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욕스러운 포기가 다음 성공을 부르는 이유

빨리 그만두는 용기, 끈기 부족이 아닙니다

by hotboipizza

오늘날 우리는 각기 다른 이유로 모두 성공하고 싶어합니다. 또 주변사람들과 SNS는 우리로 하여금 그 성공을 빠르게 쟁취해야 한다는 압박을 줍니다. 고작 20대 초반인 저 또한 이 압박을 피해갈 수 없었습니다. 저는 시간과 공을 들여 실력을 쌓을 생각보다는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성공할 수 있는 법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생각한 유일한 방법이 바로 인플루언서였습니다.


인플루언서는 실력이 없어도, 전문성이 없어도 빠르게 부의 추월차선에 탈 수 있는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느껴졌습니다. 심지어 제가 존경하는 형이 인플루언서가 되어 차근차근 성장해나가는 모습을 보며, 이 길만이 나에게 성공을 안겨다 줄 유일한 방법이라고 확신했습니다.


저는 즉시 행동에 돌입했습니다. 틱톡과 릴스, 유튜브 영상을 만들었고 심지어는 강의와 책도 사서 읽었습니다. 하지만 놀라운 것은, 하면 할수록 제 마음이 괴로워진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온라인에서 웃긴 이미지로 남고 싶지 않았습니다. 무엇보다, 아직 사람들에게 제공할 가치가 없다는 걸 나 스스로가 가장 잘 아는데, 그걸 숨기고 인기부터 얻자는 것이 도저히 내키지 않았습니다. 우스워보이고 싶지 않아 제 일상을 담백하게 담은 영상을 찍었지만 그건 재미가 없었고, 영상이 지루하니 사람들이 보지 않았습니다. 저조한 반응에 자신감은 떨어지고, 점점 영상을 구상하고 제작하는 과정이 힘겹게만 느껴졌습니다.


이런 악순환에 빠진 저는 어느 날 한 팟캐스트 영상을 봤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크리스 윌리엄스라는 팟캐스터가 실리콘 밸리의 현자라 불리는 나발 라비칸트를 인터뷰하는 영상이었습니다. 영상에서 나발은 말합니다.



지능을 판별하는 유일하게 옳은 기준은,
올바른 것을 원하고 그걸 얻어낼 수 있는가이다.

저는 머리를 세게 맞은 기분이었습니다. 인플루언서가 되겠다는 결심, 그것은 내가 진정으로 원했던 '올바른 것'이었을까요?



1) 진짜 고통 vs 가짜 고통을 구분하는 지능

형은 제가 괴로워하는 것을 보고 망가질 용기가 부족하다고 말했습니다. 저는 그 지적 앞에서 나는 왜 이리도 약해빠졌는가, 하며 수도 없이 저를 채찍질했습니다. 하지만 나발의 질문을 듣고 의심의 불씨가 피어오른 저는 처음으로 정직하게 제게 물었습니다. "정말 내가 약해빠졌기 때문에 괴로운 것인가? 올바른 것, 즉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게 아닌 무언가를 좇고 있다는 괴리감 때문에 괴로운 것은 아닐까?"


그리고 저는 제가 느낀 괴로움을 두 가지로 분류했습니다.


-Unhappily Happy (생산적 고통): 진정으로 원하는 궁극적인 목표가 명확하고, 그걸 이루기 위해 감내해야만 하는 고통. 과정이 고통스럽고 성과는 미미하더라도 나아가고 있다는 확신이 있고, 해내고 난 후에 성취감과 자존감이 올라갑니다. 혹은 고통의 과정 자체가 즐겁습니다.


-Unhappily Unhappy (비생산적 고통): 즐겁지 않지만 억지로 해야 하고, 왠지 해야 할 거 같아서 하는 일에 따르는 고통. 일을 하면서도 억지로 애쓰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고통과 불만족이 합쳐져 제 자신이 그저 소모되고 있다고 느껴집니다.


