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순 시인의 말과 글을 쓴다는 것ㅡ시인과 시민
그래도 사람들 1. 시인의 동생
가게에 있다보면 예기치 않은 일들이 많다.
하루는 인근에서 항공 관련 일을 추진중인 사람들이
왔다. 그 중 조종사 출신이라는 대표가 책에 관심을 보였다. 이런 저런 얘기 끝에 김혜순 시인의 동생이라고 했다. 이야기를 들으며 머릿 속으로 김행숙 김언희 김이듬 시인이 스쳐 지나갔다. 계보랄까 연결성같은 걸 생각하게 되는 '시인들의 시인'이라는 김혜순 시인.
절판물을 빼고는 그녀의 전작 읽기를 시도하던 참이었다. 동생분이 그 책들을 몽땅 가져가더니 저자 사인을 해왔다. 시인은 좀체 자신의 책에 사인을 하지 않는다고 들었는데 동생분 덕분에 사인본과 신간까지 받았다. 황인찬 인터뷰, 글쓰기의 경이,라는 소제가 붙은 <김혜순의 말>이라는 신간이었다.
사인 아래 남긴 친필 글귀는 시인의 많은 것을 말한다.
'문학은 질문이기에 이 책을 완성한 건 내가 아니다.'
김혜순의 말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고통. 우리는 고통을 어떻게 사유해야 할 것인지, 어떻게 받아 들이고 살아가야 할 것인지를 문학이라는 형식을 통해 시인은 탐구해 왔다고 한다. 인터뷰를 진행한 황인찬 시인은 책의 서문에서 말한다. 시인으로서의 치열함과 시민으로서의 성실함으로 일관된 작업이었다고.
'우리가 시를 읽고 쓰는 동안 어딘가를 향해, 나를 벗어나 그 너머를 향해 열릴 수 있기를, 그리하여 더 먼 곳으로 나아갈 수 있'을 거라고 시인은 말한다.
시인의 말처럼 우리는 늘 고통 속에 있다. 내가 아프지 않다고 해서 고통이 없는 것이 아니며 소리내어 울지 않는다고 해서 고통스럽지 않은 것이 아니다. 아픔을 덜 느끼고 고요할 때조차 그 어딘가에는 소리없는 울부짖음이 존재한다. 그리하여 지금 이 시간 이렇게 쓰는 행위는 시인이 말한 어딘가를 향해, 나를 벗어나 그 너머를 향해 열릴 수 있기를 바라는 일이다.
나는 걷는다.
나는 계속 걷는다.
나는 나아간다.
어딘가로 건너간다.
어딘가를 벗어나 가벼워진다.
글을 쓴다는 것은 무서운 일이기도 하다. 맺힌 무엇이 풀리는 해원이기도 하지만 그 고통을 글로 풀어 버려서 어딘가로 훨훨 날아가 아득해지는 일이기도 하다. 더는 특별하지 않은 일이 되어 버린 것 같아 말도 안되게 허전하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는 일이다.
마치 오래 그리던 사람을 스르르 놓아 버리는 일처럼 글을 쓴다는 것은 그렇게 한발 한발 무위로 가는 일같기도 하다.
벌써 작년 (6월25일)의 일이 되어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