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주은: 가족과 첫 사랑

by 변우현의 인물당

#1 가족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던 조모는 손주은이 아주 어렸을 때부터 성경 암송을 시켰다.


일부러 긴 구절들을 외우게 했다.

8기통 엔진의 머리에 12단 미션의 암기력을 탑재시킨 격이었다.


많은 인터뷰어들이 손주은을 만났을 때,

수십 년 전 날짜까지 정확히 기억해내는 걸 놀랐던 덴 이유가 있었다.


전도사였던 고모는 성경 한 구절을 재밌게 키워내 손주은에게 들려줬다.


손주은은 화술의 중요성을 일찌감치 깨닫게 됐다.

어줍잖은 교구나 기교 없이도 본질적 재미는 전달될 수 있다 확신했다.


인터넷 강의 초창기 경쟁업체들과 달리,

손주은은 현강의 몰입감을 확신했던 덴 이유가 있었다.


손주은 모친은 1970년 겨울 마산에서 가죽옷 맞춤 장사를 시작했다.

기성복이 없던 때였다.


마산은 수출 자유지역으로 지정되며 많은 노동력이 유입됐다.

솜을 누빈 가죽잠바는 출퇴근용으론 딱이었다.


모친은 장사가 끝나면 큰 자루로 돈을 세느라 바빴다.


모친은 5년만 집중하고 관뒀다.

장사를 그만두자마자 기성복이 쏟아져 나왔다.


타이밍이 예술이었다.

손주은의 타고난 사업가적 기질도 이유가 있었다.


손주은 부친은 양돈업과 육류 군납업으로 재산을 모았다.


부친은 손주은을 강하게 키우고 싶었다.

삶은 문제해결의 연속이고 비확실성의 영역이란 걸 알려주려 했다.


“네가 정말 중요한 일을 하고 있는데 마침 아버지가 갑자기 죽으면 어떻게 하겠느냐?”

“아버지 시체를 밟고 지나가라”


이 말을 들은 손주은 나이가 7살이었다.


그 시절 여느 아버지들과는 다른 자상함도 있었다.


뛰노는 걸 좋아하는 손주은을 위해 운동기구는 부족함이 없었다.

손주은이 아플 때면 수지침을 배워와 치료해주기도 했다.


고전 읽기 시험을 앞두고 부친은 손주은을 무릎에 누이고 책을 읽어줬다.

그렇게 해서 손주은은 고전 읽기 학교 대표가 됐다.


누구에게나 모성애는 디폴트다.

손주은이 역경을 이겨낸 원동력은 부성애였다.


#2 사랑

손주은은 1979년 12월 24일 운명적 사랑에 빠졌다.


삼수 끝에 서울대 입학한 1981년 3월3일까지 단 하루도 안 빠지고 만났다.


‘424일간의 사랑’이었다.

숫자나 기간이 인상적이라기 보단 내용이 강렬했다.


본고사 준비기간에 자신보다 공부를 못했던 그녀를 가르쳤다.

삼베옷도 불사했던 재수생 손주은은 시험 대비를 못했다.


그녀는 이화여대에 합격했다.

손주은은 서울대 경영대에 떨어졌다.


후기였던 외대 영어과를 갔다.

한 학기만 보내고 삼수를 이유로 고향으로 내려갔다.


손주은은 가난했던 그녀의 2학기 등록금을 벌기 위해 과외를 시작했다.

단 두 달 만에 이화여대 등록금의 2배 정도 되는 돈을 모아 건네줬다.


명문대생이면 누구나 과외로 돈 쉽게 많이 벌 줄 알지만,

그걸 해본 사람은 극소수란 걸 알만한 사람은 안다.

타고난 재능이었고 본편을 예고한 프리퀄이었다.


손주은이 서울대 입학식 날, 다른 남자친구가 생긴 그녀는 이별을 통보했다.

3년 동안 그녀의 마음을 돌리려 노력했지만 실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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