두 가지 고통을 분리하니 저의 상태를 정확히 진단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좇았던 것은 진정 제가 원하던 것이 아니었습니다. 저의 모습은 아는 형이 그걸로 잘되고 있다고 해서 무작정 뛰어든 불나방과 다를 바가 없었습니다. 이는 팟캐스트 영상 속 나발이 경고한 '모방 욕구(Mimetic Desire)'였고, 저는 인지하지도 못한 채 그 덫에 걸려들었습니다. 빠른 성공에 눈이 멀어 내면의 가치와 나의 길을 모두 등진 것입니다. 그 과정은 아주 힘겨웠고, 즐거움과 자기신뢰가 아닌 집착과 불안만을 얻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포기해야 할 잘못된 목표라는 신호였습니다.


2) 포기, 그리고 치욕

잘못된 목표라는 것을 알아차리고 다른 걸로 바꾸는 게 말처럼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포기를 결심한 순간 저는 거대한 치욕감에 휩싸였습니다. 그간 자기 절제와 끈기, 포기하지 않으면 언젠가는 빛을 본다고 했던 제 믿음을 배신하는 것 같았습니다. 또 "제대로 해보지도 않고 성과가 안나오니 포기했다"는 목소리가 마음 속에서 윙윙거렸고, 열심히 해서 삶을 바꿔보겠다고 했던 형과 친구들 앞에서의 맹세가 모두 무너진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이 치욕감이야말로 "내가 지금 제대로 실패했구나" 하고 확신하게 해주었습니다. 생각만 하다가 시도조차 안해본 것이 아니라 도전하고 고민하고 어느 정도 성과도 낸 후에 그만두는 것이니 값비싼 수업료를 치른 셈이죠. 저는 이 모든 과정과 치욕감에서 배운 걸 바탕으로 다음 챕터에서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리라 다짐했습니다.


3) 실패의 숫자는 중요하지 않다

인플루언서의 길을 깔끔히 포기하고 잠깐 방황했지만, 방황은 예상 외로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이것이 정확히 팟캐스트에서 강조한 내용입니다.


인간은 비관주의적으로 진화했습니다. 그것이 원시사회에서는 생존에 유리했기 때문이죠. 하지만 현대사회는 실수와 실패에 훨씬 더 관대합니다. 때문에 우리는 우리 안에 내재되어 있는 비관주의를 의식적으로 인지하고 극복해야 합니다. 당신이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충분한 시간과 노력을 들여 숙고하고, 그 후엔 빠르게 시도하고 빠르게 그만두세요. 시도와 포기를 빠르게 반복하다 완전히 몰입할 한 가지를 찾는 순간, 거기에 올인하세요. 그럼 당신은 복리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실패의 숫자는 전혀 중요하지 않게 됩니다.


저는 영상 속 나발이 한 말을 실패의 과정으로 직접 체험했습니다. 뼈아픈 체험에서 피부로 느낀 것은 실험과 실패가 쌓일 수록 나에 대한 이해가 더 깊어진다는 것입니다.


빠른 성공을 바라는 인플루언서는 포기했지만, 저는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가치를 전하고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다만 아직은 스스로를 더 채우고 익어가는 번데기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본질을 갈고 닦아 더 나은 사람이 되고, 그 과정을 글로 공유하겠습니다. 이것이 바로 시도와 노력과 실패가 있었기에 얻을 수 있었던 비싼 자기 이해입니다.


오늘도 질문 하나를 드리며 글을 마무리합니다.

혹시 지금 'Unhappily Unhappy'한 길 위에서 고통받고 있지는 않나요? 만약 겉만 번지르르한 무언가를 좇고 있다면, 단호히 포기하세요. 포기에서 오는 치욕감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오류를 수정하세요. 이 경험을 발판 삼아 다음 단계로 나아가세요. 당신이 복리의 효과를 누릴 수 있는 단 하나를 찾기 위한 다음 탐색을 응원합니다.


팟캐스트 영상(출처-비즈까페): https://youtu.be/ledUBXY7Vfo?si=Mx8_Jtgq7pwoYYZ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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