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맥시멀 리스트는 저장강박증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사전적 정의를 살펴보면, 저장강박증은 사용 여부에 관계없이 어떤 물건이든지 버리지 못하고 저장해 두는 강박장애의 한 가지이다. 저장 강박장애, 저장 강박 증후군 또는 강박적 저장 증후군이라고도 한다. 계속 저장하지 않으면 불쾌하고 불편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 이는 습관이나 절약 또는 취미로 수집하는 것과 다른 의미라고 한다. 증상이 심한 경우에는 치료가 필요하다고 하는데, 뉴스에서 아주 심한 저장강박증이 있는 사람의 집을 본 기억이 난다. 다른 강박장애보다 치료도 쉽지 않다고 한다.
확실치 않지만, 저장강박증의 원인은 가치판단 능력과 의사결정 능력이 손상되었기 때문으로 판단한다고 한다. 만 35세, 서른일곱 살의 내가 살아오는 동안 부족하다고 느끼는 2가지 능력이다. 결국 가치가 있는지 없는지, 버릴 것인지 말 것인지 등과 같이 하루에도 몇 번씩 마주하는 선택의 순간에서 언제나 쉽게 결정하지 못하는 편이다.
치료가 필요할 만큼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저장강박증 증상이나 자가 진단에 대한 글을 보면 남일 같지 않다. 언젠가 쓸 곳이 있을 것 같아 버리지 못하고, 정리하고 나서도 물건을 어디에 뒀는지 자주 잊어버리며, 추억이 깃든 물건은 모두 보관하고 싶다. 그리고 다른 사람이 내 물건을 건드리면 기분이 상해서 어릴 적부터 엄마에게 짜증을 내곤 했다. 그리고 지금은 아기가 내 물건을 만지는 게 싫어서 무조건 미리 치우거나 바로 안돼!라고 말할 정도로 예민하게 굴었다. 게다가 쌓아둔 물건 때문에 의자나 식탁을 사용하기 어렵거나 지나다니기 어려운 것도 해당된다. 해당 항목을 다시 글로 적다 보니 치료가 필요한가 싶어 진다.
고등학교에 다닐 때는 학교에서 쳤던 모의고사 시험지가 모두 집에 있었고, 초중고 시절에 받은 사회 교과서와 학습지를 모두 갖고 있었다. 제대로 정리도 하지 않고 그냥 넣어둔 영수증, 티켓, 팸플릿, 신문기사 등도 많았다. 오프라인뿐만 아니라 PC와 온라인 공간도 잡다하게 저장하고 모아둔 것들로 가득했다. 그러면서도 언젠가는 보겠지, 쓰이겠지 라는 마음으로 쉽게 버리지 못했다. 그래서 공간은 늘 부족하게 느껴졌고 마음은 초조하고 답답했다.
이런 나에게도 임용에 합격하고 나서 처음으로 고향을 떠나게 됐고, 그 뒤로 몇 번의 이사를 하며 짐을 비울 기회가 있었다. ‘미니멀 라이프’라는 용어도 점차 유행하기 시작했고 나도 그런 삶을 꿈꾸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