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은 정신병리학적, 심리학적 콘텐츠가 쏟아지고, 그에 따른 반응과 관심도 많은 시대이다. 그러나 정작 내가 마음의 병에 당첨(?)되면 원인이 무엇인지, 어떻게 낫는지, 어떤 도움을 청해야 하는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아무리 마음의 병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었다고는 하지만, ‘저 우울증이래요’ 하고 주변에 고백하면 여전히 사람들은 곧잘 당황한다. 심지어는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이들도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다.
나도 내 마음이 아프다는 것을 알았을 때 처음에는 쉽게 인정할 수 없었다. 겨우 받아들이고 난 뒤에도 병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나머지 그저 약만 꾸준히 먹으면 다시 괜찮아질 거라고 믿었다. 그러나 심각한 약물 부작용을 겪었고, 나아지기는커녕 마음도 몸도 건강을 잃어갔다. 운 좋게도 약을 끊는 것에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주는 가족이 있었고 감사하게도 중간중간 약 없이 병을 이겨내는 데에 도움이 되는 분들을 만났지만, 여전히 그 과정은 너무나 힘들었고 늘 위로와 응원에 목말랐었다.
단약을 하고 금단증상을 이겨내면서 특히나 나를 힘들게 만들었던 것은 약을 먹지 않고 마음의 병을 이겨냈다는 후기가 몇 개 없다는 사실이었다. 아무도 성공하지 못한 길을 걷는다는 불안함과 외로움에 젖어 온 인터넷을 뒤지고 또 뒤졌던 기억이 난다.
이 글은 과거의 나 자신을 포함해 약 없이 우울증 및 조울증을 이겨내려는 사람들에게 위로를 보내기 위해 쓰였다. 마음의 병은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모든 것이 모호하고, 전문적인 의료인이 아니라 한 문장 한 문장이 참 조심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글이 누군가를 외롭지 않게 할 수 있다면 나는 기꺼이 펜을 들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 자리를 빌려 물심양면으로 지원과 기도를 아끼지 않으셨던 부모님, 먼저 아픈 길을 걸었기 때문에 자기 일처럼 응원해 주었던 동생, 지금은 육아 동지가 되어버린 사랑스러운 현윤 테라피스트님, 무엇보다 너무나 힘들고 어두웠던 순간에도 묵묵히 가장 가까운 자리를 지켜준 남편에게 온 마음을 다해 커다란 감사를 보낸다.
조울증 단약후기: 큰일 날 줄 알았는데 잘 살아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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