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 모아서 내집 장만하다
나의 재테크의 시작은 대부분의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월급을 모으는 것부터 시작해야만 했어. 대학 4학년 2학기에 대기업 입사가 확정된 이후로 20여년간 근무해오면서 끈질기게도 급여와 보너스를 타왔지. 아버지가 IMF시기에 일찍 퇴직했기에 부모가 살고 있는 고향집에 경제적으로도 지원을 해야 해서 남들 만큼 돈을 모으려면 지출을 최소한으로 제한해야 했지. 다행히 평일에는 하루 세끼를 회사에서 무료로 해결할 수 있는데다가 주말 출근도 하면서 조금은 수입을 보충할 수 있었지. 그리고 가끔씩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서 재테크관련 책들도 읽어나가면서 기본적인 경제 지식도 습득하기 시작했지. 그러나 회사에서 어떻게 고생하면서 번 돈인데 손해볼 수 없다는 두려움에 선뜻 투자에 나서기는 어려웠지. 이때 내 공포를 부채질하는 폭락론자의 종말론적인 시각이 공중파 뉴스에서도 자주 다루어졌기 때문이기도 했어.
그렇게나 극히 소극적으로 급여와 보너스를 월급 통장에만 쌓아두는 생활을 15년정도 이어왔지. 그러다가 이제 내 나이도 40대가 되었고 근무하는 회사의 네임 밸류를 고려했을때 내 집 하나 없다면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지. 당시 집권중인 문재인대통령이 집값을 떨어뜨리겠다고 공언한터라 내집 마련 결심에 어머니는 결사반대를 했지. 하지만 나도 짜증을 내면서 결국은 회사 주변에 24평의 아파트 한채를 장만했지. 대출 없이 그때까지 내가 모은 돈만으로 마련했지. 당시 3억5천8백만원을 지불했고 지금은 거래가격이 6억원정도에 형성되고 있지. 마지못해 내 결정을 따라준 어머니는 자기 생각이 옳았다면서 이상한 이야기를 하길래 내 마음도 묘해졌어. 어머니는 돈 관련된 이야기만 나오면 현실과 환상을 구별하지 못하기에 재테크 관련해서는 절대 신뢰하지 않고 있어.
생애 최초 내집 장만은 내 인생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주었지. 내 소유의 아파트 한채가 있다는 것, 회사일에 희망을 잃을 때마다 돌아갈 수 있는 안전 지대가 존재하는 사실은 두려운 마음에도 든든한 희망이 되어 주었지. 게다가 최근에 접한 경제 지식에 의하면 부동산보다는 주식 투자가 대세인 미국에서도 부자의 90퍼센트는 부동산으로 부를 쌓았다는 사실도 현실에 부합하는 것을 깨닫게 되었어. 목돈이 한꺼번에 투입되어야 하는 부동산 투자를 하고 남은 소액을 금융 자산에 투자해야 하니, 아무래도 주식으로 충분히 투자해서 돈을 불리기에는 원금이 충분치 않지.
혹자는 대출을 최대한 당겨서 상급지에 투자했다면 더욱 많은 자산을 거둘수 있지 않는냐고 하겠지만 미래를 확신할 수 없는 결과론에 불과한 망상이라고 생각해. 막대한 이익보다는 소액이나마 확실하게 벌어들이는 것이 중요해. 어쨌든 모처럼 장만한 아파트 가격이 오르면서 약간의 자신감이 생겼지. 물론 급여 수준이 높은 대기업에서 장기간 근무했기에 집을 살 수 있었지만 당시 때를 놓쳤다면 수원 지역 집값이 폭등해버려서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는 기회를 흘려버리고 지금도 원룸에 기거하면서 후회막심일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