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면의 진실(9)

단전 호흡이 사이비화 되었던 역사도 다룰게

by 필립

80년대 베스트셀러 [단]이 새로운 시장을 개척했어. 호흡 하나만 잘해도 신비로운 초능력고 기문 둔갑술을 익힐 수 있다는 판타지가 불티나게 팔리는 시대였지. 들숨과 날숨을 의식적으로 조절하면 무아지경에 도달하고 무형의 신비로운 기운이 척추를 타고 올라가서 정수리를 찍고나서 다시 아랫배로 돌아오는 순환으로 무병 장수의 꿈을 실현한다지. 더욱이 우리 한민족에게 유일하게 전수되어온 전통 수련법으로서 우리들의 애국심에 불을 당겼잖아. 그 결과 우리 것이 최고라는 자부심으로 민족 고유의 자랑스러운 무술도 급하게도 창작되었다는 설이 있어. 하지만 [단]의 모델인 권씨 할아버지의 행적에 의문점이 많았어. 모 권력기관의 장이 축지법을 육상 선수 훈련에 적용하면 트랙에서 지치지 않고 날아다닐 것이라는 꿈에 부풀어서 할아버지를 특별 초빙해서 열심히 선수들을 조련했는데 오히려 생명과 같은 순발력이 많이 퇴보하고 지구력만 약간 향상되었다나? 무안해진 할배는 마지막 기회를 애처롭게 읍소했고 홍콩에서 거래 금지된 멸종 위기종의 신체 일부를 들여오다가 세관에서 걸리는 바람에 국경을 초월한 나라 망신을 자초했더랬어. 한 사람의 망상이 시기를 잘 타면 얼마나 유행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 사례야.

