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멈췄을 때, 미국의 밭은 더 넓어졌다

미국, 곡물의 지도 위에서 다시 세계 곡물 무역의 기준점을 그린다

by Hoon

미·중 간 패권 경쟁이 고조되는 가운데, 중국이 돌연 미국산 대두(soybean) 수입을 중단하면서 글로벌 곡물 시장이 요동쳤다. 이 조치는 미국 농산물 수출이 여전히 중국의 수요에 크게 의존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줬다. 그러나 며칠 뒤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미-중 고위급 무역회담을 통해 양국은 미국산 대두 수입의 재개 가능성과 농산물 무역 정상화에 대한 논의를 벌였다. 이는 식량안보를 위해 미국 곡물에 의존하는 중국과, 거대 수입국 중국에 의존하는 미국 농가의 상호 의존성이 재확인된 셈이다.


하지만 대두 이외의 곡물 시장에서는 조용한 변화가 진행 중이다. 미국 농무부(USDA)의 최신 보고서 『Grain: World Markets and Trade』에 따르면, 2024/25 회계연도(10월~9월) 미국의 옥수수 수출량은 7,170만 톤으로 예상되며, 2020/21년의 기록인 6,830만 톤을 넘어설 전망이다. 미국은 지난 5년 중 가장 많은 기초재고와 다섯 번째로 큰 생산량을 바탕으로, 연중 내내 가격 경쟁력을 유지했다. 무엇보다 주목할 점은 보고서에 명시된 문장 — “중국의 수요가 없음에도 불구하고(despite the absence of China demand)” — 이다.


자료에 따르면 무역 구조는 뚜렷이 재편되고 있다. 멕시코, 일본, 콜롬비아, 그리고 한국이 올해 7월까지 미국 옥수수 수출의 70% 이상을 차지했으며, 과테말라·베트남·유럽연합(EU)으로의 수출도 최근 5년 내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한편 브라질은 제2기 옥수수 작기(safrinha) 수출이 2025년 들어 지연되면서 미국 수출업자들에게 ‘후반기 기회(late-season window)’를 열어주었고,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와 경제불안에 시달리는 아르헨티나는 수출 경쟁력 회복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25/26년 전망도 낙관적이다. USDA(United States Department of Agriculture, 미국 농무부) 는 미국의 옥수수 생산량이 4억 2,700만 톤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고, 수출량 역시 7,500만 톤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9월 초 기준으로 이미 ‘중국의 구매가 전무한 상황’에서도 전년 대비 두 번째로 높은 선적 계약이 체결된 상태다. 전문가들은 이를 미국의 안정된 물류 인프라—미시시피 강의 바지선부터 멕시코만 항만까지 이어지는 거대한 수출 네트워크—와 견조한 글로벌 수요의 결합으로 본다.


이 변화는 단순한 농산물 통계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지정학적 긴장과 기후 리스크 속에서 공급망이 재편되는 지금, 미국은 다시 한 번 세계 곡물 무역의 ‘기준점(anchor)’ 으로 복귀하고 있다. 아시아와 유럽의 신흥 수입국들에게 이는 안정의 신호이며, 워싱턴에게는 식량 공급망을 통한 새로운 형태의 ‘소프트 파워’다. 그리고 베이징에게는, 세계의 질서가 흔들리는 시대라 해도 세계의 식량 바구니는 여전히 미국 중서부의 들판 위에 놓여 있음을 상기시키는 메시지다.


본 글은 미국 농무부(USDA) 『Grain: World Markets and Trade』(2025년 11월판)과 Reuters, Wall Street Journal, Farm Policy News 등의 보도를 참고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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