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작은 것부터 그 사람과 엮이지 말아야.
우리가 직장 생활을 하다 보면, 회사엔 일명 빌런이 있기 마련이다. 그 빌런은 다른 사람들과 트러블도 있지만, 나와도 트러블이 생길 확률 또한 높다. 30대엔 그런 빌런들이 나도 신경이 많이 쓰였다. 하나하나 거슬리는 행동을 유독 많이 했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나는 빌런을 없앨 수 없다. 초반에는 그 빌런이 없어지길 바랐다. 타 부서로 이동하던가, 퇴사를 바랐다. 정말 쓸데없는 희망이었다. 그럼 나는 어떤 것에 집중해야 하는가?! 그 사람이 나에게 어떻게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게 할지를 고민해야 했다. 내가 할 수 없는 영역은 생각을 아예 접고, 내가 할 수 있는 영역인. 내 마인드 컨트롤에서 방법을 찾는 것이다. 그것에 집중해야 한다. 그리고 그 에너지를 최소화시켜, 나는 나의 일에 집중해야 한다. 그것이 내가 깨달은 전략이다.
직장에서 빌런이 있기 마련이라는 생각은 아예 못 했던 것 같다. 세상을 아름답게만 봤던 것 같다. 대부분 좋은 사람이라고 믿었고, 믿고 싶었다. 주로 빌런들에게 이용당하는 것을 인지도 못 했던 것 같다. 앞에서도 여러 번 언급했듯이, 나는 자존감이 낮았고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싶었다. 근무 교대가 필요하면 대부분 바꿔드렸고, 직장에서는 나한테 오면 근무를 다 바꿔준다는 소문까지 나 있었던 것을 3년 후에야 알았다. 이용당해도 사실 내가 이용당했는지 몰라서 크게 타격감은 없었다. 그리고 나중에 내 평판이 나쁘지 않아서 나쁜 것만 있었던 것은 아닌 것 같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내가 모든 것을 맞추지 못할 때가 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그 사람이 너무 거슬린다. 어떻게 하면 저런 행동을 하지 않게 할 수 있을까. 아니면 나는 저런 행동을 안 볼 수 있을까. 한 부서에 있던 그녀는 핑크색 삼선 슬리퍼를 회사에 오면 바꿔신었다. 우리가 아는 아*다스 삼선 슬리퍼인데, 그게 자그마치 핑크색. 짝퉁을 신었다. 그것 때문에 그녀가 거슬렸겠는가. 그녀의 행동이 거슬리는데 그 슬리퍼를 신는 것까지도 거슬리는 거겠지.
빌런은 괜히 빌런이 아니다. 다 이유가 있다. 하지만 가장 거슬리고 힘들었던 부분은, 다른 사람이 한 일도 본인의 것으로. 본인은 거의 일을 하지 않고 드러내는 것에만 욕심이 있다. 다른 주니어를 착취해 본인이 한 성과로 묘사하고 그것을 포장하는데 탁월한 재능이 있다. 그 주니어는 스트레스로 맹장염 수술까지 받았다. 동료들은 다 안다. 그 사람이 일을 별로 하지 않는다는 것을. 그냥 드러내는 것에만 관심이 있다는 것을. 나는 그래서 20대의 나와 다르게 살기로 마음먹었다. 싫은 티를 팍팍 내고, 단호하게 거절도하고.. 최소한 그 사람이 하려는 착취는 당하지 않아야겠다고 마음먹었다. 20대처럼 호구를 당하지 않겠다고 마음먹었다. 사람이란 게, 관성이 남아 있어서.. 안 하던 거절과 싫은 티를 내는 것도 사실 쉽지 않았다. 그래서 세련되게 표현하지 못하고 그냥 서툴게 버벅거리기도 했다. 하지만 나는 그것도 나의 나아가는 모습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때 깨달았다. 다른 사람에게 다 맞춰주다가, 반대의 캐릭터로 살아가려고 마음먹은 순간. 딱 알맞게 적당하게 거절 잘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저~ 반대편의 모습으로 극단적으로 나는 가고 있었고. 그렇게 시행착오를 겪다 보면 나는 비로소 그 중간 어디 적절한 곳에 멈출 줄 아는 사람으로 변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안 해보던 것을 처음부터 깔끔하게 적절하게 할 순 없지 않은가. 나도 경험해 봐야 어디가 적정한 선인지 알아갈 수 있겠지.
이제는 반쯤 도사가 되어있다. 관상도 어느 정도 볼 줄 알고, 사람들과 차를 한 번 마셔봐도 대략 감이 온다. 어떤 사람인지. 편견일 순 있겠지만 그동안 쌓인 데이터가 나에게 알려준다. 거리를 둬야 할 사람인지 아닌지를. 아니나 다를까 우리 부서에도 소시오패스 사람이 한 명 있다. 40대 중반인 나는 이런 빌런을 어떻게 대할 것인가?!
나에게 있어서, 그 사람의 중요성 또는 영향력을 줄여야 한다.
