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어려워도 받아들이다 보면, 나중엔 큰 것으로 온다!
20~30대엔 정말 받아들이는 삶의 컨셉이 없었던 것 같다. 뭐든 열심히 해서 시험에도 합격하고, 커리어도 쌓아가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어느 정도 맞아떨어졌다. 시험은 열심히 준비한 만큼 결과가 나오니까 취업할 때까지는 대략 그렇게 살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첫 직장생활도 나는 무조건 열심히만 했다.
그렇게 열심히만 살던 나는, 나에게 '쉼'이란 것을 줄지 몰랐던 것 같다. 첫 직장생활 3개월을 쉬지 않고 수습기간 동안 열심히만 한 상태에서, 주말에 직장동료의 권유로 교회 행사에 참석하게 되었는데 나는 그곳에서 1시간 넘게 울기만 했다. 나는 내가 왜 우는지도 몰랐다. 나는 그 정도로 내 감정을 억누르고 있었는지조차 인지를 아예 못 하고 있었다. 더 어이가 없는 것은, 정말 내가 왜 우는지를 모르겠다는 것이다. 내가 얼마나 많이 울었던지, 주변사람들이 쳐다보기까지 했다. 육성으로 소리가 터져 나올 정도로 울고 있었고, 나는 정말 그만 울고 싶었지만 눈물이 멈추지 않았던 기억이 있다.
20대의 대부분을 채운 첫 직장생활도 3년 후, 나는 생각지도 못했던 진급의 보상이 있었다. 하지만 나는 다른 곳을 목표로 두고 있었기에 그곳의 진급은 나에겐 큰 의미가 없었다. 여하튼 20대까지는 나는 내가 열심히 한 만큼 결과가 따라오는 삶을 대부분 살고 있었다.
하지만 30대가 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나는 새로 옮긴 그 회사에서 잘하고 싶었고, 진급도 그렇고 고과도 잘 받고 싶었다. 나의 염원과 달리 그곳은 나와 같이 진급하려는 자들이 넘쳐났고, 나는 그들과 경쟁을 해야 했고 원하는 결과를 얻기란 쉽지 않았다. 힘겹게 진급을 했지만, 여러 번의 고과 좌절과 프로젝트의 무산 등 받아들이기 힘든 상황들을 겪게 되었다. 그렇게 약 10년을 그곳에서 보내고 난 뒤, 나는 받아들이는 삶에 대해서 꽤 진지해졌다.
외부의 흐름엔 별로 관심이 없었다. 나는 나한테만 주로 관심이 있었고, 외부 흐름 따위는 볼 겨를도 없었다. 하루하루 육아와 회사 업무로 전쟁을 치르듯 보냈다. 나와 내 가족에만 관심이 있었지만, 그 와중에도 내 주위에는 큰 흐름이 있었다는 것을 지나고 나서야 깨닫게 되었다. 그때 새 곳으로 이직하게 되었고, 한 동안은 나의 업무가 핫한 분야였다는 사실.. 세월이 지나 해당 사업이 뒷방으로 서서히 물러나게 되면서 새로운 상황을 맞이하게 된 것이다. 이직 첫해에는 내 분야가 핫하디 핫했다. 하지만 몇 년 지나고 보니 그것도 옛말이다. 유행도 비슷하지 않은가?! 사실 큰 흐름이 있는 것이다. 어느 분야가 핫하다면, 다시 시들해지는 시기는 따라오기 마련이다. 그 큰 흐름을 이해하지 못하면, 나는 나의 노력부족 탓인지 원인을 찾아 헤매거나, 더 노력하려고 더 애쓰게 된다. 또한 내가 그 환경 속에 있으면 그 큰 흐름을 보기가 쉽지 않다. 당장 해야 할 일들이 쌓여있어 시야가 좁아지기 때문이다.
진행하는 사업이 뒷전이 되고, 당장 나는 이직이 하고 팠다. 왜냐면 내가 하는 업무는 이제 회사에서 전략사업도 아니고, 오히려 진행하지 않길 바라는 부서가 되어버렸다. 나의 전 부서장은 이 사업을 왜 하는지 모르겠다며 없애야 할 사업으로 보고까지 해버린 상태였다. 그때나 지금이나, 그 사람은 왜 그렇게까지 했는지 아직도 의문이다. 암튼, 나는 그러한 사업을 진행하니 당연히 찬밥신세였다. 나를 필요로 하는 회사로 이직이 고픈 건 당연 지사다. 하지만 나이가 어느덧 40줄이라, 정말 나를 필요로 하는 회사가 아니면 이직이 쉽지 않은 시점이었다. 기회가 많지 않았지만, 몇 번 없는 기회를 잡아 면접을 보며 한 발짝씩 나아갔다. 안타깝게도 마지막 단계에서 합격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연봉 등의 처우가 맞지 않던 등의 서로의 조건이 맞지 않았다. 몸담고 있던 회사는 국내에서 큰 대기업 중 하나였기에, 나는 급하게 퇴사와 이직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 10년째 근무 중이었고 그동안 쌓은 인맥과 커리어가 있어서 쉽게 조건을 낮출 이유는 없었다. 그렇게 1년에 한 번씩 최종까지 가는 과정을 거쳤고 3년을 동안 여러 번 반복했다. 어떤 외국계 회사는 5차 면접까지 갔었다. 국내, 해외 면접까지 봐야 했으므로.. 요즘은 AI 면접까지 추가가 되었더라. 결국 5차까지 가서 입사로 이어지지 않아서 적잖이 충격이었다. 나보다 헤드헌터가 더 현타가 온 듯했다. 정신 차리고 보니, 내가 헤드헌터를 달래주고 있었다. 정신차렷!
그렇게 트라이한 지 4년 차. 그다음 이직의 기회가 왔을 때, 나는 내가 원하는 업무와 연봉의 조건에 맞춰서 이직을 할 수 있었다. 지나고 보니, 그 전의 거절과 실패는 나에게 더 좋은 기회를 주기 위한 실패와 거절이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당시에는 그런 생각을 하기가 쉽지 않았다. 결과를 몰랐으므로..
그래서 이런 경험을 여러 번 반복하고 난, 나의 뇌는.. 이제 거의 반사적으로 예상하지 못하는 결과가 오면 '더 좋은 일이 오겠지' 속으로 생각하게 되었다. 얼마 전에 간 해외 출장에서, 내가 묵었던 호텔 방에 작은 이슈들이 있었다. 밤에 벌레도 나오고, 화장실 문제도 있었으며 나중엔 헤어드라이기까지 고장 났다. 하지만 그때마다 '얼마나 좋은 일이 일어나려고..' 생각하며 그 이벤트들을 넘겼다. 실제로 그렇게 믿기까지 했는지, 나에겐 별다른 타격감이 없었다. 오히려 옆 동료들이 걱정해 주었지만, 다행히 나는 아무렇지 않게 넘길 수 있었다. 그 출장 이후로, 우리는 사업적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수 있었고, 하나의 터닝 포인트가 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