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봉길
내 인생의 봄날은 언제 오는가
내 인생의 꽃은 언제나 필까
남들은 때가 되면 어김없이
저리도 활짝 활짝 피는데
내 인생의 꽃은
남들 다 피는 봄날에도 피지 않고
초록이 무성한 여름에도 감감무소식
간밤에 무서리 하얗게 내려
이제는 끝났구나 하는 그때서야
비로소 피어나는구나
머언 길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이 같이 생긴 꽃으로
예쁠 것도 없고
화려하지도 않지만
결코 초라하지 않은
그런 꽃을 피워냈구나
우리는 언제부터 완벽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었을까.
SNS에는 성공한 모습만, 행복한 순간만, 화려한 일상만이 올라온다. 마치 그것이 인생의 전부인 것처럼. 그리고 우리는 그 완벽한 프레임 밖의 자신을 부끄러워하며 숨기려 한다.
하지만 서정주 시인은 말했다. "거울 앞에 선 누이같이 생긴 국화"라고.
장미는 화려하다. 백합은 우아하다. 튤립은 선명하다. 하지만 국화는 어떤가? 화려하지도, 우아하지도, 선명하지도 않다.
그러나 결코 초라하지 않다. 그저 국화답게 피어있을 뿐이다.
우리 대부분은 장미가 되려 한다. 눈에 띄고, 화려하고, 모든 이의 찬사를 받는 그런 존재 말이다. 그러나 정작 우리 자신은 국화일지도 모른다. 소박하지만 은은한 향기가 있고, 화려하지 않지만 따뜻한 위로가 있는.
매일 아침 거울 앞에 선다. 완벽하지 않은 모습, 어제보다 늙어 보이는 얼굴, 아직도 이루지 못한 꿈들로 가득한 눈빛.
이때 우리에게는 두 가지 선택이 있다.
첫 번째, 이 모습을 부정하며 다른 모습으로 포장하려 애쓰는 것. 두 번째, 이 모습 그대로를 받아들이며 "그래도 괜찮다"고 말하는 것.
세상은 우리에게 끊임없이 말한다. "더 나은 모습이 되어라", "성공해야 한다", "완벽해야 한다"고.
그러나 정작 사람들이 위로받는 순간은 언제인가? 누군가가 완벽한 모습을 보여줄 때가 아니라, 불완전한 자신을 솔직하게 드러낼 때다.
"나도 힘들어", "나도 때로는 무너져", "나도 완벽하지 않아"
이런 고백 앞에서 사람들은 비로소 안도한다. "아,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 "나도 괜찮구나"라고.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조이던
그 순간 순간들이
진흙탕 속에서
어두운 흑역사 속에서
천둥소리로 소식을 전해 오고
소쩍새 울음으로 소식을 전해 오며
소나기와 무서리
불청객 같았던 친구들의 손을 잡고
비로소 피어났구나
내 인생의 국화꽃으로
국화는 장미를 부러워하지 않는다. 백합과 자신을 비교하며 초라해하지도 않는다. 그저 국화로서 피어있을 뿐이다.
어떤 것 하나 버릴 것 없이
고귀한 제철생기들로
옹골차게 영글어 피어난 꽃이여
장미나 백합과 비교하지 않아도
비교할 필요없는 충분한 꽃으로
누가 봐도 꽃으로
영락없는 꽃으로
피어났구나
우리도 마찬가지다. 누군가의 화려한 성공을 부러워할 필요도, 다른 사람의 완벽한 일상과 비교할 필요도 없다.
지금 이 모습, 이 상황, 이 감정 그대로가 우리의 진짜 모습이다. 그리고 그것으로 충분하다.
진정한 용기는 두려움이 없는 것이 아니다. 두려워도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진정한 아름다움은 완벽함이 아니다. 불완전해도 있는 그대로 서 있는 것이다.
진정한 성공은 모든 것을 가지는 것이 아니다. 지금 가진 것에 감사하며 살아가는 것이다.
애잔함과 그리움과
온갖 말할 수 없는 속사정들을
고스란히 간직한 채
당당하고
영롱하게
피어났구나
오늘도 거울 앞에 선다. 완벽하지 않은 모습이지만, 이제는 도망치지 않는다.
"안녕, 국화야."
거울 속의 나에게 인사를 건넨다. 화려하지 않아도, 위대하지 않아도, 그저 나답게 피어있는 꽃에게.
네가 피워낸 꽃의 향기가
만방으로 퍼져 벌 나비를 부르고
온갖 생명을
다시 탄생시키는구나
그리고 깨닫는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은 완벽함이 아니라 진정성이라는 것을. 가장 큰 용기는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라는 것을.
당신도 오늘 거울 앞에 서 보시길. 그리고 말해보시길.
"안녕, 내 안의 국화야. 오늘도 아름답게 피어있구나."
그 순간, 당신은 세상에서 가장 용감한 사람이 된다. 포장하지 않는 용기, 국화같은 모습으로 거울 앞에 서는 용기를 가진 사람이.
어떤 꽃도 다른 꽃과 경쟁하지 않는다. 그저 피어날 뿐이다.
시 "국화꽃처럼 피어난 인생"은 서정주시인의 국화옆에서 시를 오마주한 하봉길의 저작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