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를 자신 있게 내세우고 싶은, 영화학도 예지의 이야기
뮤지컬 <제이미>에서 나오는 "난 그냥 나니까" 대사를 좋아해요.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은, 그리고 나에게 당당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올해로 7년, 중학교 시절부터 대학생이 된 지금까지 어릴 적 꿈을 현실로 펼쳐내는 한 사람이 있습니다. 중학교 시절 우연히 듣게 된 영화 제작 프로그램을 시작으로 영화인의 꿈을 꾸게 된 예지.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칠 년 간 차곡차곡 성실하게 쌓은 오늘 안에서 얻게 된 자신의 재능을 쥐고 또 다른 미래를 그려나갈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사회에 선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좋은 영화를 만들고 싶은, 그리고 그 누구보다 스스로에게 올곧고 당당하고 싶은 영화학도 예지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안녕하세요. 예지님! 짧은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좋은’ 영화를 만들고자 꿈을 키워나가고 있는 이예지라고 합니다.
영화 전공이라고 들었어요.
네 맞아요. 영화영상학을 전공하고 있고요. 최근에는 투자와 소비자에도 관심이 생겨서 경영학 복수전공을 시작했어요. 하고 싶은 것도 많고, 배우고 싶은 것들도 많아서 여러 대외활동과 동아리 활동으로 열정을 뽐내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진로는 영화 투자 분야로 꿈꾸고 있어서 숫자와 수익에 집중해야 하면서도, '사회에 선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좋은 영화는 무엇일까'에 초점을 맞추고 싶은 조금은 모순적인 사람이에요.
모순적인 사람이요. 의외인데요? (웃음)
그러고 보니 다른 사람들이 저를 보기에 ‘의외’라고 보이는 부분들이 있는 것 같아요. 사실 제가 작년까지 교내 응원단에서 밴드로 활동한 적도 있고.. 제가 어떤 악기를 밴드에서 맡았는지 한 번 맞춰보실래요?
음.. 왠지 키보드일 것 같은데요!
하하. 많은 분들이 ‘키보드’라고 답하시는데요. 의외라는 부분이 여기서 나오는 것 같아요. 드럼 연주자였거든요. 중학교 3학년 즈음부터 꽤 오랜 시간 드럼을 쳤었는데, 학업 상의 이유로 밴드를 하지 못했어서 항상 밴드 드러머로서의 자리에 목말라 있었거든요. 그래서 대학교에 진학하자마자 교내 응원단 밴드에 가입했고, 소중한 추억들도 많이 얻게 됐어요.
요즘 어떻게 지내고 있으세요?
지금은 전주에 잠시 내려와 있어요! 리프레쉬가 필요한 시기라서 휴학을 하고 영화제 스태프 채용에 지원했는데, 운이 좋게도 뽑혔거든요. 사무국 분위기도 너무 좋고, 함께 일하시는 분들도 잘해주셔서 매일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어요. 단지 영화가 좋아서 시작하게 된 영화제 활동인데, 활동을 거듭하며 직접 영화제를 기획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입니다.
예지님이 영화인의 꿈을 꾸게 된 시기는 언제부터인가요.
제 원래 꿈은 영화인이 아니었어요. 방송PD가 꿈이었죠. 처음 방송PD를 꿈꿨던 중학생 때 우연히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영화 제작 프로그램을 듣게 된 적이 있는데요. 당시엔 '같은 영상 계열이니, 훗날 방송을 제작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었던 생각이 저를 영화 전공까지 이끌게 된 계기가 됐답니다. (웃음) 그때 영상 제작에 재미가 들려서 고등학교도 영상 전공으로 진학할 정도였으니까요. 제가 특성화고를 나왔거든요.
그럼, 고등학교 시절에 꿈이 PD에서 영화인으로 바뀌게 된 거군요.
맞아요. 그때만 해도 방송PD의 꿈이 있었어요. 그런데 막상 고등학교에 입학해서 영화, 광고, 3D 등 다양한 장르의 영상을 배우고 직접 만들어보니, 그중 영화를 만들 때 가장 즐겁더라고요. 영화 연출도, 영화 촬영 현장도 좋았어요. 그래서 매년 장래희망에 쓰던 ‘방송PD’도 내려놓고, 미디어커뮤니케이션을 전공하려고 하는 대부분의 동기들 사이에서, 홀로 영화 전공을 선택하게 된 거고요. (웃음)
얘기를 듣다 보니, 예지님이 어떤 작품들을 제작했는지 궁금한데요.
제가 처음 스태프로 참여했던 작품들은 중학생 때 들었던 영화 제작 교육 프로그램 안에서 만들어졌어요. 그중에는 제가 조연출을 맡았던 작품도 있었는데, 청소년 영화제에서 여러 개의 상을 받기도 했고요.
고등학교 때는 영상 동아리에서 주로 영화를 제작했어요. 동아리에서는 매년 축제에 ‘영상제’라는 이름으로 부스를 진행했는데, 한 해 동안 저희가 제작한 단편영화, 광고, 패러디 영상 같은 것들을 상영했어요. 워낙 제작해야 하는 영상 편 수가 많은지라 단편영화는 단 한 편만 제작할 수 있었어요. 그래서 동아리원들끼리 시나리오를 공모하고, 투표를 해 제작할 내용을 선정했는데, 제 시나리오가 만장일치로 결정되었답니다. 추리물이었는데, 어떻게 하면 관객들이 끝까지 긴장하고 볼 수 있을까?를 고민하며 연출했던 기억이 있어요. 그게 영화과 진학에 가장 많은 영향을 끼치기도 했고요.
