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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빨강노랑 Aug 05. 2021

레스토랑에서는 무슨 일을 할까

말단 직원부터 관리자까지

레스토랑 관리자라고 하면 무엇이 떠오르세요? 혹시 워홀(워킹홀리데이)이나 대기업 소속으로 매장을 관리하는 거 같은 큰일이 먼저 떠오르시나요? 안타깝게도 저한테는 그런 경험은 아직은 없습니다. 레스토랑이라고 해봤자 호텔이나 셰프가 유명한 레스토랑이 아닌 데다가 그저 동네에 하나 있을 법한 레스토랑에서 근무를 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구멍가게이거나 자영업 음식점에서 일을 하는 건 아닙니다. 딱 중소기업 산하에 있는 레스토랑에서 근무하기 때문에 규모도 인원도 덜도 말고 더도 말고 중간쯤 하는 레스토랑에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제가 여기서 직원으로 일을 하면서 다른 곳에서 조언을 얻고자 브런치에서 관리자나 서비스에 관한 글도 많이 읽고 유튜브는 물론, 구글 검색까지 했으나 다른 분들은 모두 대기업이나 저와는 다른 직종의 관리자들이었기 때문에 어느 정도 공감은 하지만 실질적인 조언을 구하기는 어려웠습니다. 그렇기에 지금껏 일을 하면서 생긴 일들이나 작은 노하우들을 얘기해볼까 합니다.


다들 파스타나 피자 좋아하세요? 저는 파스타를 정말 좋아합니다. 부끄럽게도 학창 시절에 저는 파스타는 돈 많이 버는 사람들이 먹는 건 줄 알았습니다. 저희 집이 많이 가난하진 않지만 무언가 고급져 보이는 인테리어와 분위기, 거기다 모르는 메뉴들도 너무 많았기에 저는 자연스레 양식 레스토랑을 피하곤 했습니다. 서울로 대학을 올라가기 전 친구가 맛있는 것을 사주겠다며 들어간 곳은 양식 레스토랑이었습니다.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며 자연스러운 척 메뉴를 주문했고 거기서 맛본 파스타는 너무너무 맛있었습니다! 그래서 서울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게 되면 꼭 양식 레스토랑에서 일을 해보고 싶었습니다.


레스토랑에는 2개의 파트가 있습니다. 홀과 주방으로 나눠져 있으며 많은 분들은 아마 홀이 많이 익숙하실 겁니다. 홀은 보통 손님을 맞이하고 레스토랑 내에서 식사를 즐겁게 하고 갈 수 있게 서비스를 제공하며 주문한 음식을 가져다 드리고 퇴점까지 안내하는 곳이고 주방은 말 그대로 음식을 조리하고 식자재 준비나 발주를 담당합니다. 저는 홀 담당 직원으로서 6개월간 가장 기본적인 인사 멘트부터 홀에서 쓰는 식자재 발주와 카운터 마감까지 모든 것을 교육받았습니다. 교육받는 기간은 사람마다 다르지만 저는 1-2달 정도 걸렸고 나머지 4개월간 일에 익숙해지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홀 파트는 일이 어렵지 않았고 다른 아르바이트 경력 덕분에 빠른 교육이 가능했고 반복적인 경험을 통해 익숙해지는 것이 관건이었습니다.


말단 직원으로 일할 때는 뭐든지 즐거웠던 거 같습니다. 특히나 커피를 못 마시는 저는 카페 알바가 어려워 늘 바리스타 업무를 해보고 싶었는데 저희 레스토랑에서는 직접 에스프레소 기계를 통해 커피를 내려드리기 때문에 바리스타 교육도 함께 받았던 부분이 무척 좋았습니다. 과일주스나 에이드를 만드는 레시피를 외우는 것도 좋아서 한동안 음료 만드는 것을 나서서 할 정도였습니다. 일과는 별개로 많은 아르바이트 교육 덕분에 일이 쉽게 능숙해져서 그런지 말단 직원으로서의 교육이 끝났을 때는 조금 지루했던 기간도 있었습니다. 관리자가 되기 위한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한데 그 시간을 견디기가 무척 어려웠습니다. 그 시기에 매장 일이 바빠지고 근무하던 직원들의 인사이동이나 퇴사로 인해 인원이 많지 않아 말단 직원이 어느새 홀 파트의 세컨을 맡게 되기도 했습니다.


그저 반갑습니다로 시작해서 감사합니다로 끝나는 줄 알았던 레스토랑의 일은 그 안에 세세하게 신경 써야 하는 것들이 너무나 많았고 저도 아르바이트생으로 일했을 땐 그런 생각을 했지만 직원으로 일을 해보니 그 사이에 신경 쓰는 부분이 정말 많았습니다. 매장에 자주 방문하시는 단골분들의 얼굴은 무조건 외우는 게 좋았습니다. 신입으로 일할 땐 못 알아보셔도 서운해하지 않지만 어느 정도 근무를 했을 때 못 알아보시면 내심 많이 서운해하시기도 합니다. 거기다 주문이나 입맛이 까다로운 고객님들의 얼굴도 외워두는 게 스스로에게 편함을 선물하기도 합니다. 그런 분들은 따로 요청을 하지 않는 경우도 왕왕 많은데 그럴 때마다 식사를 하시다가 불만을 표시하기도 하시고 큰 컴플레인으로 이어져 환불이나 서비스 컴플레인으로 번지기도 합니다. 중소기업 소속이라 소수의 vip 고객님들도 많이 오시는데 식사부터 서비스까지 신경 쓰는 부분이 정말 많기 때문에 아직도 긴장되기 마련입니다. 조금의 실수가 큰 컴플레인으로 번지기에 늘 긴장이 동반되는 게 큰 이유입니다. 그 밖에도 본사나 세스코 점검은 물론, 각종 서류도 잘 구별해서 보관해야 하고 음료에 쓰이는 과일의 상태나 각종 소모품류, 특히 배달에 쓰이는 일회용품류 발주 양도 신경을 무척이나 써야 합니다.


관리자로 승진하기 위해 교육을 받으며 일을 할 때는 조금 어렵기도 했습니다. 얼마나 세세하게 신경 써야 하냐면 손님들이 식사를 하시는 테이블 안내에 관해서도 신경을 써야 합니다. 웨이팅이 없는 경우에는 괜찮지만 웨이팅이 있을 경우 손님 기준에 좋지 않은 자리를 안내해드릴 때면 불만을 표시하는 분들도 꽤 있기 때문에 늘 죄송합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라는 말을 1초마다 내뱉었던 거 같습니다. 심지어는 자리 때문에 손님들끼리 다툼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으면 어느새 90도 인사를 하며 죄송합니다라고 얘기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이렇게 많은 일들을 나열하고 보니 대기업이나 다른 직종 못지않게 나도 많은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비록 남들에게는 그저 동네 양식 레스토랑에서 근무하는 직원 1이지만 그런 분들에게 저희 레스토랑에서 최고의 추억을 드리기 위해 늘 노력하고 있는 직원들의 모습도 봐주시면 더더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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