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옷은 자발적 외톨이도 밖으로 뛰쳐나오게 하네
국내 브랜드 해지스에서 출시된 겨울 코트를 입고 다녔는데 고급스러운 외관 재질에 내부는 오리털 다운 충전되어 있어서 매일 입고 다녔어. 그러다가 옷에 손상이 발생해서 새로운 겨울 코트를 장만하기로 마음 먹었지. 잘 고른 코트는 흐믓한 만족을 안겨주기에 통 큰 투자를 해야겠다는 생각에 아웃렛 매장이 아니라 수원역 AK백화점에 아주 오래간만에 출두했어. LG계열의 해지스는 이미 경험했으니 삼성계열의 갤럭시를 내심 염두에 두고 있었는데 빨질레리 매장을 발견하고 나도 모르게 내심 조용한 환호를 외치면서 점장 아저씨와 눈이 마주쳤어. 그러고보니 십수년전에 추석 연휴에 고향인 제주도에 내려가서 어머니가 골라주고 내가 거금을 지불하고 마련한 빨질레리 캐시미어 코트를 사서 대만족한 경험을 떠올리게 되었거든. 기술 직군에 종사하면서 대외 활동이 전무한 내가 고급 코트를 입고 외출할 일은 거의 없기에 일년에 한번 입을까 말까할 정도로 장농속에 고이 모셔만 두었지만 고급스러운 캐시미어의 외관과 부드러운 감촉, 세련된 디자인이 무척 마음에 들었어. 그때는 옷이 날개라는 옛말이 실감되었지만 이후로도 쭉 겉치장에 담을 쌓고 살아 왔었지. 실망과 수치의 감정이 지배하는 뇌리속에 극소수의 만족했던 기억의 빨질레리 브랜드를 지금 다시 만나게 되어서 들뜬 마음에 설렘도 느꼈지. 추천받은 코트중에서 빤짝이면서 튀는 디자인을 거절하고 무난한 걸로 골랐지. 구스다운에 고급 원단을 혼용해서 세련되어 보이면서도 입었을때 내 몸처럼 가볍고 산뜻한 기분이 마음에 들었어. 그런데 점장님의 거듭된 칭찬을 듣다보니 점점 얼마나 높은 가격을 부를지 걱정이 되기 시작했어. 대한민국에서 나의 위치는 중산층에 해당되겠지만 사치를 부리는 것은 실용성과 내실을 최우선으로 하는 가치관에 위배되거든. 통보받은 가격은 250만원에 최대한 디스카운트를 해서 160만원인데 망설여지기도 했지만 한번 장만하면 10년 이상 입으면서 자랑스러워할 수 있기에 감당할 수 있다고 판단했어. 그렇게 고급 코트를 마련해서 첫번째 패션 아이템으로 삼았지. 출근할때는 점퍼차림이지만 휴일이나 주말에는 빨질레리 코트를 몸에 두르고 여기저기 혼자 돌아다녔지.
그리고 사진을 찍어서 구글 제미나이에도 평가를 해달했는데 아주 흐믓한 결과가 나왔어. 가성비 좋은 하이엔드 브랜드에 비단 재질의 제냐 원단, 구스다운으로 보온 기능에 충실하면서도 밍크와 족제피 모피도 사용되었는데 그 가격에 감당하기 어려운 좋은 쇼핑이라네. 그러한 와중에 내가 인식하지 못했던 옷의 가치를 깨닫게 되었어. 예쁜 옷을 입으면 나처럼 집에 처박히는 타입의 남자도 외출하고 싶어지고 활동적으로 변하고 싶은 욕망을 가질 수 있다는 사실을... 나의 닫힌 마음을 외부로 열수 있는 열쇠를 하나 찾은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