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양자물리학의 관찰자 효과를 알게 된 후로 인생이 완전히 바뀌었다.
처음엔 그저 물리학 실험 하나쯤으로 생각했다. 전자가 관찰하지 않을 땐 파동으로 존재하다가, 관찰하는 순간 입자가 된다는 이중 슬릿 실험. 과학자들이 '물리학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실험'이라고 부르는 이 현상이 내 삶과 무슨 상관이 있을까 싶었다.
---
그런데 칸트의 『순수이성비판』을 뒤적이다가 번쩍 깨달았다. 우리는 저마다 다른 카메라를 들고 세상을 찍고 있구나. 어떤 사람은 열화상 카메라로, 어떤 사람은 엑스레이 카메라로, 또 어떤 사람은 흑백 필름 카메라로 세상을 본다.
박쥐는 초음파로 세상을 보고, 뱀은 열화상으로 본다. 개는 흑백으로만 볼 수 있다. 그런데 우리 인간은 어떨까? 우리도 각자의 고정관념이라는 특수한 렌즈를 끼고 있지 않을까?
---
나는 한동안 부정적인 필터로 세상을 봤다. 빚 독촉 전화, 텅 빈 통장, 답답한 현실. 이 모든 게 너무나 선명하고 확실한 '물질'로 내 앞에 있었다. 도저히 사라질 것 같지 않은, 단단한 현실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실험을 해보기로 했다. 양자가 관찰하지 않으면 파동으로 존재한다면, 내가 관찰하지 않으면 내 문제들도 사라질 수 있지 않을까?
---
첫 번째로 한 일은 카메라 필터를 바꾸는 것이었다. 부정적인 것만 보는 렌즈를 벗어던지고, 긍정의 필터를 끼웠다. "나는 행복하다"고 선언했다. 억지로라도 웃었다.
신기한 일이 일어났다. 정말로 세상이 달라 보이기 시작했다. 아침 햇살이 그렇게 아름다운 줄 처음 알았고, 길가의 꽃들이 언제부터 거기 있었는지 궁금해졌다. 매일 지나던 카페에서 나를 향해 웃어주는 직원을 처음 발견했다.
콩깍지가 씌면 온 세상에서 그 사람만 보이듯, 행복 필터를 끼니 온 세상이 행복으로 가득 차 보였다. 빚? 물론 아직 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것들이 예전처럼 나를 압도하지 않는다.
---
칸트는 말했다. "모든 동기의 원인은 내가 정한다. 도덕 법칙을 스스로 입법하라." 내 인생의 룰은 내가 정하는 것이다. 내가 무엇을 관찰할지, 어떤 필터로 세상을 볼지도 내가 정한다.
지금도 가끔 옛날 필터가 슬며시 끼워질 때가 있다. 그럴 땐 즉시 알아차리고 다시 교체한다. 마치 스마트폰 앱을 지우고 새로 깔듯이, 내 마음의 앱도 업데이트한다.
---
양자물리학이 밝혀낸 진실은 사실 김춘수 시인도 알고 있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 그는 나에게로 와서 / 꽃이 되었다." 내가 관찰하고 이름을 불러줄 때 비로소 존재가 되는 것.
오늘도 나는 내 카메라를 들고 세상을 찍는다. 행복 필터, 감사 렌즈, 사랑 어플을 장착한 채로. 그리고 놀랍게도, 세상은 내가 찍는 대로 나타난다.
---
혹시 지금 힘든 현실에 갇혀 있다고 느낀다면, 한 번 물어보길 바란다. 지금 어떤 카메라로 세상을 보고 있는지. 그리고 과감하게 필터를 바꿔보라.
트루먼이 세트장을 나가듯, 우리도 우리가 만든 허상에서 나갈 수 있다. 문은 언제나 열려 있었다. 단지 우리가 그것을 문이라고 관찰하지 않았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