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위의 환상과 독립된 인식의 탄생

by 하봉길

권위의 환상과 독립된 인식의 탄생


997일차, 꿈속에서 만난 성리학자들이 가르쳐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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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성리학자들을 만났다. 퇴계 이황을 비롯한 엄청난 대가들처럼 보이는 이들이 권위와 논리를 앞세워 압도적으로 사상을 설파했다. 한 치의 허점도 없는 듯 확신을 가지고 말하는 그들 앞에서 나는 처음엔 압도당했다.


하지만 곧 의문이 생기기 시작했다.


질문을 던지자 일부는 불쾌한 듯 나를 무시하고 가버렸다. 그나마 인격이 느껴지는 이황으로 보이는 사람이 자신과 다른 견해를 보이는 후학 중 누군가를 추천했다. “후대의 에게 물어보라”고.


그를 찾아가 또다시 성리학자들의 사상에 반문했다. 그는 선조들로부터도, 후학들에게서도 인정받는 인물인 듯했지만, 그 역시 명쾌한 답을 주지 못했다.


그때 깨달았다.


**“아, 이들은 한 가지 사상에 함몰되어 전체를 포괄하는 것은 불가능한 상태가 되어버린 사람들이구나.”**


전문가의 저주


맹점이라는 것. 맹신과 확신이 확증편향을 만들어 전문가의 저주에 빠진 상태. 우물 안 개구리처럼 자기 사상, 자기 세계 속 세계관에 함몰되어 확증편향을 만들게 되면, 아무리 똑똑하고 공부를 많이 해도 오히려 자기 사상과 자기 세계를 더욱 견고하게 만드는 용도로만 그 지식이 활용된다.


“이건 아닌데”, “이건 아닌 것 같은데”라는 질문조차 허용되지 않는다. 마치 중세시대 종교재판에 준하는 강력한 권위와 압도적인 기세에 눌려, 그 세상에 종속되어버리는 우를 범하게 된다.


꿈에서 깨어나 생각했다.


상대가 아무리 권위 있고 똑똑하고 지식이 많은 사람일지라도, 자기 사상과 편견, 확증편향의 잣대로 상대를 일방적으로 압도하려는 사람을 조심해야 한다. 그들에게 일방적으로 끌려다닐 이유가 없다.


듣보잡의 상대성 이론


그들은 그들의 세상에서 권세를 가졌을 뿐이지, 다른 세상에서는 여전히 듣보잡일 뿐이다.


내가 그들에게 듣보잡으로 보이듯이, 그들 역시 나에게는 듣보잡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관계다. 그래야 그들의 권위에 위축되지 않는다.


**“그건 네 생각이고”** 할 수 있어야 한다.


누구를 만나더라도 똑같이 적용할 수 있어야 한다. 나 역시 그건 내 생각일 뿐. 우리는 모두 각자의 세계에 산다.


그 어떤 신적인 존재라도 그 존재는 그 세계의 신일 뿐이다. 나와 관계없는 신은 듣보잡에 지나지 않는다. 내가 바라는 게 없는 이상, 그 신은 한낱 햇볕을 가리는 존재에 지나지 않는다.


우주의 등가교환 법칙


설령 내가 바라는 게 있다고 해도, 그 어떤 존재라도 - 그것이 신이든 어떤 권력자든 간에 - 그들이 그 바라는 것을 해결해주는 존재는 아니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일방적으로 주는 존재란 물리법칙, 에너지 법칙상 절대 있을 수가 없다.


반드시 상호작용하는 주고받는 요소가 작용되기에, 내가 일방적으로 구걸하듯 얻는 관계란 없다. 옥텟규칙처럼 반드시 전자(에너지)를 주고받아야만 결합되는 상호작용 관계만 있을 뿐이다.


그 누구에게도 비굴해지지 말고 당당하라.


줄 게 없으면 받을 것도 없고, 받을 수 없는 대상에게 기대와 비굴함이라는 에너지를 낭비하지도 말라.


그런 대상은 듣보잡에 지나지 않는다. 나와는 아무 상관없는.


진짜 인연의 조건


진짜 인연은 자연스럽게, 억지로 뭔가를 강요하지 않고 다가온다.


화학의 옥텟규칙처럼 전자가 자연스럽게 공유되듯, 진짜 관계는 강요 없이 자연스러운 에너지 교환으로 시작된다.


권위에 위축되지 않되, 권위를 함부로 무시하지도 않는다. 모든 존재를 상대성 속에서 바라보는 것. 그게 997일간의 수행이 내게 가르쳐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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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네 생각이고”**


이 한마디를 당당히 말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우리는 어떤 권위 앞에서도 자유로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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