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로 쏟아진 분노, 권력은 무엇을 또다시 설계하는가?
인도양의 습한 공기 속에 최루탄 냄새가 섞여 있었다. 평소라면 고요했을 항구 도시의 밤은 10월 29일 총선 이후 이틀째, 격렬한 함성과 불길로 가득 찼다.
불투명한 개표와 야당 후보 배제 논란이 맞물리며, 탄자니아는 단숨에 격동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군용 트럭이 거리를 돌고, 시민들은 “공정한 투표권을 보장하라”는 구호를 외쳤다. 정부는 야간 통행금지령을 내리고, 전국 인터넷 접속을 차단했으며, 수도와 북부 주요 도시에 군대를 투입했다.
야당 측은 “700명 이상이 사망하거나 부상했다”라고 주장했고, 유엔 인권사무소(OHCHR)는 “최소 10명의 사망이 확인됐다”며 실제 피해는 더 클 수 있다고 밝혔다.
혼란의 시작은 사미아 술루후 하산 대통령이 97.7%의 압도적 득표율로 재선에 성공했다고 발표된 순간이었다. 주요 야당 후보 두 명이 선거에서 배제된 직후였다.
Dar es Salam 남부의 음바갈라(Mbagala)와 곤고 라 음보토(Gongo La Mboto) 지역에서 촉발된 시위는 곧 아루샤(Arusha)와 무완자(Mwanza)로 번졌다.
이는 페루, 네팔 등지에서 이어진 “새로운 세대의 저항” 흐름과 맞닿아 있었다.
디지털 세대와 기성 정치층의 충돌은 이제 국경을 넘어선 공통된 균열선이 되고 있다. 정부가 SNS를 차단해도, 젊은이들은 암호화된 메신저와 가상사설망(VPN)을 통해 영상을 공유한다. 삭제되기 전, 경찰의 진압 장면과 시민 체포 장면이 전 세계로 흘러나간다.
정부는 “질서 유지를 위한 조치”라고 항변한다. 한 정부 대변인은 현지 언론에 “국가 단합을 해치려는 조직적 시도에 대응할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국제 인권단체들은 실탄 사용, 불법 구금, 정보 통제 등을 이유로 정부의 과잉 대응을 비판하며 “신뢰의 붕괴가 폭력을 낳고 있다” 고 경고했다.
이번 사태는 하산 대통령이 걸프 투자와 외교 확장을 추진하며 ‘개혁 지도자’ 이미지를 구축하려던 시점에 발생했다. 고물가(9월 기준 약 58%), 통화가치 급락(달러 대비 –45%)으로 흔들리던 경제를 살리려는 노력은, 이제 거리의 피와 연기에 가려지고 있다. 정치적 안정의 상징이던 탄자니아가 다시금 권위주의의 그림자 속으로 되돌아갈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진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단순한 정치 위기로 보지 않는다. 젊은 세대가 새로운 기술과 네트워크를 손에 쥐었지만, 여전히 권력·자본·정보의 구조적 통제는 윗세대에 남아 있는 현실, 그 균열이 폭발했다는 것이다. AI와 SNS 같은 도구가 민주주의의 무기가 아니라, 오히려 기존 권력을 강화하는 장치로 흡수되는 아이러니. 탄자니아의 혼란은 그 세계적 모순을 그대로 비춘다.
역사는 늘 순환한다. 불평등과 억압은 새로운 자유의 열망을 낳고, 그 열망은 다시 정치 질서를 바꾼다. 오늘 Dar es Salam의 거리에서 울려 퍼지는 함성은, 민주주의의 종말이 아니라 — 그 고통스러운 재조정의 시작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