 가장 뿌리 깊은 본능일 것이다. 인습을 넘어서려다가 성난 도덕심이 돌팔매과 화살을 맞게 된 여자는 누구보다도 재빨리 체통이라는 방패를 찾는다. 나는 남들의 의견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사람을 믿지 않는다. 그것은 무지에서 오는 허세이다. 그것은 남들이 자신의 조그만 잘못들을 비난할 때 그걸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뜻인데, 그들은 아무도 그 잘못을 발견하지 못할 것이라고 철석같이 믿고 있다. 하지만 남이야 어떻게 생각하든 정말 전혀 상관하지 않는 사내가 여기 있었다.
p.84
"그대의 모든 행동이 보편적인 법칙에 부합하게 행동하라'는 격언 말입니다
"들어본 적도 없거니와 돼먹지 않은 헛소리요.:
"칸트가 한 말인데요."
"누가 말했든, 헛소리는 헛소리요"
p.93
그때만 해도 나는 사람의 인격이란 하나로 통일되어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런 훌륭한 여자에게 그토록 깊은 앙심이 있는 것을 보고 가슴이 아팠다. 한 인간이 얼마나 다양한 특질로 형성되는지 아직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이제는 한 인간의 마음 안에도 좀스러움과 위엄, 악의와 선의, 증오와 사랑이 나란히 자리 잡고 있음을 너무도 잘 안다.
p.99
고통을 겪으면 인품이 고결해진다는 말은 사실이 아니다. 행복이 때로 사람을 고결하게 만드는 수는 있으나 고통은 대체로 사람을 좀스럽게 만들고 앙심을 품게 만들 뿐이다.
p.113
아름다움이란 예술가가 온갖 영혼의 고통을 겪어가면서 이 세상이 혼돈에서 만들어 내는 경이롭고 신비한 것이오. 그리고 예술가가 그 아름다움을 만들어 냈다고 해서 아무나 그것을 알아보는 것도 아냐. 그것을 알아보자면 예술가가 겪은 과정을 똑같이 겪어보아야 해요. 예술가가 들려주는 건 하나의 멜로디인데, 우리가 그것을 우리 가슴속에서 다시 들을 수 있으려면 지식과 감수성과 상상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p.119
하여간 듣고 보니 그동안 그는 온갖 고난과 쓰라린 투쟁을 하며 살아왔다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보통 사람들이라면 끔찍하게 여겼을 일들을 겪고도 그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음을 알 수 있었다.... 음식이란 시장기를 달래기 위해 먹는 것에 불과했다. 음식을 구하지 못할 때에는 먹지 않고도 지낼 수 있는 것 같았다.... 관능적인 사람이면서도 관능적인 일에는 무관심했다. 궁핍을 고생이라 여기지 않았다. 오로지 정식적인 삶만을 사는 그의 생활방식에는 어딘지 인상적인 데가 있었다.
p.121
"명성을 바라지 않나요? 명성이야말로 대개의 예술가들의 무관심할 수 없는 것 아닙니까?"
"어린애 같은 것들이지. 개인의 의견에도 아랑곳하지 않는데 어찌 속된 무리들의 의견에 신경을 쓴단 말이오?"
"우리가 다 합리적인 존재는 아니지요"......
스트릭랜드는 오랫동안 말이 없었다. 하지만 두 눈이 야릇하게 빛났다. 그의 영혼이 마치 뭔가를 보고 황홀경에 빠진 것처럼.
