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짜르트의 레퀴엠

by 친절한 손원장

내 병원이 있는 신도림 역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붐비는 곳 중에 하나다. 전철로 출퇴근 하는 나는 아침 저녁으로 내가 수 많은 사람들의 한 가운데 살고 있다는 것을 몸으로 느낀다. 평소에 이어폰을 끼고 노래를 들으면서 출퇴근을 하는데, 모짜르트의 장송곡 ‘레퀴엠(Requiem in d-Moll, KV 626)’ 이 흘러 나왔다. 살아 있는 수 많은 사람들이 내 곁을 지나는데, 망자를 위한 노래가 내 귓가에 가득 차니 갑자기 비현실적인 생각이 들었다. 마치 나 혼자 세상을 떠난 영혼이 되어 모두를 바라보는 느낌이었다.


처음 든 느낌은, ‘이게 다 무슨 소용이냐’였다. 정신 없이 뛰며 내 어깨를 치고 지나가는 남자, 다리가 아파 앉고 싶은데 앉을 자리가 없어 두리번거리는 아주머니, 아랑곳 않고 내내 화장을 고치는 여자, 핸드폰으로 웹툰을 보면 낄낄 거리는 아저씨까지… 당신들 모두가 언젠가는 모짜르트처럼 죽을 거고, 당신들의 장례식에는 지금 내가 듣고 있는 노래가 흘러 나올지도 모르는데, 이렇게들 다 처절하게 사는게 다 무슨 소용인가.


허무한 마음이 독버섯처럼 피어 오르려 하는 찰나, 나는 눈을 감고 가만히 있었다. 결말이 정해져있지만 치열하게 살아야 하는 영혼들을 보는게 힘들어서 였을까? 머리 속에 노래만 맴돌도록 눈을 감고 한참을 있었다. 그런데 왜 그랬을까? 문득, 마음이 짠해지고 도리어 편안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나도 죽고, 너도 죽고, 이 글을 보는 모두가 결국 다 죽을 건데, 우리가 아둥바둥 서로를 헐뜯고 미워할 필요가 있을까? 얼마나 더 살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살아 있는 동안 서로에게 좀 더 따뜻하게 대하고 좋은 마음을 가지면 그만 아닐까?


그 위대한 모짜르트도 35세에 죽었다. 올해로 내가 44살. 이미 10년이나 더 살았고 또 건강하게 살고 있음을 생각하면 모든게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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