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하루에 5만 번 유체이탈한다

by 하봉길

우리는 하루에 5만 번 유체이탈한다


일상 속 유체이탈의 진실


어느 날, 한 분이 라이브 방송에서 물었다.


"유체이탈에 대해 알고 싶어요. 어떻게 유도하는지, 유체이탈하면 삶에 어떤 것들이 변화하는지요?"


많은 사람들이 유체이탈을 굉장히 신비롭고 특별한 체험으로 생각한다. 명상 중에 몸 밖으로 훅 빠져나가 자신의 몸을 내려다보는 것, 혹은 가위눌림 상태에서 경험하는 아웃 오브 바디(Out of Body) 체험만을 유체이탈이라고 여긴다.


그런데 충격적인 진실이 있다. 우리는 이미 하루에 5만 번 이상 유체이탈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생각할 때마다 우리는 몸을 벗어난다


의학적으로 흥미로운 실험이 있다. 뇌의 두정엽 특정 부분을 자극하면, 즉시 자신의 몸을 밖에서 바라보는 경험을 하게 된다. 두정엽은 우리의 신체 이미지, 즉 몸의 경계를 기억하고 있는 영역이다. 이 부분의 신호가 차단되면 몸의 경계가 사라지는 느낌을 받는다.


그런데 이런 일이 특별한 상황에서만 일어나는 게 아니다. 우리가 생각에 빠질 때마다, 상상할 때마다, 과거를 회상하거나 미래를 걱정할 때마다 똑같은 일이 벌어진다.


지금 이 순간, 당신이 어제 있었던 일을 떠올린다고 해보자. 그 순간 당신의 의식은 어디에 있는가? 지금 여기에 있는 몸의 감각은 어디로 갔는가?


맞다. 당신은 이미 유체이탈 상태다.


우리의 기본 모드는 유체이탈


"우리는 디폴트 모드로 항상 유체이탈 상태예요."


이 말이 낯설게 들릴 수도 있다. 우리는 늘 몸 안에 의식이 들어와 있다고 착각하며 산다. 하지만 뇌과학은 정반대의 사실을 보여준다.


뇌는 실시간으로 늘 꿈꾸는 중이다. 실제를 보는 게 아니라 자신이 지어낸 이미지로 세상을 본다. 그래서 같은 상황을 겪어도 사람마다 전혀 다른 기억을 갖게 되는 것이다.


하루에 5만 가지 생각이 떠오른다고 한다. 그 5만 번의 순간마다 우리는 몸의 실시간 정보를 차단하고 다른 시공간으로 여행을 떠난다. 과거의 어떤 순간으로, 불안한 미래로, 상상 속 어딘가로.


일상 속 유체이탈의 증거들


회의 시간, 상사의 잔소리가 한창일 때를 떠올려보자.


"그래, 그래, 알겠습니다"


자동으로 대답은 하지만 당신의 의식은 이미 저 멀리 하와이 해변에 가 있다. 이것이 바로 '유체이탈 화법'이다. 몸은 여기 있지만 영혼은 딴 곳에 있는 상태.


게임에 빠진 아이가 엄마의 잔소리를 전혀 듣지 못하는 것도 같은 이치다. 물리적으로 소리는 들리지만 의식이 게임 속 세계로 완전히 이탈해 있기 때문이다.


"야, 너 뭐 하니?"

"아, 잠시 딴 생각하느라..."


이런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면, 당신도 이미 유체이탈의 달인이다.


몰입이라는 이름의 유체이탈


무언가에 완전히 몰입한 경험이 있는가?


책을 읽다가 주변의 모든 소리가 사라지고, 그림을 그리다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음악에 빠져 세상이 사라진 듯한 경험. 이 모든 것이 유체이탈이다.


"세상과 나는 간 곳 없고, 구속한 주만 보이도다"


어떤 찬송가의 가사처럼, 무언가에 온전히 몰입하면 '나'라는 존재마저 사라진다. 그 대상과 내가 하나가 되는 물아일체의 상태. 이것이 바로 일상에서 경험하는 가장 깊은 유체이탈이다.


메타인지도 유체이탈이다


"너 지금 뭐 하고 있니?"


자신에게 이런 질문을 던질 수 있다면, 당신은 이미 유체이탈 중이다. 몸 밖에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침대에 뒹굴거리며 "아직도 일어나지 않고 뭐 하는 거야?"라고 자신을 타박하는 순간, 먹으면서도 "또 먹고 있네"라고 한탄하는 순간, 우리는 제3자의 시선으로 자신을 관찰한다.


이것이 메타인지이고, 이것이 유체이탈이다.


유체이탈이 바꾸는 삶


그렇다면 유체이탈을 하면 삶이 어떻게 변화할까?


사실 우리는 이미 답을 알고 있다. 답답한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을 때, 우리는 어떻게 하는가?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여행을 꿈꾸고, 다른 삶을 그려본다. 그 순간만큼은 현실의 고통에서 자유로워진다.


진짜 유체이탈의 가치는 바로 여기에 있다.


"그래, 나는 지금 잠시 딴 데 갔다 올게."


이렇게 마음먹는 순간, 아무리 시끄러운 곳에서도 고요를 찾을 수 있고, 아무리 답답한 상황에서도 자유를 누릴 수 있다.


운전을 하면서도 우리는 차와 하나가 되어 차의 크기만큼 몸이 확장되는 느낌을 받는다. 이것도 일종의 유체이탈이다. 내 의식이 물리적 몸의 경계를 넘어서는 경험.


새로운 시각으로 보는 유체이탈


유체이탈은 신비한 초능력이 아니다. 도인들만 할 수 있는 특별한 기술도 아니다.


우리는 이미 유체이탈의 달인이다. 하루에도 수만 번씩 몸을 벗어나 여행을 다니고 있다. 다만 그것을 유체이탈이라고 인식하지 못했을 뿐이다.


이제 알았다면, 더 의식적으로 활용해보자.


지금 이 순간 답답하다면, 잠시 눈을 감고 내가 가고 싶은 곳으로 떠나보자. 그것이 진짜 유체이탈이다. 복잡하게 호흡법을 익히고 특별한 자세를 취할 필요가 없다.


우리는 이미 5만 번의 유체이탈을 하는 존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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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체이탈이 어려운 게 아니라, 우리의 일상이 유체이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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