서양에 물질적인 욕망을 성취하려는 연금술이 있다면 동양에는 무병 장수를 목적으로 하는 연단술이 있다고 할 수 있어. 주로 도교 계통의 단체들이 연구를 해왔고 전통 중의학으로 발전했다고 하더라구. 처음에는 수은 같은 중금속을 배합한 약을 조제해서 먹다가 부작용으로 사람들이 이상 반응을 보이면서 죽어 가자 호흡과 명상위주의 내단술로 전환되었지. 호흡을 가다듬어서 독맥과 임맥을 중심으로 전신에 기운을 순환 가능하면 지치지 않은 힘이 샘솟을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서 정수리에서 양신이라고 이름 붙여진 수련자 본인의 분신을 뽑아낼 수 있다는 판타지에 이르렀어. 참호흡선법이라는 책에 의하면 날숨과 들숨의 시간을 극히 길게 조절할 수 있으면 온몸의 근육과 관절을 이완되어서 전신의 기운을 자극하며 발바닥까지 혈액 순환이 활발해져서 뜨거워진다고 주장하고 있어. 그러면서 허리와 뱃속 깊숙한 근육까지 전부 이완되어서 내장이 아래로 내려와서 아랫배가 아주 불룩해진다고 하더라구. 그 바람에 아랫배가 성기까지 집어 삼켜서 석가모니 신체 특징 중 하나인 구축불거를 실현한다는 희한한 설명도 있었어. 내 나름대로 해석해 볼려고 노력했는데 신생아는 복근이 아직 없다보니 아랫배의 내장을 안으로 집어넣을 수가 없으니 비만에 해당되지 않지만 아랫배가 불룩해진다고 하네. 그렇다면 노화에 역행하고자 하는 도가의 수행자들이 노인에서 젊은 성인으로, 그리고 어린이로 마지막으로 신생아로의 성장 역행의 과정을 호흡 수련으로 실현하고자 한 것은 아닐까?하는 가설을 세워 보았어. 그런데 좀 이상하지 않니? 노인에서 젊은 청년으로 젊어지고자 하는 바는 이해할 수 있지만 어린애나 애기로 역행하는 것은 너무 도가 지나치다는 생각을 멈출 수 없어. 제대로 수련한 남자는 성기가 2차 성징 이전으로 퇴화하며, 여자는 생리가 중단된다고 주장하고 있어. 이 단계에 이른 수련자는 없다고 생각되지만 만약 그러한 현상이 발생한다면 필시 노화되어 성호르몬의 분비가 정체되어서 중성화되었다고도 볼수 있지. 그 영역에서 흔히 보이는 사이비 도사들의 착각의 원인이 될 수 있어. 괴상한 수련을 하다가 우울증에 걸려서 삶의 의욕이 사라지면 도를 깨우쳐서 욕망에서 해방되었다고 우기고, 성기능 장애를 평범한 인간의 길을 초월하고 도통한 증거라고 내세우면서 제자를 모집하는 행태를 벌이는 것이지. 단전 호흡 수련 단체들은 민족의 위대한 치료 요법이라고 선전하면서도 실제 보여준 실적은 빈약하다보니 나름대로 이것저것 궁리는 하는 것 같아. 지도자가 해외 수련 시설에서 성추행을 범해서 나라 망신을 제대로 해버린 모 단체의 경우에는 단전 호흡으로 초능력 개발된다는 논리를 증명 불가능하자 이제는 뇌호흡이라는 요상한 물건을 들고 와서는 순진하게 믿어 버릴만한 어린이들에게 가르치고 투시력이 개발되었다고 거하게 뻥을 쳐버렸지. 일부 지식인들도 동조하기도 했고… 그런데 막상 방송 프로그램에서 검증을 했더니 아이들의 눈위에 걸쳐진 가리개의 틈으로 다 보고 있으면서 투시했다고 거짓말을 한 것이었어. 가리개의 틈새를 테이프로 막아버리자 테이블위의 카드의 모양과 숫자를 전혀 알아맞히지 못하더라구. 이런 뻔한 거짓 선동이 탄로나자 단체 나름대로 활로를 찾는답시고 중국의 태극권도 민족 수련법에 추가하려는 우스운 추태도 보였다고 그래. 그렇게 갈팡질팡하다가 지도자 명의로 책을 출간했는데 뚱딴지같은 팔 굽혀 펴기를 들고 나왔더라구. 민족의 위대한 호흡 수련으로 초능력을 발휘한다는 주장에서 결국에는 팔 굽혀 펴기로 드라마틱하게 뒷걸음질 치다니 이제 단학도 끝물이네. 그리고 또 하나의 사례를 들어보자면 무협지와 쿵푸 드라마에 심취한 공무원이 호흡 수련에 정성을 들여서 성취한 나름대로 파란만장한 일대기야. 불굴의 의지로 호흡 수련을 해서 무호흡의 단계까지 도달했고 물속에서도 생존한다는 수선의 명예도 이뤄냈지. 그리고 불교 계열의 수련인 혜기공으로 고질병이었던 허리 디스크도 치료했다고 주장하고 있었어. 그러다가 본인의 성취에 의문점을 품고 여러가지 시도를 해보다가 단전을 강화해야 한다는 깨달음을 얻기도 했고, 결국에는 날숨과 들숨사이에 숨을 멈추는 지식 호흡의 폐혜를 인지하게 되어서 결국 호흡을 무리하게 연장하는 방식을 버리고 자연스럽게 들숨과 날숨을 하는 이른바 자연호흡이 최고라는 결론에 도달했지. 호흡을 인위적으로 조절해서 무호흡과 대주천으로 높은 수준에 이르렀으나 결국 원래 하던대로 자연스럽게 숨 쉬는 것이 최고라는 소박한 회고에 오히려 내가 감동했다니까. 참고로 한 가지 덧붙이자면 국내 굴지의 대기업 총수가 호흡 수련을 열심히 하다가 암에 걸려 세상을 뜨게 되었는데, 이 사람이 자신의 수련기를 월간 잡지에 공개하기도 했었어. 본인의 붉은 얼굴빛이 수련이 잘 되어서 피가 머리까지 통했다고 자랑했다고 하는데, 정작 주위의 자칭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상기 증상으로 피가 순환하지 못해서 건강에 이상이 발생했다고 걱정했다고 하더라구. 결국 호흡 수련이 반드시 무병 장수를 장담하는 것도 아닐뿐더러 인위적인 호흡 조절보다는 쉬운 자연 호흡을 하고 팔굽혀 펴기를 하면 금상첨화라는 상식적인 결론을 낼 수 있어. 굳이 호흡법 연습하지 말고 가끔씩 팔 굽혀 펴기하고 평소에 건강에 조금만 신경 써주면 되겠네.

그리고 최근 몇년동안 호흡 수련 관련 글을 인터넷에 왕성하게 올리는 활동가가 눈에 띠었어. 간경변으로 죽음만 기다리다가 앞서 소개한 호흡 수련에 일생을 바친 공무원에게 배워서 불치병을 완치하고서는 왕성하게 호흡법을 소개하고 있던데 블로그 내부 카테고리에 초능력 개발 항목이 개설되었더라구. 아직도 사이비의 명맥은 질기도록 이어지고 있으니 경각심을 가져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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