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틴아메리카의 전기차 전환, 그 불균형의 속도
칠레의 버스는 전기로 달리지만, 브라질의 택시는 여전히 에탄올을 마신다.
리튬 광산이 반짝이는 아르헨티나 북부, 그리고 테슬라 공장이 세워지는 멕시코 북부.
라틴아메리카의 도로 위에서는 지금, 서로 다른 시간의 전환이 동시에 일어나고 있다.
라틴아메리카에서 가장 명확한 전환의 청사진을 가진 국가는 칠레다.
국가 전기이동성 전략(National Electromobility Strategy)을 통해 2035년부터 내연기관 신차 판매를 전면 금지하는 목표를 법제화했다.
산티아고에는 이미 2,000대가 넘는 전기버스가 운행 중이며, 대부분의 전력이 태양광과 풍력에서 나온다.
풍부한 리튬·구리 자원을 바탕으로 “녹색 산업국”으로의 전환도 병행 중이다.
“칠레는 모빌리티를 단순한 환경정책이 아니라 ‘산업정책’으로 본다.”
— 칠레 에너지부 관계자
멕시코는 지금 북미의 새로운 ‘EV 심장부’로 떠오르고 있다.
국가 전기모빌리티 전략(ENME)과 USMCA 체제를 통해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의 생산기지를 대거 유치하며, ‘제2의 디트로이트’를 꿈꾸고 있다.
Nuevo Leon과 Guanajuato에는 테슬라, BYD, GM의 신규 공장이 속속 들어서고 있으며, 초저가형 전기차 개발 프로젝트도 정부 주도로 추진 중이다.
또한 국영기업 LitioMX를 설립해 리튬 자원의 국유화를 추진하며 배터리 밸류체인의 내재화를 시도하고 있다.
“멕시코가 성공한다면, 단순 자원 공급국이 아닌 제조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다.”
— 다니엘 파레데스, UNAM 경제학자
브라질의 거리를 달리는 전기버스 뒤편에는 여전히 에탄올 주유소가 늘어서 있다.
정부는 무버(Mover) 프로그램을 통해 전기차 보급을 촉진하면서도, 자국의 전통적 강점인 바이오연료 산업을 유지하고 있다.
상파울루, 꾸리치바, 포르탈레자 등 주요 도시에서는 전기버스 시범 운행이 확대되고 있으며,
하이브리드 에탄올-전기차 모델이 등장하며 ‘두 연료의 공존’이 현실이 되고 있다.
“브라질에게 탈탄소화란 에탄올을 버리는 것이 아니라, 통합하는 것이다.”
— 하파엘 고메스, 자동차 산업 분석가
아르헨티나의 전기차 전략은 리튬 광산에서 시작된다. 살타(Salta)와 후후이(Jujuy)의 염호는 ‘백색 황금’으로 불리는 리튬을 품고 있다.
정부는 지속가능 모빌리티 촉진법안을 통해 세제 감면과 관세 인하로 EV 보급을 유도하고,
충전 인프라 확대를 위해 민간 기업과의 협업을 강화하고 있다.
동시에 수소경제 로드맵을 통해 칠레·독일 등과의 국제 협력도 추진 중이다.
그러나 높은 인플레이션과 재정 불안이 속도를 제약한다.
“국내 자원은 충분하지만, 실행의 안정성이 부족하다.”
— 마리아 토레스, 코르도바 에너지 연구원
국가별 전략은 다르지만, 세 가지 과제는 공통적이다.
① 충전 인프라의 지역 격차
② 전력 부문의 탈탄소화 속도
③ 정권 교체에 따른 정책 불연속성
비전은 이미 존재한다. 그러나 문제는 '속도’와 ‘연속성’이다.
친환경 모빌리티 전환의 성공 여부는 정부의 신호와 민간의 실행력, 그리고 시민의 참여 속에서 결정될 것이다. 태양의 힘으로 달리는 버스, 안데스의 리튬으로 만들어진 배터리, 그리고 불확실성 속에서도 앞으로 나아가는 사람들.
라틴아메리카의 모빌리티 전환은 이제 막 시동을 걸었다.
✍️ 작가 노트 | Hoon
멕시코시티의 밤길에서 들려오던 조용한 전기버스의 소음,
상파울루의 에탄올 냄새, 그리고 산티아고의 태양광 발전소의 빛.
라틴아메리카의 모빌리티 전환은 산업의 변화이자, 사람들의 의지다.
— “나는 그들이 달리는 속도보다, 멈추지 않는 의지에 주목하고 싶다.”
{참고자료}
EMERICs 중남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