가장 애정이 가는 작품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제가 연출한 영화 중에 <리듬을 즐기는 방법>이라는 영화를 제일 좋아해요. 제목이 특이하죠? 음악과 리듬을 너무나도 사랑하는 주인공이 리듬을 즐기는 동아리를 만들어요. 여기에서는 춤을 추든, 발로 박자를 타든, 노래를 하든. 어떤 방법으로든 리듬을 즐길 수 있어요. 이 영화를 만들면서, 최대한 이상한 영화 같아 보이고 싶었어요. 무언가 현실성이 없고 붕 떠 있는 것 같지만? 영화를 보다 보면 설득이 되는 거죠. 그래서 주인공의 대학교 이름을 ‘감자대학교’라고 짓는다거나, 동아리방 간판을 특이하게 만들기도 했어요.
영상 제작을 배우게 된 중학교 시절부터 꾸준히 영화 제작 활동을 한 셈이네요.
맞아요. 대학에 진학해서는 전공 수업을 통해서, 또 선배님들의 작품에 스태프로 참여했으니까, 대략 중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7년 간의 영화 경험을 한 거네요. 그리고 그 시간 동안 알게 된 것도 하나 있어요. 영화를 제작하면서 가장 잘하고 좋아하는 일이 예산을 관리하고 일정을 정리하는 것이라는 걸요. 그래서 최근에는 ‘제작’ 파트로 영화에 참여하고자 준비하고 있고요.
그럼, 2021년 중랑구 청년활동 지원사업을 통해 제작한 영화에서 예산과 일정 정리를 도맡으셨군요.
네 맞아요. 영화 한 편을 연출할 때 꽤 많은 예산이 필요해요. 제작 전공인 저로서는 이런 리스크를 감수하고 영화를 제작하기엔 망설일 수밖에 없거든요. 그런데 때 마침 <1934 청년시대> 프로그램을 알게 됐고, 지원을 받아 이번 영화 제작을 시작할 수 있게 됐어요.
이번에 제작한 영화는 어떤 내용인가요?
조금은 어려울 수도, 유치할 수도 있지만 어느 순간 ‘사랑’이란 무엇일까에 대한 고민이 들었어요. 도대체 사랑이 뭐길래 생판 모르던 사람에게 어떠한 감정을 가지고, 내 모든 걸 줄 수 있을 만큼 좋아하기도 하는 걸까? 싶더라고요. 영화에는 내 모든 것이었던 사람과 헤어지게 되는 과정을 담았어요. 처음 사랑에 빠졌을 때부터 영화에 담고 싶었지만, 그러면 시나리오 길이가 드라마 수준이 될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이들이 서로에게 어떤 마음이었고, 어떻게 노력했는지, 왜 틀어지게 되었는지를 보여주려고 했습니다.
이번 영화를 제작하면서 느낀 것도 많았을 것 같아요.
2-3개월 끝의 대장정을 마쳤다는 점이 가장 감동스러워요. 후반 작업까지 포함하면 더 길지만, 우선 준비 기간과 촬영 기간만 계산했을 때요! 사실 시나리오를 개발하는 과정이나 로케이션 탐색, 미술 계획에 있어서 조금 더 시간이 있었다면.. 싶을 때도 많았어서 기간 안에 해야 할 일들을 마쳤다는 게 스스로도 대견해요. 그리고 무엇보다, 팀원들 덕분에 영화를 끝마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스스로 어느 정도 자신감을 가지고 시작한 작업이었는데 진행하면서 촬영이나 조명, 미술 부분에서 부족한 점이 꽤 많았거든요. 그런 부족한 부분을 팀원들이 채워줘서 이만큼의 결과물을 얻을 수 있었어요.
영화를 끝까지 끌고 가면서 스스로에게 다독였던 말이 있었나요?
저는 뮤지컬 <제이미>의 대사인 “난 그냥 나니까”라는 말을 좋아해요. 난 그냥 나니까 다른 사람의 시선을 신경 쓸 필요도 없고, 나 그대로의 모습을 사랑하면 된다는 이 문구를 또 다르게도 생각해요. 나는 ‘나’니까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은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요. 나 스스로를 자신 있게 내세우고 싶어요. 항상 그렇게 열정적이고, 긍정적으로 일상을 나아가려고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성장하고 싶나요?
우선 단기적으론, 제작 분야에서 경험을 더 쌓으려고 하고 있어요. 제가 연출하거나 시나리오를 쓰려는 작품은 없지만, 올해 하반기에는 여러분들이 아실 만한 상업 영화에서 일해 보는 게 목표예요. 내년에는 복학할 계획이고, 너무나 좋고 신선한 시나리오를 가진 동기들이 많기 때문에 그 친구들과 작업하지 않을까 싶어요. 새로운 프로젝트로 1934 청년시대와 다시 만나보고 싶기도 하고요.
그리고 좀 더 멀리 보자면, 다양한 경험 속에서 저의 특기를 남기고 싶어요. 현재로선 영화, 운동, 드럼 세 가지인데, 언어를 잘하는 사람으로 성장하는 것도 목표고요. 또, 스스로도 긍정적인 생각을 많이 하면서 쌓은 밝은 에너지를 주위에도 나누고 싶어요. 작년보다 올해에는 이런 면모들이 한층 더 성장한 것 같아서, 10년 후의 저는 더 많이 성장해있지 않을까요?
청년들의 다양한 삶을 조명합니다. 내 주위 가까이, 삶의 근육을 기르는 사람들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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