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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을꾸다 Sep 20. 2022

다시 시작하는 글쓰기

쓰고 싶으면 쓰자.


  깜빡깜빡. 화면 속에서 어서 손을 부지런히 움직이라고 신호를 보내고 있다. 분명 쓰고 싶은 말이 있어서 앞에 앉았다. 그런데 말이 손으로 옮겨지지 않고 멈춰버렸다. 머리에 있는 생각과 목 끝까지 차오르는 말과 손끝으로 완성하는 글이 따로 놀고 있다. 글쓰기를 업으로 삼고 밥 먹듯 글을 쓰는 작가들도 글을 쓸 때마다 막막함을 느낀다고 하니, 그나마 위안이 된다. 글을 가득 썼다 지웠다만 하다가 끝나기도 하고, 끝내 1글자도 시작하지 못한 날도 있다.





  글을 쓰고 싶고, 잘 쓰고 싶었다. 그런 마음은 있어도 정작 글을 쓰는 시간은 별로 없었다. 그래서 매일 꾸준하게 글을 쓰려고 모임을 만들었고, 이제 거의 1년이 되어 간다. 작년 10월에 시작한 매일 1줄 이상 글쓰기 모임은 글쓰기가 힘든 날은 좋은 글귀라도 공유하자며 활동을 시작했다. 활동 초반에는 다들 열심히 글을 쓰고 서로의 글을 읽고 이야기도 나눴다. 그런데 모임 구성원 11명 중 지금은 절반 정도만 글쓰기를 이어가고 있다. 인원이 줄어들어서 아쉬운 적도 있지만, 여전히 글을 쓰며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 이어지고 있어서 감사하다.


  매일 1줄 이상 글쓰기 모임에서 활동하면서 정말 1줄만 쓴 적도 있고, 좋은 글귀나 책을 읽은 내용을 쓴 적도 있다. 무엇을 쓰든, 아주 짧은 시간이라도 글을 쓰려고 노력했다. 덕분에 그냥 흘러갈 수 있는 일상도 다시 돌아보게 되고, 나의 일상을 둘러싸고 있는 세상도 유심히 관찰하게 됐다. 예를 들어 미니멀 라이프 도전기를 열심히 쓰던 시기에는 글쓰기 덕분에 마음과 공간이 건강해지는 덤까지 얻었다.





  글쓰기가 재밌고 즐겁고, 쓰고 싶은 내용도 늘어가던 어느 날이었다. 여느 날처럼 아이의 낮잠 시간에 모니터 앞에 앉아 신나게 글을 쓰다가 갑자기 멈추었다. 글을 쓸 때마다 마음에서 종종 올라오던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내가 뭐라고 이렇게 글을 쓰고 있는가, 읽을거리가 가득한 세상에서 내 글이 다른 사람에게 보여줄 만한 글인가, 나는 왜 지금 이런 글을 쓰고 있는가. 브런치만 봐도 필력이 뛰어나고 눈과 손이 저절로 가는 글을 쓰는 분이 많다는 생각이 들면서 쓰고 있던 글도 지워버리고 글쓰기를 끝내버렸다.


  이후로도 글을 쓸 때마다 그런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잘 쓰고 싶은데 마음처럼 되지 않으니 부족한 나의 능력이 답답했다. 비교적 폐쇄적인 글쓰기 모임에는 편안하게 글을 썼지만, 브런치에 쓸 글은 반복된 자기 검열을 거치느라 시작도 마무리도 어려웠다. 마음먹고 글을 쓸 시간이 나지 않는 핑계까지 더하면서 브런치에 쓰는 글은 우선순위에서 점점 밀려버렸다. 그러다가 ‘작가님의 꾸준함이 재능으로 거듭날 수 있습니다. 그렇게 쌓인 글은 책으로 탄생하기도 합니다. 작가님의 시선이 담긴 이야기를 자주 들려주세요:)’라는 알림을 받았다. 





  지난 9월 4일에 쓴 글을 올린 뒤, 새로운 글이 없었으니 알림이 온 것이다. 어떤 글을 쓰면 좋을지 고민만 하고 글을 시작하지 못하고 있었다. 어떤 글을 써도 마음에 들지 않아서 쓰고 싶은 말도 글로 담아내기 어려웠다. 그런데 꾸준함이 재능으로 거듭날 수 있다는 문장이 나를 깨웠다. 쓰고 싶으면 일단 쓰기로 했다. 꾸준히 쓰다 보면 그것이 재능이 되든 되지 않든, 쓰기만으로도 행복으로 거듭날 것 같았다. 브런치에 글이 쓰고 싶어서 작가 신청을 하던 그 마음, 그 자리에 다시 서보기로 했다.


  글쓰기도 그렇고 운동이나 영어 공부 등 나를 위해 만들고 싶은 습관은 꾸준함이 가장 중요하다. 매일 하지는 못하더라도 멈추지 않고 이어가는 꾸준함. 그 꾸준함을 유지하기가 어려워서 같은 목표를 가진 사람들과 모임을 만들기도 하고, 휴대전화 앱으로 습관 만들기를 하기도 한다. 나의 시선이 담긴 이야기를 자주 들려달라는 브런치의 알림에 부응하며, 다시 글쓰기를 시작하려 한다. 어제도 썼고, 오늘도 썼고, 내일도 쓸 것이다. 쓰고 싶으면 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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