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으로 순간의 소중함을 전하고 싶은 오보이스트 정민의 이야기
음악으로 매 순간에 대한 소중함을 전하고 싶어요. 음악은 어떤 형태이든지 지금 이 순간에만 존재하잖아요. 하루하루 삶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일상들도 아무리 쳇바퀴처럼 반복되는 시간이라도, 똑같은 순간은 단 한 번도 있지 않을 거예요.
가볍게 시작했던 오보에의 매력에 빠져 오보이스트의 길을 걷고 있는 정민은 다양한 것들을 경험하길 좋아합니다. 다른 악기보다 환경에 예민하기에 매 순간 신경을 써야 하지만 오히려 그 점이 스스로를 부지런한 사람으로 만들어 준다며 빙그레 웃는 정민. 연주자로서 찰나의 음악으로 순간의 소중함을 전하고 싶은 오보이스트이자, 불안 앞에서 망설이기보다 뛰어들고 싶은 한 사람인 정민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당신은 어떤 사람인가요?
오보에를 연주하는 김정민입니다. 현재는 시카고에 위치한 DePaul University에서 석사를 마친 후 연주자 과정을 이수 중이에요. 오케스트라와 앙상블, 챔버 연주에 참여하기를 좋아하고, 본업 외에는 테니스를 치는 것을 즐겨해요. 하나에 깊고 오래 빠지는 경우는 다소 드물지만, 다양한 것들을 경험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요즘 어떻게 지내시나요.
요즘에는 베이스 기타도 배우고, 합주도 해보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지금 학생회 회장을 맡고 있어서 남은 임기를 잘 마치고 싶은 생각도 많고요. 바쁜 시간들을 보내고 있어 정신없이 휩쓸리기 좋은 시기이지만, 소중한 사람들과의 시간을 놓치거나 스스로 지치지 않도록 친구들과 어울리기도 하고, 오로지 저만의 위한 시간을 쓰기도 하며 노력하고 있어요.
오보에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오보에는 주변의 권유로 가볍게 시작하게 됐어요. 사실 어렸을 땐 플루트가 전공이었는데, 쭉 흥미를 가지긴 어렵더라고요. 오보에는 관리가 어려워요. 그래서 전문 연주자만큼 제대로 소리를 낼 수 있을 때까지 정말 오랜 시간이 걸리는 악기인데요. 그런 오보에의 매력이 무얼 시작해도 쉽게 질리는 저를 완벽하게 사로잡았던 것 같아요.
정민님이 생각하는 오보에의 매력은 무엇일까요?
일단, 오보에는 연주자를 부지런한 사람으로 만들어줘요. (웃음) 오보에 연주자들은 악기를 조립하면 바로 연주할 수 있는 대부분의 악기들과는 다르게 리드를 준비하는 연주 전 과정이 있어요.
리드는 오보에의 음정과 음색, 그리고 음량까지 결정하는 정말 중요한 악기 부품인데, 리드가 준비되어 있지 않으면 퀄리티 있는 연습을 하기가 불가능하거든요. 그래서 다른 연주자들보다 부지런해야 연습을 잘 마칠 수 있어요. 그것 말고도 오보에가 온도와 습도에 민감해 관리가 많이 필요한 악기예요. 어떻게 보면 신경 써야 할 것도 많지만 오히려 그런 점들이 저에게 매력을 느끼게 해주는 것 같아요. 매일 만지는 악기이지만, 매번 새로운 면모를 보게 되는 것 같거든요. 악기 소리도 그래요. 정확한 소리를 가진 악기이면서 저음역대의 악기와 고음역대 악기 중간 음역대에 위치한 중심을 잡아주는 소리라 앙상블에서 어떤 포지션이든 잘 어우러져요.
음악을 전공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과 가장 성취감을 느끼는 때는 언제였나요?
가장 힘들었던 순간과 가장 성취감을 느끼는 순간은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은 듯해요. 제가 느끼기엔, 큰 성취감을 느끼는 바로 직전의 상태가 가장 힘든 순간인 것 같거든요.
‘실력은 비탈이 아니라 계단처럼 늘어난다.’ 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에 나온 대사인데요. 제 은사님께서 저에게 종종 해주셨던 말씀이기도 해요. 세상 모든 이치가 그렇지만, 음악도 답이 정해져 있는 문제들이 아니잖아요. 오늘 연습을 한다고 내일 된다는 보장이 없고, 다 배웠다고 생각해도 어느 순간 0으로 돌아가 있는 것 같은 허탈함을 느낄 때도 있고요.
그런 순간들이 반복되면 슬럼프가 오기도 하잖아요.