가장 힘든 점이 반복적으로 떠오른다는 것이다. 주말에도 시도 때도 없이 떠오른다. 내 상태는 생각보다 심각했다. 그 사람이 떠오르면 기분이 정말 정말 별로였고. 욕실 거울을 볼 때마다 나는 중얼중얼하며 안 좋은 표정으로 욕설을 뱉고 있었다. 그런 내 모습을 발견했을 때는 너무 충격적이었다. 안타깝게도 그건 음성 틱 중 하나였다. 그 증상이 최소 몇 3~4개월은 지속이 되었다. 심각성을 깨닫고 심리상담을 찾았다. 여러 방법을 추천받았지만, 내가 효과를 봤던 방법은, 연상기법을 사용한다. 머릿속으로 지우개를 손으로 잡고 진짜로 그 사람을 지우는 상상을 한다. 또는 그 사람과 연결된 끈을 떠올리며 가위로 자르는 상상을 한다. 나에게 더 이상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다짐과 함께..
왜 그 사람이 떠오르는 순간을 줄여야하나면, 그 사람이 없음에도 지속적으로 나에게 나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정말 억울한 상황이다. 그 사람이 없음에도 나는 그 사람의 영향을 계속 받고 있는 것이다. 황금 같은 주말의 휴식 시간에 조차도 그 사람은 나를 잠식하고 있는 것이다. 정말 억울하지만 시작점은 이렇게 나의 상태를 깨닫기 또는 자각하기이다. 거기에서부터 나는 시작할 수 있다. 아.. 지금 이 순간에도 글을 쓰면서 나는 스트레스가 막 몰려오는 것 같다. 피곤하다.
처음엔 연상법이 쉽지 않을 수 있다. 그럴 땐 더 쉬운 방법이, 그 사람이 떠오르면 그 사람을 덮어버릴 수 있는 기분 좋은 기억을 떠올린다. 나는 주로 우리 아이들 어릴 때 모습을 상상했다. 그럼 생각보다 생각 전환이 빨리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아이들 생각이 오래가진 않았다. 그러고 나서 그 사람이 또 떠올랐다. 그럴 때 또 아이들 어릴 때 다른 추억을 떠올렸다. 그게 잘 되지 않으면 카메라의 추억 사진을 꺼내보기도 했다. 그 방법을 여러 번 반복하면, 다행히 나는 다른 생각이나 일로 나의 관심사가 넘어가 있었다. 처음엔 그 주기가 짧았지만, 하다 보니 주기가 다행히 길어지는 경향이 나타났다.
그 사람과 되도록 엮이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그러려면, 나의 멘털을 1번과 같이 조정하는 방법도 있지만, 그 사람의 관심사에서 내가 중요하지 않도록 하는 것도 그다음으로 중요하다. 그 사람과 되도록이면 일로 엮이지 않기. 그 사람과 같은 일을 배정받을 것 같으면 나는 사전에 작업을 해두어 그 일에서 배제되도록 분위기를 연출하거나 부서장과 면담을 할 때 언급을 하기도 했다. 그리고 관련 미팅이 생기면 다른 미팅을 잡아서 나는 그 회의에 되도록 들어가지 않도록 한다. 안타깝게도 그 사람과 내가 같은 TF를 하게 되었는데, 안타깝게도 같은 회의실(공간)에서 하루 종일 있어야 했다. 나는 며칠 견뎠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견딜 수가 없어서 담당 상무님을 찾아가 나를 거기서 빠질 수 있도록 해달라고 말씀드렸다. 평소에 내가 이런 요구를 잘하는 편이 아니어서 그런지 상무님은 두말 않고 나의 이야기를 들어주셨다. 감사합니다. 상무님.
그 사람의 말이 거슬려도, 나는 그 말을 나의 뇌를 통과하도록 내버려 둔다. 그 말을 곱씹지 않도록 한다. 그냥 지나가는 바람처럼 둔다. 어떤 말을 해도, 어떻게 받아들이냐가 중요하다는 것을 이제는 안다. 그래서 그냥 아무 생각하지 않고, 어떤 비판도 하지 않고 그냥 흘러가도록 내버려 둔다. 그냥 그렇게. 그러든지 말든지.
그 사람 앞에선, 나의 사생활에 대해서 말하지 않는다. 회사 일 이야기만 다 같이 있을 때 하고, 나의 개인적인 이야기는 그 사람 포함된 자리에선 아예 하지 않는다. 무미건조하게 할 말만 한다. 그러다 보면, 그 자리도 좀 일찍 정리되는 경향도 있고 나의 정보를 오픈하지 않기에, 나에 대해서 말할 거리가 아예 줄어든다.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이런 방법들이 모두 모이면 생각보다 효과가 있다.
위 방법들을 종합해서 사용하다 보면, 차츰차츰 그 사람은 나와 같은 부서에 일하고 있지만 나에게 더 이상 큰 영향을 미칠 수 없는 존재가 되어간다. 얼마나 다행인가. 이 방법들이 처음부터 쉽지는 않을 것이다. 나도 10년에 걸쳐 겪은 방법들과 깨달음이므로. 하지만 이런 이야기를 30대 또는 20대 일찍 알 수 있다면 조금이나마 여러분들께 도움이 되지 않을까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