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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아

by zero square

천천히 죽어가는 나를 구원해 줄 이는 어디에도 없나.
119에 전화를 건 나는 말했다. 제가 죽어가고 있습니다. 아주 천천히. 세상에 깔린 산소가, 공기 중 만연한 산소가 저를 죽이고 있습니다. 머지않아 저는 죽을 겁니다. 다시 말해 노인이 될 겁니다. 참을 수 없는 고통입니다. 구해주세요.
왜 우리는 태어난 것 만으로 이미 사형수인가. 태어나지 않았다면, 죽지 않을 텐데.
녹슨 내 심장은 미치도록 멀쩡히 제기능을 하고 있다. 생명은 더하기요. 때문에 우리를 닦는 것은 죽음이오, 무無일 뿐이다. 죽음으로 닦여진 몸을 다시 더럽히는 게 삶이오. 삶은 곳 오염이다. 겹겹이 묻어가는 때를 그저 관망하는 나는 더러운 인간이다. 더러운 삶이다.
내 심장은 여태 쉬지 않고 뛰었던가. 잠시 멈춰가는 법이 없구나. 나는 참 심장이 될 인재는 아닌가 보다. 더러운 사람아. 쉬지 못한 사람아. 땀에 찌든 사람아. 쉴 수 없는 사람아. 씻어라. 그만 쉬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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