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화대학교 도서관의 코딩 소리를 들으며 인간의 본질을 생각하다
저는 대학에서 중어중문학을 전공하고 있습니다. 어문계열 학생이라면 대부분이 그렇듯, 저도 미래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합니다. 그런데 얼마 전 중국으로 교환학생을 온 후부터, 이 고민이 조금 더 깊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지금 칭화대학교에 있습니다. 칭화대학교는 전세계 최상위 명문대학 중 하나입니다. 따라서 중어중문학을 공부하기에는 최고의 환경인 것이죠. 하지만 여기서 직접 수업을 들어보니, 너무나 실망스러웠습니다. 현실과 동떨어진 지식을 의미없이 암기하는 게 수업의 전부였습니다. 도서관 옆자리에서는 전세계 각국에서 온 엘리트 친구들이 AI를 이용해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코딩을 짜고, 자신만의 프로젝트를 완수해내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그들과 저의 대학생활을 비교할 때마다 실존적인 불안이 파도처럼 밀려왔습니다. 우리는 완전히 새로운 세계를 목전에 두고 있고, 그 세계는 교수님들도 알지 못하는 세계입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죽은 지식을 머릿속에 집어넣는 데 대학생활을 전부 써버린다면, 난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너는 것과 마찬가지란 것이었습니다.
저는 AI나 컴퓨터 쪽으로 아는 것이 없습니다. 그렇다고 억지로 전공을 바꿀 수도 없습니다. 예측 불가능한 신세계에서 오랫동안 살아남기 위해, 당장의 취업보다 훨씬 더 본질적이고 절박한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모든 것이 변할 AI 시대에서 절대로 변하지 않을 인간다움이란 무엇인가?"
그러면 인간인 우리에게 남은 단 하나는 '용기'입니다. 이 용기는 단순히 두려움에 맞서는 용기를 말하는 게 아닙니다. 이는 '세상에 없던 것을 만들어내는 용기'이자 '비관주의를 인지적으로 극복하고 불가능과 맞서 싸우는' 인간 정신의 가장 강력한 힘입니다.
AI는 방대한 데이터와 확률을 기반으로 가장 안전하고 효율적인 최적값을 계산합니다. 즉, AI는 오직 '가능한 것'의 영역에서 움직입니다. 그러나 인간은 역사 내내 수많은 비관적인 예측에도 불구하고, 데이터가 '불가능하다'고 말하는 영역을 향해 뛰어들어 새로운 가치를 창조해냈습니다.
저는 앞으로 AI의 발전에 따라 많은 것이 가능해질 거라고 믿습니다. 인간 능력의 한계, 지식의 한계, 상상력의 한계 때문에 못하던 일을 AI가 도와줄 테니까요. 그런 시대에서는 상상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못하던 것 중에서 무얼 할 수 있을지 상상하고, 그 상상을 현실화하는 용기는 결코 AI에게 빼앗기지 않을 인간다움입니다.
인간의 역사를 10,000개의 점으로 표현한다면, 휴대폰과 컴퓨터, 인터넷과 함께 산 기간은 점 1개에 지나지 않는다고 합니다. 이게 시사하는 바는, AI가 빠르게 발전해 인간의 생활모습을 바꿀 수는 있어도 수백만년간 변하지 않은 우리의 뇌와 신체구조 등 하드웨어를 바꾸지는 못할 거라는 것입니다. 그 하드웨어에 깊이 새겨진 것이 바로 인간의 본능입니다. 우리는 인간의 본능을 깊이 이해해 AI의 빠른 발전에도 흔들리지 않는 뿌리를 내려야 합니다.
