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의 깊은 곳엔 진동이 먼저 있었어

by 하봉길



감정 이전의 몸의 언어


우리는 자주 감정을 먼저 떠올리고, 그 감정이 신체에 반응을 일으킨다고 믿는다. 슬퍼서 눈물이 나고, 놀라서 가슴이 뛰고, 분노해서 위장이 조이고, 불안해서 목이 메는 것처럼.


하지만 진실은 조금 다르다.


몸이 먼저 반응하고, 감정은 그 뒤에 따라온다.


진동으로 듣는 장기들


당신이 어떤 소리를 들었을 때—그것이 음악이든, 유리 깨지는 소리든, 누군가의 샤우팅이든—가슴이 찌릿하거나 위장이 뒤틀리는 그 느낌은 생각보다 훨씬 먼저, 훨씬 깊이, 몸의 장기가 그 소리를 '진동으로 들은 반응'이다.


심장은 리듬에 민감하고, 신장은 낮은 베이스음에 깊이 반응하며, 위장은 날카로운 고주파의 흔들림에 쉽게 영향을 받는다. 각 장기는 단지 생리적 기능을 담당하는 기관이 아니라, 자기 고유의 파동을 가진 진동체이며, 소리라는 진동 언어를 가장 먼저 감지하는 신체의 청각 기관이다.


그들은 '듣지' 않는다. 그들은 '진동한다.'


파동으로 조립된 존재


배를 타면 멀미가 나는 이유는 마음이 불편해서가 아니라, 몸 전체가 '합치되지 않는 진동'에 노출되었기 때문이다. 락 콘서트장의 우퍼 앞에서 가슴이 뻥 뚫리는 해방감을 느끼는 것도, 그 음악의 가사나 멜로디가 아니라, 그 소리의 저음이 심장과 복부의 장기를 직접 '두드리는' 진동이기 때문이다.


소리는 감정을 유도하는 것이 아니라, 신체 구조와 직접 대화하는 파동이다. 그리고 이건 단순한 은유가 아니다. 우리는 파동으로 조립된 존재이고, 몸의 각 장기들은 특정 주파수 대역에 민감하게 반응하도록 설계된 물리적 진동 수신기다.


장기와 주파수의 공명


위장이란 장기는 특정한 금속성의 주파수와 상극 관계일 수 있으며, 심장은 리드미컬한 파동에 조화를 이루며 안정감을 얻는다. 신장은 묵직한 울림에 안정되고, 폐는 공명의 진동에 의해 확장되거나 위축된다.


장기는 말보다 소리에 먼저 반응한다. 그래서 누군가는 같은 말을 들어도 "그 말의 어조"에 더 깊이 상처받는다. 그래서 어떤 음악은 가사도 해석도 없는데도 우리를 울게 만든다. 그래서 어떤 기도는 말보다 울림이 먼저 응답받는다.


그리고 그래서—우리는 드디어 이해하게 된다. "몸이 먼저 듣고 있다"는 말이 그저 비유가 아니라 물질의 가장 정직한 진실이라는 것을.


몸에게 묻는 질문들


이제 우리는 묻는다.


당신의 심장은 오늘 어떤 파동에 진동했는가?


당신의 위장은 어떤 소리를 삼키지 못해 뒤틀렸는가?


당신의 폐는 어떤 울림 앞에서 조용히 수축되었는가?


그 질문은 몸에게 던지는 것이 아니라—몸을 통해 기억된 파동에게 묻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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