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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을꾸다 Nov 24. 2023

오늘도 달립니다.

엄마가 달리면, 아이도 달립니다.

글쓰기 주제를 살펴보면, 내가 어디에 관심을 두고 있는지 보인다. 지난해는 글쓰기에 대한 글을 자주 썼다면, 올해는 달리기에 대한 글을 종종 썼다. 그리고 또 달리기 이야기를 써보려고 한다. 왜냐하면, 여전히 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2023년, 올해 내가 가장 잘한 일 중 하나는 달리기를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멈추지 않은 것이다. 1월부터 시작한 달리기를 현재까지 이어오고 있다. 그리고 두 번의 마라톤에도 참가하고 완주했다.


서른 중반이 될 때까지, 달리기는 나와 거리가 먼 운동이었다. 운동으로도 거리가 멀었고, 평소에도 빠른 걸음은 몰라도 달리는 건 딱 질색이었다. 늦어서 달려야 하는 상황에도 숨이 차서 금방 멈춰야 했다. 최선을 다해 달리지 않으려고 애썼다. 학교 다닐 때는 체육 시간에 해야 하는 최소한의 달리기조차도 힘들고 싫었다. 뛸 때마다 배가 땅겨서 아픈 게 싫고, 숨이 차는 느낌도 싫었다. 달리기를 떠올리면 싫다는 느낌이 먼저 떠오를 만큼 나와는 정말 거리가 멀다고 생각해 왔다.


싫어하던 달리기를 갑자기 왜 시작했는지는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새해를 맞이해서 사람들이 목표를 세우던 그즈음, 자주 가는 커뮤니티에서 달리기가 유행했던 것 같다. 런데이 어플을 추천하는 사람이 많았고, 달리기를 찬양하는 글이 많이 보였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런 글이 내 눈에 들어왔던 것부터 달리기를 시작할 운명이었나 보다. 분위기에 휩쓸려서 런데이 어플을 설치하고, 첫 번째 달리기를 끝냈을 때만 해도 이렇게 이어질 줄 몰랐다. 첫 번째 달리기는 30분 달리기 도전 8주 프로그램 중 1주 1회 차를 달렸다. 1분이라는 시간이 이렇게 긴 시간이었나 싶었다. 1분도 이렇게 힘든데, 30분을 쉬지 않고 달린다니? 결단코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시작했으니 8주는 채워보자는 마음으로 매 회차를 진행했다.


그렇게 어찌어찌 다리를 움직여서 30분 달리기 도전 프로그램의 8주 3회 차, 마지막 회차까지 왔다. 지금도 그 순간을 잊을 수 없다. 어쩌면 그 순간에 느낀 감동을 잊지 못해서 지금까지 달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마지막 달리기를 끝낸 뒤, 런데이 트레이너가 전해주는 메시지를 들으며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무언가 해냈다는 성취감을 느낀 게 언제였던가. 무사히 끝낸 나를 향한 그의 목소리는, 그동안 잊고 있던 나를 깨웠다. 8주 동안 달리면서 느꼈던 행복과 보람의 순간들이 떠올랐다. 이대로 멈추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달리기가 내 삶에 들어왔다.


1월에 달리기를 시작하고, 마라톤 참가라는 목표가 생겼다. 그래서 5월에 있는 마라톤을 등록했었다. 5km와 10km를 고민하다가 10km를 선택했고, 마라톤 참가 전에 몇 차례 연습 삼아 뛰어보기도 했다. 평생 살면서 10km를 달리는 일은 상상도 해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그걸 몇 번이나 스스로 해냈다는 게 지금도 믿기지 않는다. 연습을 통해 나에게 적합한 페이스를 깨달았고, 덕분에 그 페이스를 유지하며 10km 마라톤을 무사히 완주했다. 게다가 단 한 번도 걷거나 쉬지 않고, 오롯이 달리기로 그 거리와 시간을 채웠다.


달리기를 시작한 것은 나에게만 좋은 게 아니라, 우리 가족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달리고 나면 한결 스트레스가 풀리고, 체력도 길러지니 남편과의 갈등도 어느 정도 완화되었다. 그리고 엄마의 달리기를 통해 아이도 달리기에 관심이 많이 생겼다. 메달을 아이에게 보여준 날, 아이는 정말 멋지다며 웃어주었다. 평소에도 엄마가 달리기 하러 가거나 하고 오면, 그 모습을 좋아했다. 유아차에 아이를 태워서 달리는 날은 ‘윰깅’이라고 하며 달렸더니, 더 빨리 달려달라, 멈추지 않고 계속 달려달라 등 속도를 즐기기도 했다. 게다가 길을 걷다가도 출발선처럼 보이는 곳만 있으면 달리기 시합을 하자며 쪼르르 달려 나가기도 했다. 아이도 나도 달리기의 매력에 빠져가는 게 행복하고 즐거웠다.



추수감사절 아침에 Turkey Trot이라는 마라톤 행사가 있었다. 나를 위해 5k 마라톤을 신청하고, 아이를 위해 100m 달리기를 신청했다. 아이들 달리기는 이벤트처럼 진행되는 것이었는데, 45개월인 우리 아이가 과연 할 수 있을까 싶었다. 그저 재미있는 추억 하나 만들자는 생각으로 아이와 같이 갔다. 막상 출발선에 서보니 100m가 이렇게 길었나 싶었다. 아이가 달리다가 넘어져서 다치거나, 다른 아이들이 앞서가서 울어버리면 어쩌나 걱정했다. 그런데 아이는 출발선에 서서 출발신호를 기다리고, 신호가 떨어지자 누구보다도 즐거운 표정을 하고서는 달려 나갔다. 그리고 망설이지 않고 결승선까지 달렸다. 고작 100m 달리기일 지도 모르지만, 나에게는 아이가 10km 혹은 42.195km 마라톤을 완주한 것 같았다. 감격스러웠다. 결승선을 통과한 아이들에게는 챔피언이라고 적힌 리본이 주어졌다. 아이는 그 리본을 들고서는 자신감 가득한 표정으로 사진을 찍었다. 내가 달리는 동안, 아이도 아이 나름대로 자라 있었다.


아이들의 달리기가 끝나고, 본 행사인 5k 마라톤이 시작되었다. 2주 전에 4km를 달리긴 했지만, 한동안 달리지 못했던 터라 긴장감이 밀려왔다. 페이스를 여유롭게 하되, 걷지만 말자는 마음으로 출발선에 섰다. 나를 지나치고 가는 사람들이 많아질 때면, 페이스를 올려야 하나 조급한 마음이 들었다. 그러나 흔들리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5km를 달리는 동안, 다른 사람의 페이스가 아니라 나의 페이스에만 집중했다. 중요한 건 누구보다 빠르거나 느린 게 아니라 나의 속도로 완주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덕분에 오히려 평소보다 괜찮은 속도로 완주할 수 있었다. 결승선을 지나 나를 기다리던 남편과 아이에게 달려가는 그 순간, 정말 행복했다.



달리기의 매력에 빠진 후, 달리기라면 싫다는 느낌부터 떠오르던 나는 어느덧 달리기 홍보대사가 되었다. 사람들에게 달리면 느낄 수 있는 상쾌함과 개운함, 뿌듯함 등을 널리 알리고 싶다. 일단 1분 달리기부터 해 보라고 적극적으로 권하고 싶다. 달리기는 왜 진작 시작하지 않았을까 싶을 만큼 너무나 매력적이고 즐거운 운동이라고. 달릴 수 있다는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행복하고 감사할 수 있다고. 


그래서 오늘도 나는 달리고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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