"나도 때로 생각해 보았소. 망망한 바다 한가운데에 떠 있는 외로운 섬. 그 섬의 아무도 모르는 골짜기에서 신비스러운 나무들에 둘러싸여 조용히 살아볼 수 없을까 하고. 거기서는 내가 바라는 것을 찾을 수 있을 것만 같아서."
p.218
습관이 오래되면 감각도 무뎌지기 마련이지만 그러기 전까지 작가는 자신의 작가적 본능이 인간성이 기이한 특성들에 너무 몰두하는 나머지 때로 도덕의식까지 마비됨을 깨닫고 당혹스러운 기분을 느끼는 때가 있다. 악을 관조하면서 예술적 만족 감우 느끼는 자신을 발견하고 약간 놀라기도 한다. 하지만 정직한 작가라면 특정한 행위들에 대해서는 반감을 느끼기보다 그 행위의 동기를 알고 싶은 마음이 더욱 강렬하다는 것을 고백할 것이다. 작가는 논리를 갖춘 철저한 악한을 창조해 놓고 그 악한에게 매혹당한다. 비록 그것이 법과 질서를 능멸하는 일이 될지라도 말이다....... 작가는 판단하기보다 알고자 하는데 관심이 더 많은 사람이다...
p.229
작품은 사람을 드러내는 법이다. 사람이란 사교적인 관계를 통해서는 세상에 내보이고 싶은 외양만을 보여준다. 따라서 사람을 진짜로 알기 위해서는 자신도 의식하지 못하는 사소한 행동이라든가, 자기도 모르게 얼굴을 스치는 순간적인 표정을 통해 추론하는 수밖에 없다. 때로는 가면을 너무 철저히 쓰고 다니다가 정말 그 가면과 같은 인격이 되어 버리는 일도 있다. 하지만 책과 그림은 진짜 모습을 꼼짝없이 드러내고 만다. 겉만 그럴싸한 것은 곧 속이 텅 비어있음을 나타낼 뿐이다.... 아무리 특이하게 꾸민다 해도 평범한 정신을 감출 수는 없다. 그냥 우연히 만들어진 작품에서도 날카로운 관찰자는 영혼의 깊은 비밀을 읽어내고 만다.
p.234
결국 내가 받은 인상이란 정신이 어떤 상태를 표현하고자 하는 거대한 안간힘이 거기에 있었다는 점이었다. 나를 그처럼 당황 하게 만든 원인도 바로 그러한 면에 있는 것 같았다....그는 자기가 느낀 어떤 것을 전달하지 않고서는 배길 수 없었고, 오직 그것을 전달해야겠다는 생각만을 가지고 그림들을 그려냈던 것이다. 그는 자신이 찾는 미지의 그것에 좀 더 가까이 가기 위해 망설임 없이 대상을 단순화하고 뒤틀었다. 사실이란 그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자기와는 관계없는 무수한 사실들 사이에서 그는 자신에게 의미 있는 것만을 찾았다. 우주의 혼을 발견하고 그것을 표현해내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었던 것이다....
당신을 사로잡고 있는 그 끝없는 갈망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어요. 어쨌든 당신은 자신을 괴롭히는 정신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어딘가를 향해 위험하고 고독한 모색의 길을 나서지 않을 수 없었던 겁니다. 당신은 존재하지도 않는 어떤 신전을 찾아 나선 영원한 순례자 같아 보여요....
p.355 작품해설 중에서
달과 6펜스는 가까운 현실문제를 떠나 모든 이에게 내재되어 있는 보편적인 욕망, 즉 억압적인 현실을 벗어나 본마음이 요구하는 대로 자유롭게 살고 싶은 욕망을 자극함으로써 크게 어필했던 것 같다.
인간의 영원한 욕망인 이 탈출과 해방의 욕망이 영혼의 부름에 따른 천재의 강렬한 개성과 치열한 삶을 경험함으로써 매혹당했던 것이다. (그래 맞아 나도!!)
확실히 스트릭랜드는 현실을 거부하고 내부의 충동대로 살고 싶은 독자의 꿈을 대리실현시켜 주는 면이 있다. (이런 종류의 책, 영화 많은데 예술가의 삶을 다룬!!)
오늘날 예술가에 대한 환상은 많이 줄어들었지만 그럼에도 현실너머의 신비하고 아름다운 삶을 포착할 수 있는 마술적인 힘을 가진 존재로서의 예술가에 대한 동경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타히티 가곺.