AI가 매일 새로운 기술을 내놓아도, 그의 주인인 인간은 여전히 땅에 발을 딛고 살아갑니다. 우리는 좋은 사람들과 맛있는 음식을 먹기 원하고, 안전한 곳에서 잠들기 원하고, 사랑하는 사람과 유대를 가지기 원합니다. 따라서 우리는 AI의 빠른 변화에 발 맞추려 노력하되, 수백만년간 변하지 않은 본능이라는 보편성의 축을 파악하고 그 본질적인 욕구를 해결하는 일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저는 인간의 본능 중 하나인 '공감'에 특히 집중을 하고 싶습니다. 인간은 소속되기 원하고, 남들에게 인정과 존경을 받기 원하는 사회적인 동물입니다. 요즘은 다른 사람에게 말 못할 고민을 AI에게 전부 털어놓는 시대가 됐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만이 해줄 수 있는 '진짜 공감'은 따로 있다고 생각합니다. AI는 정서적으로도 당신의 마음을 치유해줄 수 있고, 현실적인 해결책을 줄 정도로 현명합니다. 하지만 인간은 각자 삶의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상대의 고통과 기쁨을 내 경험에 빗대어 공감하고, 유한한 신체와 생물학적 감각이라는 한계 속에서 유대를 만들 수 있습니다.
AI 시대에 인간이 살아남으려면 많은 사람이 찾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점점 AI의 힘을 빌려 개인이 홀로 할 수 있는 일이 늘어나고, 사회는 축소될 것입니다. 그럴수록 사람들은 AI가 해줄 수 없는 것을 제공하는 사람을 찾게 되겠죠. 우리는 AI가 흉내낼 수 없는, 신체와 유한함의 한계 속에서만 얻을 수 있는 '진짜 공감 능력'을 갖추어 인간 관계, 리더십, 소통 등 인간 간의 상호작용의 영역에서 대체 불가능한 역량을 갈고 닦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AI는 '고통' 또한 데이터로 학습하여 표현할 수 있는 존재입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정교한 기술일 뿐, 실제로 그 고통을 겪을 수 없기에 알맹이까지 담아낼 수는 없습니다. 고통은 겪어야만 알 수 있는 실존적인 경험이기 때문입니다. 미아자키 하야오 감독님이 위와 같이 말씀하신 것은 AI가 생명의 유한성과 그로 인한 절박함을 이해하지 못하고, 오직 기술적 효율성으로만 그것을 재현하려는 행위에 대한 비판일 것입니다.
AI는 인간에게 최고의 도구이며, 최고의 협력자입니다. 그는 가장 빠른 정답을 알려주고 가장 효율적으로 업무를 완수하게 도와줍니다. 하지만 인간은 조금 다릅니다. 우리는 수십 년간 한 길을 걸어 장인이 되고, 불확실한 미래를 반복적으로 연구하며, 경제적인 이익을 포기하면서 남을 돕는 비합리적인 선택을 하는 존재입니다. 그런 바보같음과 비효율 속에서 천천히 본질이 생겨납니다. 알맹이가 생기고 스토리가 생깁니다.
AI가 기하급수적으로 발전하는 이 파도 속에서, 기교와 기술과 껍데기가 전부인 자는 결코 살아남지 못할 것입니다. 세상이 더 빨라지고 쉬워지는 가운데 진정으로 살아남으려면 느린 속도, 동굴의 시간, 실패의 고통, 끝없는 고민을 기꺼이 감수해야 할 것입니다. 그렇게 해서 피와 땀에 젖은 알맹이를 가진 인간만이 진정한 영웅의 모습으로 빛날 것입니다.
우리는:
1. 데이터가 불가능하다고 말하는 영역으로 뛰어드는 용기를 가지고,
2. AI가 닿을 수 없는 본능과 진짜 공감의 깊이를 탐구하며,
3. 알맹이 없는 기교 대신 비효율적인 땀과 시간이 밴 본질을 선택해야 합니다.
이 세 가지 역설적인 증명은 AI 시대에도 변치 않을 인간의 유산입니다. 중어중문과 학생으로서 현실과 동떨어진 학문을 배웠다는 불안을 안고 있지만, 이제는 압니다. 죽은 지식 대신 살아 있는 본질을 탐구하고, 효율 대신 의미를 창조하는 비효율적 결단을 내리는 자만이, 이 새로운 파도 속에서 가장 빛나는 존재로 살아남을 것입니다. AI가 모두를 효율화할 때, 우리는 인간다움을 선택하는 주체성을 가져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