맞아요. 특히나 악기 연습은 보이는 결과물이나 흔적은 남기는 게 아니라서 성장의 과정을 느끼기 어렵거든요. 그런데 어느 날 성장을 확 체감하는 순간들이 있어요. 그때 느끼는 성취감은 타인들의 칭찬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노력을 떳떳하게 맛볼 수 있는 성취감이기 때문에 더 크게 다가오는 것 같아요. 잠깐 느끼고 사라지는 성취가 아니라 내 실력을 쌓아 얻는 성취감이 저에게 그 무엇보다 더 큰 기쁨을 가져다주는 것 같아요. 그 실력은 누구도 가져갈 수 없는 제 것이니까요.
앙상블 <어울림>에서 활동한다는 이야길 들었어요.
<어울림>은 첼리스트 김혜지 님과 피아니스트 이소정 님 그리고 저로 이뤄진 앙상블 팀이에요. 악기 연주자로 오랜 시간 동안 트레이닝을 받다 보니, 누군가가 기획한 연주회에 연주자로서 참여하는 게 당연했어요. 학생 때만 해도, 함께 모여서 하고 싶은 음악들을 연주하는 것이 자연스러웠지만 사회에선 그런 귀중한 시간들을 흔하게 가질 수 있지 않다는 걸 체감하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우리가 기획할 수 있는 즐거운 음악회를 가져보자는 생각에 앙상블 <어울림>을 기획하게 됐어요. 완벽하게 청중을 위한 음악이라기보단, 무엇보다 행복하게 즐길 수 있는 음악을 함께하자는 목적으로요. 작년에 중랑구청의 청년활동 지원사업을 통해 하우스 콘서트 형식으로 연주회를 계획했는데, 코로나 상황이 점점 나빠지면서 오프라인 공연이 온라인으로 변경되어 아쉬운 마음이 커요.
올해엔 오프라인 공연을 시도해 볼 수 있지 않을까요?
아쉽게도 지금은 서로 가지고 있는 본업에 집중하는 시간을 가지고 있어요. 잠시 재정비의 시간을 가지고 있지만, 여태까지 배운 것들을 바탕으로 조금 더 전문적인 연주 그룹으로 성장하고자 하는 목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가장 힘들었던 순간과 가장 성취감을 느끼는 순간은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은 듯해요. 제가 느끼기엔, 큰 성취감을 느끼는 바로 직전의 상태가 가장 힘든 순간인 것 같거든요.
음악을 통해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을까요.
음악으로 매 순간에 대한 소중함을 전하고 싶어요. 음악은 어떤 형태이든지 지금 이 순간에만 존재하잖아요. 하루하루 삶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일상들도 아무리 쳇바퀴처럼 반복되는 시간이라도, 똑같은 순간은 단 한 번도 있지 않을 거예요. 순간의 형태로 실현되는 소리를 최선을 다해 아름답게 내는 것이 음악가인 저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음악을 듣는 이들이 그 순간에 힘을 얻고 또 다른 하루를 열심히 살아갈 다짐을 선물하고 싶어요.
오보이스트 김정민, 그리고 인간 김정민으로서의 꿈과 목표가 있다면?
일단, 인간 김정민으로서의 목표는 후회하지 않는 순간을 살아내는 거예요. 사실 현재에 집중해서 과거를 돌아보지 않는 삶을 더 지향하는 것 같지만요. 새로운 것들을 익히고 배우는 것에 소홀하지 않고, 또 가장 중요한 가치들을 잃지 않고 소중히 여길 줄 아는 사람이고 싶어요. 그리고 오보이스트 김정민으로는 많은 사람들과 연주하고, 공부하는 것이 정말 즐거워요. 이번 방학에는 Marboro Music Festival에 Staff Member로 참여하게 되었는데, 좋은 연주자들을 많이 만날 생각을 하니 벌써 기대가 되네요.(웃음) 음악가로 부지런하게 다양한 음악들을 공부하고 계속해서 자신 있게 제 연주를 선보이는 것이 앞으로의 계획입니다.
마지막으로 지금 스스로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스스로에게 늘 긍정적인 말을 해주곤 해요. 지금 저에게 하고 싶은 말은.. '다 잘 될 거야' '잘 해내고 있어!' '좋은 일이 많이 많이 생길 거야'라고 전하고 싶어요. 실현이 되든 그렇지 않던, 소중한 스스로한테 망할지도 모른다고 겁주는 것보다는 이 편이 늘 좋거든요. 하지만 마냥 소원 빌듯 바라고 싶지만은 않아요. 결과를 보기까지는 지치지 말고 모든 것을 쏟아부어 달려보자고도 말해주고 싶습니다.
가끔은 걱정과 고민들이 물 밀 듯 몰려올 때가 있지만, 휩쓸리는 것 말고는 별다른 대안이 없는 때라면, 그저 코 막고 뛰어드는 것이 최선일 때가 있으니까요. 불안 앞에서 망설이기보단 외쳐보는 거죠. '잘될 거야! 살아남을 거야!!'라고요.
정민의 음악 생활을 엿보고 싶다면-
청년들의 다양한 삶을 조명합니다. 내 주위 가까이, 삶의 근육을 기르는 사람들의 이야기
그루업 Grew u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