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꿈을꾸다 Nov 22. 2023

오늘도 베껴 씁니다.

매력적인 필사의 세계

필사는 책을 손으로 직접 베껴 쓰는 일을 말한다. 

명언 필사, 영어 필사 등 각종 필사가 주는 장점은 아주 많이 들었다. 그러나 현실은 손편지보다 이메일이나 문자, 나아가 SNS로 연락을 주고받는 게 익숙해졌다. 게다가 어디에 적어뒀는지 찾기 힘든 아날로그 메모보다 키워드 입력만 하면 찾을 수 있는 디지털 메모가 편하다고 느끼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손으로 무언가를 쓰는 일은 참 드물어졌다. 그래서 손으로 직접 작성해야 하는 상황이 생기면 펜을 잡은 손이 어색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원래도 그다지 좋은 편은 아니었던 글씨는 더욱 엉망이 되었다. 손 편지가 주는 감성과 아날로그로 쓰는 메모와 일기장이 주는 매력과 장점을 애정하지만, 손으로 직접 무언가를 쓰는 일은 점점 멀게만 느껴졌다.


한동안 어느 애플리케이션에서 진행하는 명언 필사를 했다. 

한 줄의 명언을 적는 일은 아주 쉽고 간단했다.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일도 아니고, 많은 에너지가 드는 일도 아니었다. 그러나 매일 꾸준히 하는 일은 어려웠다. 가끔 거르기도 하고, 귀찮다고 느낀 적도 있다. 그런데 명언을 적으면서 느꼈던 좋은 점도 많았다. 아주 짧은, 한 줄의 명언이라도 쓰고 나면 마음에 울림이 남았다. 그리고 명언을 베껴 쓰기 위해 손을 움직이며 그 감각에 집중하는 시간도 좋았다. 차곡차곡 늘어가는 명언 기록이 주는 성취감도 소소하지만 컸다. 그리고 최근에는 영어 공부를 위해서 영어 지문이나 명언 필사를 꾸준히 하려고 노력 중이다. 펜의 잉크 기둥이 점점 줄어들고, 노트 페이지가 점점 넘어간다. 쌓여가는 시간의 흐름을 직접 볼 수 있으니, 얼마나 매력적인 일인가.



내가 느꼈던 필사의 장점은 4가지다. 

첫 번째, 진정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마음이 심란하고 불안하고 버거운 날이면 베껴 쓰기를 한다. 하다 보면 마음을 휘젓던 생각이 가라앉는 게 느껴진다. 손을 써서 하는 일은 스트레스 해소에 효과가 좋은 것 같다. 외로움과 우울함에 힘들 때, 뜨개질을 하며 손을 쓰고 정신을 집중했던 기억이 난다. 필사도 베껴 쓰느라 눈과 손이 집중하다 보니, 마음이 차분해지기도 한다.

두 번째, 나를 위한 시간을 가질 수 있다. 문장과 펜, 종이, 그리고 나. 여기에만 집중할 수 있다. 오롯이 나를 위한 그 시간을 집중해서 쓸 수 있다. 그 시간의 길이는 중요하지 않다. 그저 집중할 수 있다는 게 감사하고 좋다. 베껴 쓰는 내용 자체도 나를 위한 내용으로 고른다면, 그 장점은 배가 된다.

세 번째, 내용을 음미할 수 있다. 책이든 강연 내용이든 명언이든 손으로 적으며 다시 읽는 일은 이해의 깊이를 더한다. 특히 영어 필사는 하면 할수록 문장 이해나 발음 연습에 도움이 된다고 느낀다. 기억해두고 싶은 문장은 곱씹어가며 베껴 쓰기를 한다. 그러면 그 문장이 주는 감동이 더욱 깊어진다.

네 번째, 성취감이 쌓인다. 베껴 쓴 문장의 양이 많거나 적거나 상관없다. 손으로 직접 무언가를 했고, 그것이 쌓여간다는 것은 성취 경험이 된다. 소소한 성취감이 쌓여서 성장의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새롭게 나의 글을 창작하는 게 아니어도,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 좋아하는 메모지나 노트가 채워지는 행복과 성취감, 그것이 필사가 주는 매력이다.

  

최근에 어느 유튜브 영상을 보면서 필사의 필요성을 다시 느꼈다. 

그는 글을 잘 쓰기 위해 잡지에 있는 모든 글의 필사를 꾸준히 해봤다고 했다. 잡지에 있는 기사는 이미 검증된 글이며, 효과적인 정보 전달을 위한 글이다. 이를 필사함으로써 좋은 글쓰기가 무엇인지 배울 수 있었다고 한다. 그 영상을 보고 나니, 필사를 조금 더 꾸준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좋은 글이나 기억하고 싶은 글이 기억 속에서 날아가지 않도록, 꾹꾹 눌러 적어서 진하게 새겨두고 싶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